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우리 문화’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시나요? 곁에 두고 보는 전통 오브제나 직접 사용하는 오래된 물건이 있나요? 오늘날, 전통의 현대적 계승과 활용에 대해 고민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이들은 흔히 ‘한국적’이라 하면 연상되는 소재를 요즘 문법에 맞춰 재디자인합니다. 결과물은 발랄할지라도 이면엔 늘 진지한 철학과 사명감을 간직한 게 특징이죠. 가장 오래된 것에서 새것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브랜드 3곳을 모았습니다. 일상에 남다른 정취를 더하고 싶다면 이들의 이야기를 주목해보세요.
소백
소백은 우리가 아는 ‘소백산’에서 이름을 따왔는데요. 대표인 박민아 디자이너의 고향으로, 어린 시절 할아버지께서 직접 지으신 한옥에서 자연을 벗 삼아 자랐다고 합니다. 이후 서울로 올라왔지만 소백산은 늘 그녀의 마음 깊이 그리움으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내 그녀는 소백이 단순한 고향을 넘어 자신의 근간임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브랜드명엔 ‘So_back’, 즉 소백에서 태어났기에 소백으로 돌아간다는 의미 또한 함께 담깁니다.
소백은 한국적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의식주 문화 전반을 만들어가는 브랜드입니다. 박민아 디자이너는 조선시대 서민의 삶에 깃들었던 한국적 미에 주목해 이를 다양한 오브제와 생활용품으로 구현합니다. 그러니 소백의 물건들에서 따뜻하고 맑은 백자 특유의 질감이 느껴지는 건 우연이 아니겠죠. 대표 제품인 달항아리 명상 오브제는 달항아리를 그대로 축소한 모양새인데요. 인센스 및 캔들 홀더이자 아로마 오일 디퓨저로 사용 가능해 더욱 유용합니다. 지금 리움미술관에서 5월 28일까지 진행되는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전에서는 특별 콜라보 제품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나만의 작은 항아리를 마련해보세요.
WEBSITE : 소백
INSTAGRAM : @so_back.official
오우르
오우르는 전통 속 패턴을 이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여러 디자인 굿즈에 녹여냅니다. 한국의 옛것이 간직한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아 없던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죠. 장하은 대표는 어릴 적부터 한복 디자이너이자 전통문화 공연 연출가인 어머니 곁에서 우리 문화를 자주 접했다고 합니다. 이에 전통의 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자연스럽게 품었고요. 이후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옛 패턴을 요즘에 맞게 되살리고 변주하는 일을 시작합니다.
오우르는 자체 디자인 패턴을 패브릭에 입히며 물건을 만듭니다. 단청, 서까래, 연화 무늬, 기와 등 옛것이라면 무엇이든 오우르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티 코스터와 담요, 티슈 케이스, 앞치마 등 일상용품을 제작해 생활에 전통의 멋이 스미도록 돕습니다. 오브제 겸용 제품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옥장식 노리개를 모티브로 한 석고 방향제는 특히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입니다. 복주머니 파우치, 캔들 등도 뜯어볼수록 귀엽습니다. 최근 2023 SS 시즌을 맞아 오우르는 ‘겨울의 끝에 스며드는 태양’을 주제로 인상적인 컨셉 룩북을 선보였습니다. 겨울의 방해에도 결국 피어나는 봄볕처럼, 한계를 뚫고 계속해서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이들의 곧은 철학이 느껴집니다.
WEBSITE : 오우르
INSTAGRAM : @ouwr.kr
이감각
이감각은 한국 고유의 역사와 문화에서 발견한 미적 요소를 색다르게 풀어냅니다. 대학 시절 만난 두 디자이너가 함께 꾸려가는 곳이죠. 브랜드의 이름은 제품을 보자마자 즉각 ‘감각적’이란 인상을 받았으면 해 그렇게 지었다고 해요. 선뜻 구매할 만큼 예쁘면서도 전통의 스토리가 담긴 물건을 전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입니다. 따라서 ‘한국 전통’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모습은 피하면서도 충분히 옛것의 미감이 느껴지도록 신경을 씁니다.
이감각의 제품군은 유독 다채롭습니다. 패션부터 리빙 아이템까지 갖가지 소재와 작업 방식으로 눈길을 끌죠. 복주머니를 꼭 닮은 럭키백과 자수 장갑, 벙거지 등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입는 법’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조상님이 행운을 기원하며 그렸던 호작도, 화조도는 이감각을 만나 노방 자수 포스터로 재탄생했습니다. 단청 색을 입힌 토분, 매듭 화병 등 협업을 통한 새로운 도전에도 거침이 없습니다. 이처럼 에너지 가득한 이감각은 최근 리브랜딩을 진행 중입니다. ‘우리 자신으로부터의 이야기’란 슬로건으로 또 한 번 모두를 놀라게 할 준비를 마친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WEBSITE : 이감각
INSTAGRAM : @leegamgak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너무 많이 들은 나머지 식상해져버린 문장이지만, 위 브랜드와 같은 곳을 보면 다시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한국인의 시선에서도 독창적인데 세계인의 시선에선 얼마나 신선해 보이겠어요. 문화 콘텐츠 분야의 한류가 대세로 자리한 요즘, 어쩌면 디자인도 근미래에 그 길을 따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오래된 것이 가장 새로울 수 있다는 진리를 몸소 증명하는 세 브랜드의 행보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