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만나는
해외 건축 거장의 건축물

서울 근교에 위치한
해외 건축가들의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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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란 무엇일까요? 나아가 ‘건축 경험’이란 무엇일까요? 건축물 사이에 둘러 싸여, 그 사이를 누비며 살아가는 우리이지만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사뭇 거리감이 느껴지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좋은 공간을 알기도, 방문하기도도 비교적 쉬운 시대입니다. 정보가 넘치는 동시에 한 공간을 깊이 있게 경험하기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놓치고 있었을지 모를 세계 건축 거장들의 건축 두 곳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마리오 보타,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

영화 <마리오 보타 : 영혼을 위한 건축> 스틸컷
영화 <마리오 보타 : 영혼을 위한 건축> 스틸컷

건축가 ‘마리오 보타’, 알고 계시나요? 마리오 보타를 모르더라도 그가 설계한 강남 교보 타워, 삼성 리움미술관 등 빨간 벽돌의 건축물들은 우리에게 친숙할 텐데요. 2011년 경기도 화성시에 ‘남양 성모 마리아 성당’ 설계를 맡게 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작년 가을 완공된 성당을 소개합니다.

마리오 보타 (Mario Botta)는 전 세계에서 수많은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한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입니다. 마리오 보타의 건축적 특징은 유럽의 고전 건축을 토대로 한다는 것입니다. 지역의 자연에서 얻은 소재를 활용하거나, 지역적 특징이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을 중심으로 합니다. 더욱 두드러지는 점은 건축에 숭고한 영적인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점입니다. ‘종교 건축’은 그의 작업 중에서도 건축의 숭고미를 추구하고, 인간과 삶의 아름다움을 탐구하여 가치와 본질을 담아내는 유독 특별한 건축이기도 합니다.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의 아침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의 아침, 이미지 출처: 이상각 신부

외관을 살펴보면 건물의 전체적인 형태는 대지와 함께 포괄적으로 주변의 환경을 아우르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대칭을 이루어 숭고미와 웅장함을 보여줍니다. 이번 성당 건축에서도 그의 시그니처인 붉은 벽돌을 사용되었습니다. 제대 위로 40미터가량 솟아있는 두 개의 탑이 가장 눈에 들어옵니다. 실제로 마리오 보타는 이 두 개의 탑을 성모 마리아 대성당 건축의 마침표로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요소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건물이 놓인 곳은 북사면인데요. 남쪽에서 언덕을 타고 내려오는 공기가 땅속으로 들어갔다가 예배당 내부를 통과해 북쪽 두 개의 탑으로 빠져나가 탑이 굴뚝 역할 또한 하고 있어 기능적인 측면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 스케치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 스케치, 이미지 출처: 마리오보타 (Mario Botta)

남양성모성지는 병인박해(1866) 때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된 순교지이다. 김 필립보와 박 마리아 부부를 비롯해 많은 천주교 신자가 순교한 이곳은 1991년 한국 천주교회의 첫 성모성지로 선포되었다. 우리나라의 평화통일과 상처받은 사람들의 치유를 위한 기도의 장소로 가꾸어져 오던 남양성모성지는 봉헌 20주년이었던 2011년,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남양 성모마리아 대성당을 건립하기로 한다. 남양성모성지의 이상각 신부는 여러 차례의 건축 기행을 통해 치유의 공간에 대해 생각했고, 마리오 보타와 페터 춤토르에게 건축을 의뢰하게 되었다.

대성당의 형태는 골짜기에 자리 잡은 대지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마리오 보타는 골짜기의 지형을 두 개의 탑을 통해 완성하고 일종의 울타리를 만들고자 했다. 두 개의 탑 사이에 50m의 긴 빛의 틈이 생기며 성당 내부로 비치는 자연광은 섬세한 빛의 결을 이루며 마리오 보타 고유의 영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마리오 보타는 “건축의 힘이 그 규모나 물리적인 형태가 아니라 주변 환경, 즉 풍경과 건축 환경이 이루는 공간적 관계성에서 온다.”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남양성모성지의 이 대성당을 통해 “오늘날 교회라는 것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_글 : OHS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은 마리오 보타뿐만 아니라 이상각 신부의 열정과 노력이 함께 들어있습니다. 기독교 박해의 역사를 기리고자 하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져 드디어 완공된 것입니다.

