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통해 문화를
보존하는 그룹 ‘MAMA’

끼니가 아닌 문화
문화의 보고로서의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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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와 봉쇄정책이 한창이던 2020년, 로스앤젤레스에 혜성처럼 등장한 하나의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MAMA(MAMA Meal Talk)인데요. 이들은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어 폐업 위기에 내몰린 이민자들의 음식점을 조명합니다. ