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타투 전성시대
타투는 바늘로 살갗을 찔러 물감으로 그림이나 글씨 등의 무늬를 새기는 것을 말합니다. ‘치다(strike)’라는 의미의 ‘타(Ta)’와 ‘표기하다(mark)’라는 의미의 ‘타타우(Tatau)’를 합성한 폴리네시아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과거 ‘타투’라는 용어 대신 ‘문신’이라는 단어가 친숙하던 시절이 있었죠. 이 당시 문신은 조직폭력배의 상징으로 인식되던 시기였습니다. 때문에 몸에 무언가를 새긴다는 문화적인 거부감과 더해져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이었죠.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연예인들과 운동선수들의 타투가 미디어를 통해 대중들에게 자연스레 노출되면서 저변이 넓어지고, 부정적인 인식이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이 시기에 과거 조폭들의 온몸을 덮었던 ‘이레즈미’ 문신과는 대조적으로 숫자나 문자를 새기는 ‘레터링’, 즉흥적인 낙서 느낌의 ‘두들’과 같이 귀엽고 다양한 장르의 타투가 소개되었습니다. 또한 상처나 수술 흉터를 감추기 위한 타투, 자신의 가족의 얼굴을 새겨 넣는 등의 취지로 하는 타투들도 알려지면서 타투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타투를 향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의 타투가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사진 속 김도윤 타투이스트가 바로 대표적인 예인데요, 그는 2019년 브래드 피트의 타투 시술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콜드 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 영화배우 릴리 콜린스, 스티브 연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그에게 타투 시술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타투숍이 미국 뉴욕에 있는 ‘뱅뱅’이라는 곳인데, 타투이스트 40명 중 14명이 한국인”이라고 밝힌 적도 있습니다. 바야흐로 K 타투의 시대인 거죠.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타투 문화가 예술과 불법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타투는 과연 예술인가
과연 타투도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할 수 있을까요? 예술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에 과거부터 현대까지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타투에서 예술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타투의 탄생에서 보통의 예술 분야와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타투는 주술적인 의미가 강했습니다. 원시 문명에서는 주술적인 의미를 연장시켜 성인식을 통과한 이들에게 문신을 새겨 부족의 구성원이란 의미를 부여했고요. 한편 고대 이집트에서는 타투가 보편화된 사회였으며, 장식의 의미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이처럼 타투가 주술적 의미, 종교적 의미 그리고 미적 표현을 위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회화, 음악, 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타투는 시각예술의 요소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각예술의 가장 일반적인 장르는 회화입니다. 캔버스 위에 대상들을 적절하게 배열하고, 원근법을 이용하여 구성하며 적절히 채색하는 회화의 특징이 타투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나타나는 ‘아름답다’, ’보기 좋다’와 같은 정서적 반응이 자연스레 타투를 보면서도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행위 자체도 인류 역사에서 줄곧 예술행위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대표적으로 패션의 영역이 그러한데요, 타투 역시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기 위한 미적 행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적 의사소통의 한 형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타투가 예술은 아니다
하지만 타투가 예술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든 타투를 예술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주현우 에디터의 <BOUNDARY OF ART>에서 평가적 의미, 분류적 의미의 예술 경계는 무너졌고, 남은 건 ‘윤리’의 관점이며 예술을 정의 내리는 건 소비자의 몫이 크다고 언급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타투 역시 대중들의 판단이 중요하며 이 때문에 모든 타투가 예술로 인정 받을수는 없습니다. 다음 두 가지 사례가 대표적으로 타투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작용했던 예로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국내의 사례부터 보겠습니다. 지난해 2월 병무청에서 일하는 공무원 박 모 씨는 얼굴과 목 등의 부위에 타투와 피어싱을 했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은 바 있습니다. 징계 사유는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와 명령 복종의 의무 위반’. 박 씨는 “자기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문신과 피어싱이 적합한 형태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기도 했다”라는 등의 이유를 들며 반박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2018년 발행된 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 품위유지 위반으로 내려진 감봉 3개월 처분 사유는 음주운전, 성비위 등의 범죄 행위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비연고지로 전출되며 승진도 1년간 제한될 정도의 큰 징계에 해당합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요, 작년 프랑스에서 파리의 한 초등학교의 교사의 문신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 실뱅 엘렌 씨는 팔뿐만 아니라 얼굴, 혀, 눈까지 타투로 뒤덮여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보통 사람과 다른 모습을 한 사람도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교훈을 주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밤에 악몽을 꾼다며 크게 반발하며 교육 당국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그 결과 그는 6세 미만 유치원생의 수업은 맡을 수 없게 돼버렸습니다.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타인에게 불편감을 유발하는 수준의 타투는 예술은커녕 정상적이지 못하게 취급받기도 합니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우리나라는 타투 시술이 사실상 불법으로 규정된 유일한 나라입니다. 1992년 대법원이 문신을 의료 행위라고 판단한 이래 지금까지 30여 년에 걸쳐 적용되고 있습니다. 즉,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은 형사 처벌 대상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타투 시술을 하는 의료인은 거의 없고 비의료인에 의한 시술이 대부분입니다.
최근 몇 년간 타투 문화의 저변 확대와 시술 수요의 증가로 ‘타투 합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만 의료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실정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문신사법’ 제정안 발의에 대해 “비의료인에 의한 문신 행위는 명백한 무면허, 의료 행위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적절치 못한 시술 장소에서 위생적이지 못한 시술 도구 사용으로 감염, 알레르기 반응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합법화를 반대합니다. 또한 의료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비의료인에 의한 타투 시술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면서 아무런 법적 장치를 개선하지 않는 상황이 모순적으로 느껴집니다. 오히려 타투 문화를 음지로 몰아 의료인들이 우려하는 비위생적인 환경에 더욱 노출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고요. 개인적으로 다른 나라들처럼 국가 차원에서 전문 자격증을 발급받은 사람이 타투 시술을 하도록 하고, 이것을 관리 감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야 할 때
문화에는 예술적 요소가 깃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예술을 표현하는 방식과 의미는 다양하고 시대에 따라 변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타투는 부정할 수 없는 하나의 문화이자 예술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지금의 법과 제도는 아직 과거에 머물러있다고 생각합니다.
타투이스트(tattoist)라는 단어에는 아티스트(artist)과 내포되어 있으며, 국내 타투이스트들은 해외에서 작업을 할때 ‘예술가’ 비자를 받습니다. 해외에서는 뛰어난 아티스트로 인정받지만, 국내에서는 숨어서 작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참 안타깝게 느껴지는데요. 예술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시대 흐름에 맞는 제도 정비가 시급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