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애호가가 쓴
세계문학 길잡이 4권

세계문학 앞에서 헤매고 있다면
이정표가 되어줄 고전 애호가들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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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권이 넘는 세계 문학 시리즈 앞에서 방황해보신 적 있나요? 국내에 소개된 세계 곳곳의 보석 같은 책이 많다 보니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그 책의 주요 카테고리는 어떻게 되는지 짐작하기 쉽지 않죠. 그럴 때 나에게 필요하거나 잘 맞는 책을 가늠해보기 좋은 가이드 책들이 있습니다.

어디서든 선배들이 남겨준 족보 같은 자료들은 그 길을 쉽고 빠르게 정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고전이라는 낯설고 어려워 보이는 장르에서도 그렇습니다. 이미 그 길에 들어서서 고전문학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들은 언제, 어떤 책을 만나 삶의 변화를 체험했을까요? 자기만의 관점과 사사로운 이야기를 녹여 세계문학 작품들의 매력을 제시하고 관전 요소를 짚어주는 선배들의 세계 문학 읽기 길잡이 책들을 소개합니다.


김연경, 『살다, 읽다, 쓰다』

김연경, 『살다, 읽다, 쓰다』
이미지 출처: 민음사

『살다, 읽다, 쓰다』는 80편의 세계문학 작품을 소개합니다. 작가가 적절한 큐레이션으로 분류해 놓은 총 일곱 개의 장 앞에서 자신에게 맞는 키워드를 선택해 자유롭게 읽기도 가능합니다.

저자 김연경은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학자입니다. 현재도 러시아 문학과 소설 창작을 강의하며 활발히 활약하고 있기에, 문학에 대한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독창적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저자의 직업 덕분인지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배경지식들도 흥미롭고도 간결하게 소개됩니다. 주로 책 전체 스토리를 설명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장면이나 특정 인물, 사건에 처음부터 포커스를 맞춰서 독자들의 흥미를 단숨에 유발해내기도 하고요.

이 책은 지루하고 딱딱한 학문적 이야기도 우아하게 풀어냅니다. 그래서 책에 대한 개괄적인 이야기를 파악하는 것 이상으로 책의 메시지에 대해 보다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욕심에 생길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살다, 읽다, 쓰다』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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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이현우,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이미지 출처: 문학동네

문득 문학이 무용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즉각적으로 우리 삶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실용서들에 비하면 문학은 여러 단계를 거쳐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체화됩니다. 당장 그 유용성을 드러내지 않죠. 때로 문학의 느림에 답답해져서 그 가치를 다시금 떠올리며 마음을 다지고 싶을 때, 문학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처음 문학을 읽고 가슴 뛰었던 시간을 차츰 다시 떠올리며 초심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 책의 저자 이현우는 세계문학 서평을 꾸준히 쓰는 전문가입니다. 본명인 이현우보다 인터넷 서평을 쓸 때 쓰는 필명 ‘로쟈’로 더 유명하죠. 로쟈는 러시아 문학의 대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합니다. 필명의 출처에서 드러나듯 그는 열정적으로 세계 문학을 사랑하고, 세계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아 문학이라는 세계를 항해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지만, 프랑스, 영미문학, 일본, 한국 등 국가 상관없이 다양한 세계문학을 소개합니다.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이미지 출처: 교유서가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 되는 저 낯 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_알베르 카뮈, 섬에 부쳐서

이 글은 장 그르니에의 책 『섬』에 바친 카뮈의 유명한 추천사입니다. 로쟈 이현우는 카뮈처럼 이 책을 처음 읽을 낯 모르는 독자를 부러워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문학 서평을 씁니다. 그는 자기 생각과 느낀 점을 독자들에게 열정적으로 털어놓습니다. 때로는 특정 작품에 대한 진부하고도 보편적인 감상을 타파하는 참신한 관점을 내놓기도 하고, 짓궂고 우스운 표현으로 독자를 웃기다가 넌지시 사회를 풍자하기도 합니다. 그의 책을 읽다 보면 하다 하다 ‘서평을 읽다가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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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책은 도끼다』

박웅현, 『책은 도끼다』
이미지 출처: 북하우스

출간된 후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책이죠. 저자 박웅현은 특유의 인문학적 감성으로 대중들의 가슴을 흔드는 카피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앞서 소개한 책들의 저자와는 달리 광고업계 종사자인 그는 성공한 광고인이 되기까지 자신만의 창의력과 감성을 벼려준 책들을 소개합니다. 김훈, 법정 스님, 밀란 쿤데라, 톨스토이, 카뮈, 카잔차키스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인용하며 그는 ‘다르게 보는 방법’과 ‘깊이 사유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죠.

