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워진 광화문 광장의
놀라운 변화 세 가지

설계자의 시선으로 본
광화문 광장 속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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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6일, 큰 가림막으로 막혀있던 광화문 광장이 시민들의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서울의 심장으로도 불리는 광화문 광장이 약 1년 9개월의 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했는데요. 전체 면적은 2.1배, 녹지 면적은 3.3배 커지며 도심 속 휴식과 낭만의 장소로 시민들의 일상에 들어온 광화문 광장. 남녀노소 유쾌한 웃음소리가 가득한 광장 속, 곳곳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노라면 눈에 밟히는 설계자들의 디테일이 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선 알고 보면 더 즐거운, 광화문 광장에 놓인 디테일을 찬찬히 따라가봅니다.


광화문 광장이 담긴 그릇,
조경

광화문 광장
이미지 출처: 서울시
광화문 광장
이미지 출처: 서울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 광화문 광장에 처음 방문하면 넓어진 보행로와 푸른 나무들에 기분 좋은 설렘이 느껴집니다. 과거 도로 한복판에 섬처럼 고립됐던 광장의 모습에서 시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원에 가까운 모습으로 탈바꿈됐죠. 실제로 광장엔 팽나무,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등 5,000그루가 넘는 72종의 나무들이 새로 심겼습니다.

도심 속 공원을 지향하며 단순히 더 많은 나무들을 심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설계자의 치밀한 디테일로 만들어진 모습입니다. 이전 광화문 광장엔 단 한 종류의 나무, 은행나무가 유일했는데요. 이 은행나무는 일제강점기 때 광화문 자리에 조선총독부가 세워지며 일본이 강압적으로 심은 한 종류의 가로수였습니다.

광화문 광장 설계 초반부터 참여했던 김영민 교수는 조선시대의 옛 조경을 공부하며, 자연스럽게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질 수 있는 모습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광화문 광장을 지배자의 공간이 아닌 모두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고, 그런 진심이 바로 5,000그루가 넘는 푸른 나무와 시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오늘날의 광화문 광장을 만들어낸 것이죠.

광장 바닥
이미지 출처: 서울시
광장 분수대 바닥
이미지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이번엔 광장의 바닥을 살펴볼까요? 광화문 광장의 바닥은 전국 8도에서 생산한 돌로 만들어졌으며, 네모난 타일 안에 원 모양의 무늬가 새겨져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전국 8명의 석공 장인들이 참여해 만든 원 모양이기 때문에 그 동그라미는 저마다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도 알 수 있죠. 무늬는 모두 동그라미의 형태를 띠지만 조금씩 다른 모습이 광장을 찾는 우리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만 같습니다.


곳곳에 숨겨져 있는 우리나라 문자,
훈민정음

광화문 광장을 설계한 또 다른 주인공인 CA조경기술사사무소 조용준 소장은 의도적으로 광장 곳곳에 훈민정음을 숨겨두었다고 밝혔습니다. 마치 ‘월리를 찾아라’의 ‘월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시민들이 광장에 숨겨진 28개의 훈민정음 문자들을 찾아 나가며 이곳을 보다 즐길 수 있도록 작은 디테일을 넣어둔 것이죠.

어떤 문자가 숨겨 있는지 조금 더 살펴볼까요? 세종대왕 동상 근처엔 ‘ㅈ’, ‘ㅇ’, ‘ㅅ’이 금색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세종대왕 집권 시절 혁신적인 과학 발명품을 만든 학자 장영실의 초성이죠. 그뿐만 아니라 세종문화회관 앞 놀이마당에 마련된 테이블 ‘모두의 식탁’ 양 끝에는 ‘ㅕ’, ‘ㅑ’로 된 모음이 적혀 있는데요. 여당 의원들과 야당 의원들이 같이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설계자의 아이디어가 담긴 디자인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기분 좋게 합니다. 낱자 배치 속에 숨겨진 설계자의 의도를 따라 광장을 거닐며 소소한 재미를 느껴 보세요.

한글 분수
이미지 출처: 국민일보

새롭게 개장한 광화문 광장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점은 수경 시설들이 다수 조성되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함께 어우러지는 도심 속 물놀이 장소가 되었지만 여기엔 숨겨진 역사적 의미가 담긴 특별한 분수가 있습니다. 세종대왕의 민본 정신과 한글 창제의 원리를 담은 ‘한글 분수’가 바로 그것이죠.

