역대기록 갱신한
2021 키아프 서울
키아프 서울 2021이 지난 17일 폐막했습니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이번 키아프는 역대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작년 키아프는 온라인 개최되었기에 배제한다면, 2019년 대비 7% 증가한 8만 8,000명이 방문하였으며 판매액은 2배가 넘는 650억(2019년 기준, 310억)을 기록했습니다. 개막 첫날부터 5,000여 명에 달하는 VIP 관람객이 방문하였으며, 이날만 350억 매출을 기록하여 이미 2019년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전시 개막 6시간 만의 기록입니다.
미술계에서는 ‘드디어 한국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부상한다’라며 고무되었습니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통 같던 페어장의 모습과 개막 전 이미 판매되어 빨간딱지들이 즐비한 VVVIP 대상 작품들 때문인데요. 그 이면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키아프로 본 K아트의 숙제
1) 극소수가 고가 샀다면 아트페어 흥행인가?
표면적인 숫자로 봤을 때, 흥행한 아트페어임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의문이 등장한 배경에는 어떤 가격의 작품이 몇 점 팔렸는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한국화랑협회에 따르면, 언론에 공개하는 아트페어의 주요 성과는 “개별 갤러리에게 매출액만 받아 집계한다”라고 합니다. 이러한 탓에 투자, 투기적 구매, 과시적 소비의 연장선에 미술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줄지어 나오고 있죠.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지속되는 팬데믹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미술시장에 유입되었다고 분석하는데요. 미술시장 성격상 고가의 작품 5~10여 점만 거래가 이루어지면 전체 매출의 80~90%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키아프 서울의 흥행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가격대별 매출, 방문객당 구매 빈도 등 구체적인 통계를 알기 전까지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죠. 미술시장의 활황인지 시장 미술의 강화인지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2) 일반관객의 ‘빨간딱지’감상, 계급의식 키운 것 아닌가?
개막 첫날 VIP들이 5000여 명 방문하였지만, 문을 연 그 순간에 이미 팔린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VIP 위에는 VVIP가 있고 그 위에는 VVVIP 가 있기 때문이죠. 사려는 의사가 있어도 이미 팔린 작품이 많아 사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번 키아프 서울 운영위는 VVIP 카드를 인터넷을 통해 판매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고관여 전문 컬렉터들은 “어느 페어가 VVIP 티켓을 일반 고객에게 판매하느냐”며 크게 비판했습니다. 결국, VIP라는 호칭이 무색해지고 많은 고객은 ‘빨간딱지’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미술시장의 폐쇄적인 경향이 계급의식을 키운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일으켰습니다.
3) 투기 과열인가? 미술 시장의 부활인가?
이번 아트페어가 특이한 점은 기존 미술시장을 견인하던 중장년층 고객 이외에도 신규 컬렉터와 MZ세대 고객들이 몰렸다는 것입니다. 특히 주식투자와 가상화폐 투자 등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미술품 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 때문에 이번 키아프는 전체적으로 ‘사자’ 열풍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미술시장에 유입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예측입니다.
미술품에는 공식 가격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작가별 호당가격이 존재는 한다만, 일반인은 알 수 없고 갤러리나 작가에 의해 좌지우지됩니다. 어느 작가는 호당가격 변화 없이 작품가를 2.5배 올렸고 완판이 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최근 가격이 더 올랐다고 하는데요. 이를 보며 작전세력의 성지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과연 미술시장의 호황 혹은 부활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경제적 관점에서 단순히 시장이 과열되어 시중 자금이 미술품 투자로 연계된 것은 아닐까요?
미술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경매장에 피카소의 그림이 등장하면, 장 내 공기가 싸늘해진다고 합니다. 이후에 그림이 고가에 낙찰되면 사람들은 손뼉을 치고 호응하죠. 사람들은 피카소 그림에 반응한 것일까요? 피카소 그림의 가격에 반응한 것일까요?
미술시장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감상’이 우선되는 아트페어가 필요합니다. 시장의 과열 때문에 유입된 자금을 두고 미술시장의 호황이라며 핑크빛에 취하기보다, 본질적으로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성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내에서는 역대 기록이지만 홍콩의 아트페어에 비교하면 6%도 못 미친다고 합니다. 갈 길이 먼 한국 미술을 위해 업계 고유의 폐쇄성과 비대칭성 등 해묵은 문제를 냉철하게 논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