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하지만 아름다운
카니발리즘 영화 3편

식인으로 사랑을 그린
인간을 욕망하는 영화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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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과 사랑의 공통점은 갈구할수록 부족하고 채울수록 허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한번 맛을 들인 순간 평생을 기갈 속에 몸부림쳐야 하는 것, 종국엔 ‘온전한 소유’를 목표로 하는 것들입니다. 온기에 대한 결핍이 곧 허기에 대한 본능으로 이어지는 영화가 있습니다. 카니발리즘을 장르적 공포보단 소재로써 활용하며 개인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영화입니다. 식인 정체성을 방황하며 사랑을 통해 자신을 긍정하는 청춘들. 아릿한 식인 영화 세 편을 소개합니다.


연인에 대한 사랑
<본즈 앤 올>

카니발리즘 영화 <본즈 앤 올>
이미지 출처: <본즈 앤 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다시 만났습니다. <본즈 앤 올>은 식인 소녀 매런이 본능의 기원을 찾아가는 일종의 로드무비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비슷한 형질의 소년 리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나를 긍정하는 상처받은 이들의 로맨스입니다.

카니발리즘 영화 <본즈 앤 올>
이미지 출처: <본즈 앤 올>

루카 감독은 사회로부터 ‘틀리다’고 낙인 찍힌 비주류의 감정을 그려내는 데 탁월합니다. <본즈 앤 올> 역시 식인자를 사회에 어울리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로 정의하며 그 외로움과 자책감, 자기혐오를 그려냈습니다. 서정적인 음악과 회화 같은 풍경으로 그 쓸쓸함이 더욱 깊어집니다.

영화가 제시하는 온전한 사랑의 결합이란 ‘뼈까지 전부(Bones And All)’ 씹어 먹을 만큼 상대를 취하는 것입니다. 매런과 리의 사랑이 어디까지 먹을 수 있을 만큼 깊고 간절한지, 어린 식인자들의 위태로운 첫사랑을 엿볼 수 있습니다.


형제에 대한 사랑
<로우>

카니발리즘 영화 <로우>
이미지 출처: <로우>

‘불쾌감을 다루는 감독’ 쥘리아 뒤쿠르노의 문제적 데뷔작입니다. <로우>의 식인 주인공 쥐스틴은 채식주의자이자 수의과 학생입니다. 학교에서 억지로 토끼 생간을 먹은 뒤 고기의 맛, 정확히 말해 ‘인육’의 맛에 눈을 뜹니다. 충격적이게도 쥐스틴이 처음 먹은 인육은 바로 ‘친언니의 손가락’입니다.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된 언니 알렉스는 쥐스틴이 그것을 먹어버리는 바람에 봉합 수술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카니발리즘 영화 <로우>
이미지 출처: <로우>

자매 사이 ‘애증’이 영화에서 다루는 사랑입니다. 숨 쉬는 것만 봐도 짜증 날 정도로 증오하지만 최후의 순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존재. 피로 맺어진 바람에 이별이 불가한 인연. 결국 그 살점을 뜯어먹을 만큼 열렬히 서로를 원하는 기이한 관계. 식인이란 저주받은 충동을 공유하며 나타나는 끈끈함은 유혈 낭자할지언정 보통의 자매와 같아 보입니다.

인간의 짐승화, 식욕과 성욕, 페미니즘, 동물권 등 다양한 메시지를 내포한 <로우>이지만 형제자매를 가진 이에게 특별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혈육에 대한 애증이 얼마나 진한 것인지, 스크린 속 진득한 핏덩이를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나에 대한 사랑
<이트>

카니발리즘 영화 <이트>
이미지 출처: <이트>

넘치는 자기애 때문에 스스로를 섭취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트>는 만년 배우 지망생 노벨라의 이상 증세 얘기입니다. 번번이 오디션에 탈락하고, 들어오는 제안이라곤 포르노가 전부인 그녀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충동적으로 자신을 물어뜯습니다. 손톱 거스러미부터 손목 혈관과 발가락까지. 질겅질겅 고기를 뜯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입니다.

카니발리즘 영화 <이트>
이미지 출처: <이트>

자해에 가까운 식인 행위를 어떻게 자기애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사랑한 만큼 실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분명 빛나는 재능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할 거라 믿었던 희망이 깨지는 순간, 그녀는 추락합니다.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한 만큼, 나에게 실망하고 수치스러워하는 것. 자기애에서 비롯된 자기 파괴입니다.

스스로를 벌주고 이 존재를 세상에서 없애는 것, 아니 먹어 치워버리는 것. 완벽주의자에게 특히 <이트>를 권합니다. 나 자신에 들이대는 이 엄격한 사랑의 잣대가 얼마나 과격하게 변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우리 모두 맘에 들지 않는 내가 물어뜯고 싶을 만큼 미울 때가 있을 테니까요.


한편 호러를 전면에 내세운 건 아니지만 카니발리즘을 다룬 만큼 일정 정도 이상의 ‘징그러운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미리 밝힙니다. 오락을 위한 무분별한 살생은 없지만 가끔씩은 고어한 화면이 나옵니다. 그 정도는 괜찮다면 역시 위 영화들을 추천합니다. 식인과 사랑이 어떻게 닮아 있는지, 인간을 욕망한다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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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임

다 보고 난 후에야 '진짜 시작'을 외치는 과몰입 덕후.
좋아하는 게 많아 늘 바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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