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디자인이 미치는 영향

일상 속 숨겨진 디자인의 비밀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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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미술관에 가서 감상하는 작품, 새로 출시된 아이폰 14 Pro의 외관, 이번 여름 구매한 휴가용 원피스의 디테일, 혹은 뭇 디자이너들이 작업해 업로드하는 화려한 그래픽 결과물들을 떠올리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자인은 정말 외형적 역할에 국한될까요?

우리의 삶과는 떼려야 뗄 수 없이 가까운 동시에 빠르게 변화와 확장을 거듭하는 분야이자 산업인 디자인. 디자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확장해줄 사실들을 도서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의 사례들을 통해 알아봅니다.


좋은 디자인 ≠ 예쁜 디자인?

여러분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은 무엇인가요? 디자인을 평가하는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심미성이 뛰어난, 즉 ‘예쁜’ 디자인이라는 평가 기준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사용성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높아지며 심미성은 비교적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또한 ‘아름답다.’, ’예쁘다.’라는 말들은 때로는 겉모습 만을 칭송하는 말로 인식되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심미성은 디자인에서 더 이상 우선순위가 아닐까요? 답변에 힌트가 될 실험 한 가지를 소개합니다.

실험에 사용된 두 가지 스마트폰 디자인
실험에 사용된 두 가지 스마트폰 디자인, 출처: 우디,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

2010년에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다. 60명의 청소년에게 기능은 같고 디자인만 다른 A 핸드폰과 B 핸드폰 으로 특정 임무를 수행하게 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디자인 호감도가 높았던 A 핸드폰으로 수행한 임무의 수준이 B에 비해 훨씬 우수했다. 완료 속도 또한 A 핸드폰이 훨씬 빨랐다.

_우디,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

미적으로 좋은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죠. 심지어 거기에 그치지 않고 좋은 인상을 받은 제품은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비교적 관대했습니다. 여기 심미성이 사용자 행동에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1995년 히타치 디자인 센터에서 진행한 아름다움과 사용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인데요. 실험 참가자들에게 26가지 종류로 디자인한 ATM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도록 후 평가하도록 테스트했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시각적으로 매력이 높은 인터페이스가 곧 높은 사용성으로 연결된다는 심리적 패턴을 실험 자료에서 다수 포착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외형 또한 사용성에 심리적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익숙해서 몰랐던
깊숙한 일상 속 디자인

UI/UX 개념을 알고 계신가요? 최근들어 IT 업계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도 부쩍 가깝게 쓰이는 것 같은데요. 자주 등장하는 만큼 정확한 뜻을 짚어보려 합니다. UI(User Interface)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뜻하며, 여러분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만나는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의미하는데요. 이미지, 버튼, 아이콘, 폰트, 컬러와 같은 요소가 포함됩니다. UX(User eXperience)는 사용자 경험을 의미하며 마찬가지로 서비스를 이용하며 겪는 총제적 경험을 뜻합니다. 이러한 개념들이 적용된 두가지 사례를 살펴보며 개념을 각인시켜 봅시다.

토스

토스
이미지 출처: Toss

첫번째 사례는 종합 금융 플랫폼 토스입니다. 한때는 모두에게 낯선 앱이었지만, 간편 송금을 주 무기로 국민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한 토스. 더 나아가 근래에는 누구에게나 쉽고 상식적인 금융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는데요. 토스가 지금의 모습으로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사용자 경험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 에서는 토스에 담긴 디자인 전략들을 흥미로운 예시와 함께 설명합니다. 전략 중 하나는 금융 용어를 구체적으로, 쉽게 풀어쓰는 것인데요. 이는 UX 개념을 기반으로 합니다. 토스의 등장 전, 금융은 모든 사람의 삶과 밀접함에도 불구하고 특히 어렵고 전문적인 분야였습니다. 기성 금융계에서는 사용자를 배려하지 않고 전문 용어, 외래어 등 어려운 용어들을 그대로 사용했죠. 하지만 토스는 어려운 용어를 쉬운 언어로 대체했으며, 계속해서 대체해 가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며 직관성을 높였습니다. 이는 토스의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 앱을 다루기 쉽다는 인상을 줍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이미지 출처: Shutterstock

