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빛 따라 걷는
서울 예술 산책 스폿

가을, 사색에 잠기기 좋은
서울 문화예술공간 4곳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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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완연한 시월의 초입입니다. 태양이 장렬히 내리쬐는 여름에는 걷고 싶은 마음조차 무더운 태양에 녹아내렸지만, 이제는 청명한 하늘과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느끼며 산책할 수 있기에 기분이 들떠옵니다. 눈 깜빡하면 스쳐 지나갈 계절. 멀리 떠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서울에서도 차분한 가을의 색채를 만끽하기엔 부족함이 없으니까요. 풍경을 감상하며 찬찬히 걷거나, 건축물의 미감에 감탄하고 때론 사색에 잠기기 좋은 서울의 문화예술공간 4곳을 소개합니다.


손기정 문화도서관

손기정 문화도서관의 모습, 빨간 벽돌로 이루어진 벽과 바닥의 모습이다. 야외와 이어진 공간이다.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fillthedosi_official
손기정 문화도서관의 내부 모습, 곡선으로 이루어진 책장에 책이 가득하다.  공간 가운데에는 노란색의 2인용 쇼파와 파란색의 1인용 쇼파가 있다.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be.gram

손기정 문화도서관은 서울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공공도서관입니다. 한국인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수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손기정 기념공원 내부에 자리 잡고 있죠. 도서관은 작년 가을 리모델링을 마치고 기존보다 3배 큰 규모로 확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붉은 벽돌 건물 입구에는 물의 정원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이 고요한 정취를 자아내며,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라운지에선 커피를 마시거나 비치된 잡지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습니다.

손기정 문화도서관의 내부모습, 오른쪽에는 큰 창문이 여러 개 있다. 창문 밑에 벽면에는 캠핑용 의자와 탁자가 있다.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be.gram
손기정 문화도서관의 내부모습, 책이 가득한 곡선 모양의 책장이 양 옆으로 이루어져있다. 바닥은 빨간색 카페트가 깔려있다.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fillthedosi_official

2층 자료실에서는 취향에 맞는 좌석에 앉아 약 2만 권의 책을 자유롭게 볼 수 있습니다.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서가는 유연하고 편안한 느낌을 자아내며, 서가에 의해 나눠진 공간은 거실부터 캠핑 등 각 컨셉에 맞게 꾸며져 있죠. 천장에 달린 화려한 샹들리에와 붉은색 카펫은 꼭 유럽 어딘가의 앤틱한 호텔을 연상시킵니다. 아늑한 가정집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여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손기정로 101-3
영업 시간: 매일 9시~22시 (월요일 휴무)


손기정 문화도서관 상세 페이지

INSTAGRAM : @junggulib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의 외관모습,
왼쪽의 건물에 불이 켜져 있다. 오른쪽에는 야외에 조형물이 있고, 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
이미지 출처: EMA Project

최만린미술관은 정릉동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공공 미술관입니다. 한국 초상 조각의 개척자라 불리는 최만린이 30년간 거주했던 자택을 리모델링하여 2020년 5월 정식 개관하였죠. 최만린 작가는 30년 동안 이곳에 거주하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삶의 터전이자 작업실로서 작가 개인의 역사와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공간은 이제 동시대 작가와 주민에게 영감을 주는 곳으로 탄생했죠. 아담한 정원에는 그의 작품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자아냅니다.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내부 모습,
높은 층고로 벽은 흰색, 천장은 원목으로 되어있다. 정면에는 아치형 원목 문이 세개 있고, 오른쪽에 원목 계단이 있다.
이미지 출처: EMA Project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내부 모습,
흰색 원형 호리존 위에 조형물 세 개가 놓여있다.
이미지 출처: 프린트 베이커리

1층에선 조형 및 건축과 관련된 기획 전시가 진행되며, 한쪽에는 그가 직접 사용했던 가구와 작업 도구로 연출된 작업 공간도 만나볼 수 있죠. 수장고에는 최만린의 대표 작품 15점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나무 계단을 타고 2층 자료실로 올라가면 시대별 작품부터 관련 자료를 아카이브한 서가가 등장하는데요. 사진으로 박제된 초기 작품부터 스케치 노트, 인터뷰 영상 등 다채로운 볼거리로 가득합니다. 9월 22일부터는 새로운 기획 전시 ≪모두의 조각≫이 진행 중이라고 하니, 이번 주말 나들이는 성북구로 떠나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소: 서울 성북구 솔샘로7길 23
영업 시간: 매일 10시~18시 (일,월 휴무)


WEBSITE :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INSTAGRAM : @sma.choimanlinmuseum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이미지 출처: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2019년 6월 개관한 지하 4층 규모의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순교한 천주교인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공간입니다. 박물관이 위치한 서소문역사공원은 조선시대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된 곳으로, 우리나라 최대 천주교 성지로 불립니다. 현재 박물관은 전시부터 공연,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이자 순례자를 맞이하는 국제 순례지로 거듭났습니다.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붉은 벽돌 건물은 제37회 서울시 건축상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죠.

이미지 출처: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박물관에선 동학과 천주교 등 역사적 기록과 유물을 관람할 수 있는 상설 전시부터 기획 전시까지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지하 3층으로 내려오면 순교자들을 위로하는 거대한 ‘콘솔레이션 홀’이 등장하는데요. 웅장한 영상과 함께 레퀴엠이 흐르고, 온통 깜깜한 어둠 속에서 저 멀리 보이는 사각형 조형물만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이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면 마침내 하늘광장에 도착하는데요. 높은 벽이 사방을 네모나게 둘러싼 가운데 하늘에선 찬란한 햇빛이 쏟아지고, 순교 성인 44명을 상징하는 설치미술 작품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어둠에서 빛, 닫힘에서 열림으로 향하는 여정을 통해 잠시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주소: 서울 중구 칠패로 5
영업 시간: 매일 9시30분~17시30분 (월요일 휴무)


WEBSITE :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INSTAGRAM : @ssmshrine


윤동주 문학관

윤동주 문학관의 외관 모습, 흰색 사각형 건물이다.
이미지 출처: 윤동주 문학관 공식 페이스북

가을만큼 시를 음미하기 좋은 계절이 있을까요? 윤동주 문학관은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일제강점기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윤동주의 발자취를 기억하는 공간입니다. 인왕산 자락의 버려져 있던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하여 만들어진 공간은 3개의 전시실과 산책로 ‘시인의 언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서울&

제1전시실 ‘시인채’에선 윤동주의 일생과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초판본부터 유품과 서신 등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제2전시실 ‘열린 우물’은 그의 시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에서 영감을 받은 공간으로, 물탱크의 천장을 개방하여 만든 공간은 드높은 가을 풍광을 액자처럼 담아냅니다. 고개를 들어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면 자연스레 그의 시 한 구절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죠. 물탱크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여 만든 제3전시실 ‘닫힌 우물’은 침묵과 사색의 공간입니다. 윤동주의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 이야기가 담긴 영상이 재생되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가 느꼈을 무력함과 절망의 무게를 잠시나마 헤아려볼 수 있습니다.

주소: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19
영업 시간: 매일 10시~18시 (월요일 휴무)


윤동주문학관 상세 페이지

INSTAGRAM : @yoon_dongju_


깊어진 단풍의 빛깔만큼 생각의 깊이도 무르익는 계절. 누군가의 멋지고 근사한 작품을 곱씹고 음미하기엔 가을만큼 적당한 때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감탄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한 뼘 넓혀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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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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