대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실
대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실, 이미지 출처: HNSA Architects

그는 ‘교회 건축은 모든 요소가 하늘을 향한 빛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해왔는데요. 대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실을 살펴보면 올라오는 이들을 포용하듯 내부로 스며드는 빛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하늘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는 듯한 좁고 높은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계단을 오르는 이들로 하여금 숭고한 공간적 경험을 할 수 있게 합니다. 발은 땅을 딛고 있지만 영혼은 고양되는 느낌을 받는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HNSA Architects

특히 대성당은 규모가 거대하고, 소리를 중심으로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추후에 미사 예배를 드릴 때 신부의 목소리, 오르골, 성가대의 찬송가 등을 고려하기 위해서 클래식 거장들이 방문하여 소리 테스트를 진행했다고도 합니다. 마감재로 루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흡음 효과와 미적 측면을 모두 충족하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HNSA Architects

연속적으로 설계된 천창을 통해 적절한 빛의 양을 받게 할 수 있도록 하였고, 성도들이 바라보는 전면부에 빛을 통한 십자가가 형성되도록 의도하여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

“건축은 미래를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과거를 담는 것”이라 말하며 역사를 기억하며 빛과 중력을 통해 건축에 온전히 담아내는 것에 헌신한 마리오 보타. 그의 건축물을 가까운 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이라 여겨집니다. 이 곳을 방문하여 순교자들을 기리며 이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귀중한 공간적 경험을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주소: 경기 화성시 남양읍 남양성지로 112
미사 시간: 화-일 11:00 (입장 가능 시간 09:30 – 11:00)
개인 순례 방문 시간: 13:00 – 18:00 (누구나 입장 가능, 마스크 착용 필수)

  •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남양성모성지 내 식당, 카페, 경당, 성물방은 운영하지 않습니다.
  • 마스크 착용필수 : 야외에서도 마스크 착용해주셔야 합니다. (미착용시 퇴장 조치)

WEBSITE : 남양성모성지


알바로 시자(Alvaro Siza),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알바로시자(Alvaro Siza)
알바로시자(Alvaro Siza)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파주 출판 단지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현대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 불리는 포르투갈 태생의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의 건축물입니다. 1992년 프리츠커상을 받았고, 2002년에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 부분 황금 사자 상을 받았습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완공한 2009년은, 그의 나이 76세였습니다. 대지 1,400평에 연면적 1,100평으로, 지상 3층(지하 1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다양한 크기의 여러 개의 전시 공간이 하나의 덩어리에 담긴 설계로 유명합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내부모습
알바로시자(Alvaro Siza),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이미지 출처: ETRI webzine

가장 인상적인 건 아무래도 조명의 구사 방식일 텐데요. 그는 실제로 화가가 되고 싶었던 건축가이기도 합니다. 그림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자연광을 선택한 것입니다. 전시실마다 인공조명을 자제하고 태양이 무상으로 보내주는 빛을 끌어다 쓴 것인데요. 실제로 3층 전시실은 인공조명을 전혀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슬래브 지붕을 뚫고 설치한 천창으로 들어온 자연광이 천장에 매달아놓은 거대한 이중 천장 레이어의 가장자리를 통해 공간에 퍼뜨려집니다. 빛을 조각하는 건축가라 평가받는 알바로 시자의 특기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치밀하게 계산된 창을 통해 들어온 빛은 흰색의 벽과 글로시한 바닥 마감에 부딪쳐 반사광을 만들어내며, 작품과 공간을 자연스럽게 이어줍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내부 계단
알바로시자(Alvaro Siza),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이미지 출처: ArchDaily

비정형적으로 이어지는 전시실과 복도, 어디로 이어질지 예상하지 못하게 설계된 계단과 중정(中庭)이 연속적으로 등장합니다. 회화와 조각 작품들과 더불어 공간을 탐험하듯이 향유하며 풍부하게 예술을 즐길 수 있습니다. 상업적인 전시 공간으로 방문객을 유혹하는 것이 아닌, 대지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 건축 자체로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는 미메시스 뮤지엄을 꼭 한 번 방문해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주소 : 경기 파주시 문발로 253
개관 시간 : 11월부터 4월까지(11.1 – 4.30) 10:00 – 18:00 / 5월부터 10월까지(5.1 – 10.31) 10:00 – 19:00 / 매주 월, 화 뮤지엄 휴관


WEBSITE : mimesis art museum

INSTAGRAM : @mimesis_art_museum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이미지 출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 평론가인 세라 윌리엄스 골드 헤이건은 그의 저서 ‘공간 혁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하며 건축 디자인은 모든 사람이, 심지어 건축가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에게 중립적인 공간이란 없으며, 지금 머무는 공간은 우리에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반드시 영향을 준다.”라고 하는데요. 이처럼 다양한 감정의 변화와 새로운 인식, 창의성을 일으키는 건축 공간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겠습니다. 놓치고 있었을지 모를 새로운 건축을 경험하기 위해 앞서 소개해드린 서울 근교에 위치한 세계 건축 거장들의 건축 두 곳을 방문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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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진

디자인으로 브랜드를 실재하게 합니다.
고착시키지 않고 포용하며, 오래 가꾸는 일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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