천, 지, 인을 각각 상징하는 동그라미, 네모 그리고 세모의 모양을 합쳐 디자인된 한글 분수는 단어 그대로 물을 뿜는 모양이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자음과 모음을 그려냅니다. 세 개의 도형을 따라 225개의 노즐을 설치해, 28자의 문자를 분수로 표현한 것이죠.

계단형 쉼터 '모두의 계단'
이미지 출처: 서울시
광화화첩
이미지 출처: 광화문광장

그뿐만 아니라 광장 중앙부엔 잠시 쉬거나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계단형 쉼터 ‘모두의 계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가만히 앉아 맞은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눈을 즐겁게 하는 다채로운 미디어 아트가 펼쳐지는데요. 이곳에서도 역시 한글 창제 원리를 본떠 천, 지, 인 세 가지 장으로 이루어진 9편의 짧은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광화화첩>이라는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적 공간들

과거의 광화문
이미지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공사 중 발굴된 사헌부
이미지 출처: 한국경제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광장은 조선시대엔 국가의 여러 관청이 있던 정치, 행정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광화문 광장에서 옛 조선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바로 옛 사헌부 터를 보존한 ‘시간의 정원’입니다.

‘시간의 정원’은 공사 중 발굴된 사헌부 유구를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배수로와 우물, 사헌부 출입문 터 등이 발견된 당시 모습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는 곳 중 하나인데요. 광화문 광장에 얽힌 가장 의미 있는 사건 중 하나가 바로 과거 육조의 거리의 터를 정확히 발견했다는 것인데, 옛 육조 중 하나인 사헌부의 터를 그대로 보존함으로써 역사의 현장을 시민들에게 생생히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야경
이미지 출처: 서울시
명량 분수
이미지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이번엔 가장 오랜 시간 광화문 광장을 지키고 있던 이순신 장군 동상 근처로 가볼까요? 무척 더웠던 이번 여름 시민들의 시원한 물놀이 장소였던 동상 근처 분수의 이름은 ‘명량 분수’입니다. 이 역시 단어 그대로 충무공의 명량해전의 승리를 기념해 만든 분수인데요. 내측 분수의 133개 노즐은 명량해전 당시 133척의 왜선 격퇴를 의미하며, 외측 분수는 한산도 대첩 당시 학익진 전법의 모양을 띠고 있습니다. 또한 분수 앞 15.45m의 바닥 조명은 이순신 장군의 탄생 연도인 1545년을 의미하기도 하죠. 여러모로 역사적 의미를 섬세히 담아 디자인된 분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세종대왕 동상
이미지 출처: Pixabay
한글 갤러리
이미지 출처: 한국경제

조금 더 광화문 쪽으로 들어와 세종대왕 동상을 살펴볼까요? 동상 근처에 설치된 그의 주요 업적을 상징하는 6개 열주와 더불어 혼천의, 앙부일구 같은 모형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지만 지하로 내려가 ‘세종 이야기’ 전시관을 방문할 수도 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세종 이야기’ 전시관은 세종대왕에 대해 더 자세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죠.

‘세종 이야기’는 세종대왕의 주요 업적인 정치, 과학, 예술 정책 등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전시가 열리는 특별한 공간인 ‘한글 갤러리’도 만날 수 있습니다. 올해 11월 6일까지 한글 고유의 특징을 살린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유쾌한, 글≫ 기획전도 진행되고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역사 위를 걷다. 문화 곁에 쉬다’라는 슬로건을 지닌 광화문 광장은 역사적 의미와 오늘날 시민들이 편히 찾을 수 있는 도심 속 휴식처 기능을 담은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광장 속 숨겨진 디테일을 찾아가며, 광화문 광장을 다시 한번 바라보세요. 또 다른 모습의 광장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줄지도 모르니 말이죠!


WEBSITE : 광화문광장

INSTAGRAM : @seoul_gwanghwamun


고수연

고수연

누군가의 관점이 담긴 모든 것이 예술이라 믿습니다.
ANTIEGG와 함께 예술을 기록하고, 세상에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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