두번째 사례는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입니다. 퇴근 후 넷플릭스 메인 화면을 켜두고 무얼 볼지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드라마 딱 한 편만 보려고 들어갔다 밤을 꼴딱 새워 전편을 정주행한 경험, 다들 한번쯤은 있으실텐데요.

이러한 경험들이 비단 의지가 부족해서 등 개인적 문제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의 시간을 우리도 모르게 순간 삭제하도록 유도하는 넷플릭스의 전략이 있습니다. 바로 무한재생입니다. 영상 한 편이 끝나면 ‘다음 화 재생까지 n초’라고 보여주며 n초가 지날 때까지 아무 액션을 하지 않으면 다음 회차로 바로 넘어가는 기능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해당 화면에서 멈춤 기능이 없다는 점 인데요. 이를 통해 사용자는 더 소비할 생각이 없던 콘텐츠를 더 쉽게, 많이 소비하게 됩니다.

다음은 정치 신호 부재와 관련된 홍미로운 심리학 실험이다. 행동 경제학자인 브라이언 완싱크 박사는 인간의 식욕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로 무한 수프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후 그들에게 각각 일반 수프 그릇과 무한 수프 그릇을 제공했다. 무한 수프 그릇은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어 그 구멍을 통해 수프가 계속 채워지도록 디자인되어 있었다. 참가자들의 평소 수프 섭취량과 수프가 무한히 보충될 때의 섭취량이 다른지 관찰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놀랍게도 무한 수프 그릇을 사용한 참가자가 일반 수프 그릇으로 먹은 참가자보다 평균 73% 더 많은 양을 섭취했다.

_우디,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


확장되는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역할

앞서 소개한 일상 속 디자인의 사례들처럼 제품의 차별화를 위해, 사용자를 붙잡아 두기 위해 등 여러 이유와 목적을 위해 기업은 전략을 사용합니다. 그러한 전략들을 ‘넛지’라는 용어로 일컫습니다. 넛지(nudge)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타인의 자발적인 선택과 행동을 유도한다는 개념입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알려진 예시로는 지하철 역에 계단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피아노 계단을 설치하여 이로 인한 계단 이용률이 증가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넛지 사용 원칙을 어기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해 ‘다크 넛지’라는 개념이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다크 넛지(Dark Nudge)란 서비스와 기업의 이득만을 위해 제품 인터페이스를 악의적으로 디자인해 사용자에게는 손해를 끼치는 UX 설계 패턴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른 가장 많은 넛지 유형을 살펴보면 1위는 간편 로그인으로 인한 ‘개인정보 공유’, 2위는 사용자 동의 없이 이뤄지는 ‘자동 결제’, 3위는 사용자의 해지를 방어하는 ‘선택 강요’ 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택 강요’는 혜택을 종료하고자 하는 사용자에게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버튼을 제공하거나 선택권을 주지 않습니다. 또한, 해지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를 디자인적으로 강조하여 강요하기도 합니다. 앞선 사례를 통해 본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많은 영향을 줄 수 있고 나아가 실질적인 손해 또한 끼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디자이너는 자신이 설계하는 것이 단순히 제품의 겉포장이 아니라, 사용자와만나는 모든 접점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며, 책임감을 가지고 디자인해야 할 것입니다.


