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밀레니얼 팝스타가
이별을 대하는 방식

Z세대 팝스타의 이별 곡
그 안에 숨겨진 히트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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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씬을 주름잡는 3명의 팝스타가 있습니다. 게일(Gayle),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 그리고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이중 누군가의 이름이 익숙치 않으실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럼에도 확실한 건 이들의 음악은 무조건 귀에 익는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죠.

모두가 2000년 이후 탄생한 Z세대이자 저마다 뚜렷한 콘셉트의 노래로 단박에 대중음악의 지표,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별을 대하는 방식’을 담은 이들의 대표곡으로 각각의 특징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요새 음악의 트렌드를 발견해보는 건 어떨까요?


팝 펑크의 재림, 솔직하고 거침없는
게일의 ‘abcdefu’

시작과 동시에 너의 강아지만 빼고 모든 것에 ‘퍽유’를 날리겠다고 노래합니다. 쉽고 직선적인 기타 사운드와 귀에 착 달라붙는 멜로디. 그리고 전 애인을 향해 알파벳 순서를 활용한 가사, ‘abcdefu’로 재기 발랄한 일갈을 던지죠. 어딘지 귀엽고 또 어딘지 익숙한 록의 향취가 느껴지지는 않나요? 게일에게선 2000년대 초반을 주름잡은 에이브릴 라빈의 모습이 스칩니다. 그가 그때 그 시절을 사로잡은 ‘팝 펑크’를 중심으로 곡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20년 정도의 활동 격차는 있지만 지금의 게일은 과거 에이브릴 라빈의 인기를 열심히 좇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이 노래는 그런 게일의 첫 번째 메이저 싱글인데요. 이 곡으로 무려 빌보드 싱글 차트 4위를 차지합니다. 차트 10위권 안에 한 곡만 들어도 3대가 먹고산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빌보드 싱글 차트 4위란 기록은 많은 에어플레이와 대중적 관심을 받았을 때에야 가능한 순위입니다.

그가 한순간의 인기스타가 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틱톡(tiktok), 인스타그램 릴스 등의 숏폼 플랫폼에 있습니다. 릴 나스 엑스, 두아 리파, 도자 캣이 그랬듯 게일의 상승 곡선은 SNS를 타고 완성됐습니다.


발라드와 록,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drivers license’

마일리 사이러스, 셀레나 고메즈,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통점을 알고계신가요? 그건 이들이 아동 전문 채널을 통해 배우로 먼저 인기를 끈 틴에이지 스타였다는 점입니다. 올리비아 로드리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서부터 아역 배우로 활동한 그는 디즈니 채널의 시트콤과 뮤지컬 방송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누리죠. 그런 그를 한순간에 배우에서 가수로 탈바꿈하게 한 효자곡이 지금 소개할 발라드 ‘drivers license’입니다.

가수로 첫 출사표를 던진 이 곡은 자그마치 빌보드 싱글 차트 핫샷 데뷔를 이뤄냅니다. 차트 첫 진입과 동시에 1위를 차지하는 것인데요. 노래가 이 정도로 뜨거운 대중 화력을 안을 수 있던 건 이 이별 노래가 전 애인을 소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관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루머로 떠돌고 있던 전 애인과 또 다른 여성 간의 삼각관계를 가사 속 비유 거리로 가져왔습니다. 이를 발판 삼아 천천히 극적으로 치닫는 전개가 노래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이 곡 역시 틱톡을 중심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 하나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특징은 음악에 녹아 있는 록적인 터치입니다. 이후 발매한 ‘good 4 u’, 혹은 정규음반 [SOUR]의 첫 곡 ‘brutal’을 들어보세요. 발라드와 록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치열하게 어둡고, 선명하게 매혹하는
빌리 아일리시의 ‘happier than ever’

빌리 아일리시 하면 다들 무심하게 ‘duh’를 외치는 ‘bad guy’를 떠올리실 텐데요. 지금 소개할 ‘happier than ever’은 그가 보다 음악적으로 성숙했다는 평을 받는 정규 2집의 동명 타이틀입니다. 빌리 아일리시 특유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중심으로 곡을 쌓아가다 한순간 이를 무너뜨리는 절규에 찬 록 사운드가 특징인, 아주 매력적인 곡이죠.

이 곡 역시 가사의 화살은 전 애인을 향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글이 노리는 대상이 존재합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폐가 찢어질 듯 소리를 질러 녹음이 끝난 후 거의 말도 하지 못했다”라는 후일담을 남기기도 했죠. 사실 곡이 수록된 2집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그가 파파라치와 대중에게 적나라하게 노출되며 겪었던 스트레스가 또 한편의 동력으로 자리하고 있는데요. 그의 울분에 찬 외침이 사랑 너머 더 많은 대중의 공감을 살 수 있던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노래의 대중 히트 성적은 정규 1집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만큼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음원 공유 플랫폼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린 곡으로 일약 스타가 되고 그래미 어워드 본상 4개를 모두 휩쓴 그가 대중영합적인 노래를 쓰지 않았다는 것은 특별한 시사점을 남깁니다.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음악의 화두로 삼았다는 것이니까 말이죠.


이별 이후의 감정을 담은 위의 3곡에서 특별한 공통점을 발견하셨나요? 단숨에 음악 씬을 휘어잡는 라이징 스타가 된 게일, 올리비아 로드리고 그리고 빌리 아일리시. 이들은 사랑을, 이별을, 감정을 숨김없고 꾸밈없이,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노래합니다. 바로 이 투명함이 음악을 삶에 밀접해 향유하는 10대들의 마음을 훔친 요인이지는 않았을까요?

여기에 SNS, 숏폼 플랫폼을 통한 챌린지 열풍이 맞아들며 요새 인기곡의 히트 방정식이 만들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차세대 스타는 어떤 모습으로 혹은 어떤 방법으로 우리 곁을 찾아올까요? 게일, 올리비아, 빌리가 그랬듯 그들의 재림이 멀지 않았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박수진

박수진

한때 음악으로만 살았던 사람.
N년 간 인디문화를 연구했고 지금은 음악을 읽고 보고 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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