박웅현의 책을 읽다 보면 느껴지는 시선이 있습니다. 바로 익숙한 것들에 던지는 다정한 관찰자의 시선입니다. 그는 흙, 나무, 바람과 같은 자연은 물론이거니와 매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 가족들, 직장 동료 등 일상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해 무뎌지는 주체들에 거리를 두고 빤히 바라보죠. 너무 익숙해져서 놓치고 있었던 사물의 원리나 본질을 포착하면 그는 어린아이처럼 감탄합니다. 이 책은 그의 영감이 원천이 되어준 책들을 소개하는 강연회 내용을 그대로 옮기고 있기에, “놀랍지 않나요?”, “경이롭습니다!”라며 연신 경탄하는 작가의 감정을 생생히 느낄 수 있습니다.

박웅현의 순수한 경탄을 들으며 책을 덮고 나면 불현듯 ‘나도 이 책을 읽으면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우리는 다정하고 순수한 그의 손에 이끌려 자연스레 원작으로 발을 내딛게 됩니다. 그가 감탄을 내질렀던 부분을 만나면 마치 낯선 여행지에서 친구가 다녀간 흔적을 찾아낸 기분으로, 괜히 반가운 마음을 갖게 될 것이고요. 이것이 바로 고전 문학 애호가들이 서로 느끼는 동질감이구나, 싶어 뿌듯해지실 겁니다.


『책은 도끼다』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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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사실, 『퇴근길엔 카프카를』

의외의사실, 『퇴근길엔 카프카를』
이미지 출처: 민음사

일상에서 세계 문학을 읽는 것은 마치 여행을 다녀오는 기분입니다. 책 속에 몰입하며 내 현실과 단절되는 그 순간에는 전혀 다른 시공간으로 잠시 여행을 떠나는 것이죠. 그러다 돌아온 현실은 미묘하게 달라져 있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책 속 세계에서 느낀 점이 현실에 접목되기 때문이죠. 패스포트툰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책은 일상을 고전 속으로 떠나는 여행으로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퇴근길엔 카프카를』은 민음사 블로그에서 연재되었던 웹툰을 엮어 출간한 만화 형식의 책입니다. 세계적인 고전문학 작품의 단점이라면 시대가 다른 탓에 이미지를 상상하는 데 수고가 따른다는 점인데요. 작가 의외의사실은 각 작품의 주요 장면을 단순하면서도 사랑스럽게 그려내 진입장벽을 낮춰줍니다.

의외의사실은 일상에서 고전을 읽는 경험을 만화 형식으로 녹여냈습니다. 고전 속 인물들이 발화하는 대사는 심오하고 진지하지만, 귀여운 그림체 덕분에 우리는 그런 무거운 생각도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죠. 그리고 천천히 호흡하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의 이야기 속도 덕분에 독자들은 한걸음 비켜 서서 느긋하게 고전을 감상하게 됩니다.

작가는 고전만 소개하지 않습니다. 그 고전을 읽는 자신의 에피소드나 기존의 생각이 변화하는 과정도 그려내는데요.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고전 작품들은 절대 쉽지 않지만, 같은 현실을 살면서 이런 작품들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작가에게 동기를 부여받고 원작에 뛰어들게 될 것입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보면 정말 나와 비슷한 세상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거든요.


『퇴근길엔 카프카를』 상세 페이지
『퇴근길엔 카프카를』 구매 페이지


고전문학에 담긴 저자의 관점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해낸 사람들은 관련 분야의 학자이기도, 평론가이기도, 만화가이기도, 책과 상관없는 업계의 종사자이기도 합니다.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진 데다가 각자 경험한 것이 다르니 같은 책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으로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요. 그런 차이점을 포착하게 될 때면, 꼭 지정 책을 읽고 독서 토론에 참여한 여러 참여자의 토론을 지켜보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관망만 하지 말고 우리도 그 토론에 함께 뛰어들어보면 어떨까요? 더 이상 외롭고 막연한 기분으로 책 읽지 마세요. 앞선 고전 애호가들이 던지는 독창적인 시선을 기억하고 그 작품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원문의 저자가 보여주는 세계와, 애호가들의 시선과 나의 생각이 공명하며 독서 경험이 확장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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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빈

고전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방황하고 반항하며 만드는 담론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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