책 속의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의 인식보다 더 넓은 영역을 아우르는 디자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 는 디자인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재미있고 익숙한 일상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작가의 시선으로 쉽게 풀어낸 책입니다. 소개드린 것처럼 디자인은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채 우리의 일상 속 깊이 침투해 있는데요. 존재하지만 가까워 인식하지 못했던 디자인을 알아채며 각자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나아가 현직 디자이너라면, 특히 스타트업 디자이너의 일이 궁금한 분께 작가와 나눈 인터뷰도 함께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
이미지 출처: 우디,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

사용자에게 디자인은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동시에 제품에서 디자인이 모든 의사결정의 핵심은 아니기에 타협이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로서, 특히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유관 인력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꼭 필요했던 소프트 스킬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공감하는 바입니다. 이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속한 조직의 그로스 스테이지가 먼저 설정되어야 할 듯합니다. 저는 주로 0 to 1을 하는 회사에서 일을 했습니다. 이 경우 디자인은 물론, 개발, 마케팅 모든 것이 다 프로덕트의 성공 가능성을 위한 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유관 인력들에 디자인만의 유용성을 강조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디자인, 개발, 마케팅 등은 실행을 위한 재료라는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생각보다 실행하기 쉽지 않습니다. 자기 영역의 전문성을 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디자이너는 한발 더 나아가 디자인의 아름다움이 가지는 힘을 조절할 필요도 있습니다. 디자인의 아름다움 자체에 설득력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너무 초기에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을 의도적으로 멤버에게 공유하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주니어 디자이너일수록 심미성을 우선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용성을 함께 고민하기까지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 어떠한 노력을 통해 그런 시간과 격차를 줄일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주니어/시니어의 구분보다는 경력을 쌓아 가는 과정에서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주 고객인 에이전시나 컨설팅 소속의 디자이너는 제품 이터레이션을 통해 디자인을 고도화하는 과정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해 심미성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러한 측면이 꼭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스타트업에서 디지털 프로덕트를 만드는 경우는 바로 사용자가 디자인을 만나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사용성을 많이 고려하게 됩니다. 따라서 자기가 어떤 상황에서 디자인하는지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에서의 답이 B에서 꼭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총 10년의 커리어에서 앞선 5년은 컨설팅, 후반 5년은 스타트업에서 일했습니다. 의도라기보다 커리어 패스에 의해 두 가지 모두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UX/UI 디자인을 오랫동안 하시다가 PO로 직무를 전환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직무 전환을 위해 연마하신 스킬과 노하우, 또 한계나 어려움이 있으셨다면 이야기 해주세요.

PO는 업무 특성상 이론적으로 배울 수 있는 형태가 아닙니다. 따라서 실제로 부딪히며 배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저는 매번 스프린트마다 팀을 한 곳으로 바라보게 하는 명확한 문제 정의가 어려웠습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1-pager 프레임 워크를 실무에 직접 사용해 보거나, 링크드인을 통해 업계 PO분들에게 직접 커피챗을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데이터 분석과 수치적인 부분들에 있어서는 전공자분들을 따라가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공부는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가 기획까지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획자와 협업하는 경우가 더 많을 텐데요. 비교적 Fidelity가 높은 기획안을 전달받을 때, 즉 요구사항이 매우 명확할 때 되려 수동적으로 작업하기 쉬운 상황에 처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관점을 가져야 수동적이기 쉬운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UX를 고민하여 설계할 수 있을까요?

최근에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기획자가 점점 사라지고,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기획까지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만약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기획의도를 계속해서 꼼꼼하게 질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은 다시 설득해 보는 노력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직장을 다니며 책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벌써 3권의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어떻게 일과 집필을 병행하여 진행할 수 있었나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평일에 출퇴근 시 스마트폰 메모장에 떠오르는 영감들이나 생각들을 한 줄로 정리합니다. 주말에 한 줄 메모들을 보면서 글을 썼습니다. 이 과정이 루틴이 돼서 책을 낼 수 있었습니다. 원동력은 가끔 오는 독자들의 메일입니다. 🙂

해당 아티클은 한빛미디어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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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진

디자인으로 브랜드를 실재하게 합니다.
고착시키지 않고 포용하며, 오래 가꾸는 일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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