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큼 감정을 전달하기에 효과적인 매체가 있을까요? 사진 작품을 감상할 때 우리는 작가의 시선을 통과해 현장에 당도합니다. 자연스럽게 프레임 안에 담긴 피사체의 표정과 분위기를 읽을 수 있죠. 이러한 특성은 불특정 다수의 감정을 이끌어 내거나, 공감을 얻기 좋은 기반이 됩니다. 특히 연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둘 사이 형성된 유대와 돈독한 애정을 엿볼 수 있어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지요. 이번 시간에는 보통의 연인을 담는 포토그래퍼 3인을 소개합니다.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그늘진 곳에 빛을 비추는
빅 렌테뉴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빅 렌테뉴(Vic Lentaigne)는 퀴어, 젠더 유동성을 탐구합니다. 이성애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들의 정체성과 사랑의 모양을 포착하고 있죠. 그는 14살에 처음 카메라를 집어 들자마자 가장 먼저 사람을 찍고 싶어 했을 정도로 인물 사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는데요. 그의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면 피사체를 향한 따스한 시선이 절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러한 연출의 배경에는 인물 사진에 대한 열정은 물론 사진가의 사려 깊은 마음이 있습니다. 빅은 촬영에 앞서 카메라 앞에 선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도록 노력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느낄지 생각합니다. 모델이 충분히 편한지 확인하는 것만으로 놀라운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지요.
작품의 빈티지한 색감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는 주로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아날로그 기법으로 작업하는 것을 즐깁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촬영부터 현상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특별하고, 디지털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미지의 질감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향한 진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로 나아갑니다. 그가 작품에서 주요하게 담아내는 주제는 바로 자기표현과 소수자성입니다. 기존에 흐릿하게만 다뤄지던 주제를 심도 있게 파고들며 그늘진 영역에 빛을 비추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그의 작품 안에서는 어떠한 편견도 허락되지 않죠. 그의 완고한 철학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WEBSITE : 빅 렌테뉴
INSTAGRAM : @viclentaigne
흑인 게이 씬을 조명하는
클리포드 프린스 킹
로스앤젤레스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포토그래퍼 클리포드 프린스 킹(Clifford Prince King)은 흑인 남성의 사랑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편안하고 친밀하게 서로 연결된 연인을 포착해 일상의 장면을 구현하죠. 그가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흑인 남성을 어딘가 친숙하게 느껴지는 시나리오나 장면에 배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아가 흑인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인종적 기대를 밀어내 고착화된 이미지를 타파하는 것에 무게를 둡니다. 궁극적으로 이미지의 감상자가 아무런 편견 없이 피사체를 마주하고,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을 꿈꾼다고 합니다.
킹은 주로 편안한 환경에서 놀듯이 촬영을 진행합니다. 작업을 위해 모델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저녁 식사를 대접하거나, 조용한 휴식 환경을 조성한 뒤에 카메라를 드는 편이죠. 인위적으로 연출되거나 강요한 느낌이 아닌, 친교와 소속감을 담아내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이런 배려 덕분에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모습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인물들이 입고 있는 청바지에는 세월의 흔적이 보이고, 그들이 머무는 방은 정돈되지 않았습니다. 특정 사진은 초점이 맞지 않거나 피사체가 불안정하게 담겨 있어 현장의 감정이 오롯이 전해지는 듯하죠.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어떤 일상적인 장면들을 떠올릴 수 있을까요?
WEBSITE : 클리포드 프린스 킹
INSTAGRAM : @cliffordprinceking
진솔한 아름다움을 담는
포토메트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활동하고 있는 ‘포토메트로(Fotómetro)’는 두 사진작가, 로나 바(Rona Bar)와 오페크 아브샬롬(Ofek Avshalom)가 함께하는 팀입니다. 이들은 약 4년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으며 그로부터 1년 후 부부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자신들의 관계적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다른 연인들을 찾기 시작했고, 다양한 사랑의 모양을 담는 ‘US’ 프로젝트를 선보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팬데믹으로 인해 대대적인 봉쇄 조치가 있었을 때 진행됐으며, 부부가 커플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고집했던 이유는 각 커플의 이야기가 그들이 사는 집과 환경에 의해서도 전달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 편안한 표정으로 렌즈를 바라보거나 익숙하게 포즈를 취합니다. 정제되지 않았기에 아름다운 장면들. 미디어에서 그리는 전형적인 연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죠. 포토메트로는 파트너와의 친밀한 장소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다양한 커플과 캐릭터를 보여줌으로써 모든 종류의 사랑을 표현하고 축복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다양성을 주제로 고정된 이미지를 해체하고 사회적 규범을 전복시키고자 하죠. 이들이 담아낸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연인의 풍경은 감상자에게 또 다른 울림을 안겨줄 것이라 믿습니다.
독자분들이 그리는 사랑의 모양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세 명의 작가가 포착한 사랑의 장면을 마주한 뒤에는 어떻게 다른가요. 이들의 사진은 기존 미디어에서 도외시되는 소수자의 이미지로 새로운 잔상을 심어 미지의 영역을 성큼 오릅니다. 존재를 알리고, 사랑을 말합니다. 사랑의 규격을 거부하는 예술을 통해 규정할 수 없는 사랑의 거대함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