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에어컨 아래
읽기 좋은 여름 도서 4권

무더위에 지친 이들을 위한
떠나지 않고 여름을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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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보다 이른 장마와 함께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뜨겁고 강렬한 햇살, 때론 습하고 눅눅한 공기 때문에 집 밖을 나서기가 꺼려지곤 합니다. 야외활동이 조심스러워지는 계절을 맞이해 멀리 떠나지 않아도 계절을 즐길 수 있는 여름 주제의 책 4권을 모았습니다.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세계문학전집 230,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헤르만 헤세, 황승환 옮김, 민음사
이미지 출처: 민음사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채 남은 생을 보내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화가 클링조어는 마지막 마흔두 번째 여름을 보내기 위해 남쪽 지방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화가로서의 모든 열정을 쏟아 자신의 최후의 작품인 자화상을 완성합니다.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은 『데미안』, 『싯다르타』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 헤르만 헤세의 1920년 작품입니다. 헤세의 아버지는 이 무렵 전쟁 중에 돌아가시고, 아내는 정신 분열로 요양소에 입원했으며 그의 아들은 뇌막염에 걸립니다. 전쟁의 참혹함과 가정의 붕괴를 몸소 겪은 그는 4주 만에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을 완성하는데요. 그래서인지 헤세의 고뇌가 고스란히 주인공에 투영된 듯 보입니다.

작품 곳곳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운 문장들은 독자들에게 한 편의 시를 선사하는 듯합니다. 물체를 의인화하여 묘사하거나 장면의 색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마치 눈앞에서 한 편의 그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니까요. 한편 생사의 갈림길에서 초연하게 자화상을 완성해가는 클링조어의 모습은 흡사 반 고흐를 연상시킵니다.


『한여름의 방정식』

히사시노 게이고, 한여름의 방정식, 재인
이미지 출처 : 재인

바닷가 마을 방파제 근처 바위에서 변사체가 발견됩니다. 단순 추락사로 정리하려 했으나 부검 결과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 그리고 사망자의 신원은 이곳의 연고가 없는 퇴임한 경사였습니다. 우연히 사망자와 같은 숙소에 묵고 있던 대학교 물리학부 교수 유가와는 이번 사건에 의문을 품고 나름대로 조사에 착수합니다. 그리고 그가 묵던 여관에서 16년 전 발생한 살인 사건과 연결고리를 찾게 되는데요. 그와 친해진 초등학생 교헤이가 의도치 않게 사건에 휘말렸음을 알게 되며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한여름의 방정식』은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2014년 작품입니다. 그는 2000년부터 160권이 넘는 단행본을 출판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방황하는 칼날』 등은 국내에서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소설 속에서 사용된 트릭이 기상천외한 방법은 아닙니다. 학창 시절 배웠을 법한 과학적인 상식으로도 충분히 사건을 풀 수 있죠. 오히려 이 작품은 ‘어떻게’보다 ‘왜’ 죽였는지에 초점을 두고 전개됩니다. 또한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 중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는 주인공의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자아내며 몰입감을 한층 높여줍니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 김춘미 옮김, 제 64회 요미우리문학상 수상작, 비채
이미지 출처: 비채

건축학과를 졸업했지만 대기업 회사에 취직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 없던 주인공 사카니시 도오루. 고민 끝에 평소 자신이 존경하던 건축가 무라이 슌스케가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건축 설계 사무소에 이력서를 넣습니다. 신입사원을 뽑지 않기로 유명한 터라 별 기대가 없었는데요. 어째서인지 합격 통보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매년 여름이면 도쿄를 떠나 아오쿠리 마을에 있는 별장에서 근무하는 이곳의 전통에 따라 여름 별장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합니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제64회 요미우리 문학상 수상작으로 신입사원의 눈으로 보는 일과 사람 그리고 건축이 주된 내용입니다. 극적인 사건이 전개되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유명 건축가와 건축물의 에피소드는 소설의 재미를 더합니다. 작품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성은 독자들에게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요. 자연에 대한 섬세하고 감각적인 묘사는 마치 여름 별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아무튼, 여름』

아무튼, 여름, SUMMER,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_김신회
이미지 출처: 제철소

2017년 『아무튼, 피트니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도 꾸준히 출간되는 아무튼 시리즈. 코난북스, 위고, 제철소 세 명의 일인 출판사 대표들은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되는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라는 마음을 모아 시리즈 출간을 시작했습니다. 메모, 아침드라마, 양말, 택시처럼 주변에서 손쉽게 보게 되는 생활 밀착형 소재를 이야기합니다.

『아무튼, 여름』은 TV 코미디 작가를 거쳐 에세이스트로 활동 중인 ‘여름 덕후’ 김신회의 작품입니다. 이 책에는 그녀가 일상에서 겪었던 사사로운 여름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옥수수, 수영, 호캉스, 냉면처럼 여름 냄새 물씬 풍기는 소재들이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넵니다. ‘내게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여름날의 추억이 있다. 여름이 그 추억만큼 나를 키운 것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을 읽으며 여름의 추억들을 꺼내 보는 건 어떨까요.


책은 마음에 위안을 주고 정신에 활력을 불어 넣습니다. 계속되는 여름에 지쳐가고 있다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 편안한 옷차림으로 오늘 소개해 드린 책을 한 번 읽어보세요. 무더위 속 작은 휴식처가 되어 여러분께 편안한 시간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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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나와 타인의 건강한 삶을 추구합니다.
일상에서의 예술 그리고 균형 잡힌 라이프 스타일을 글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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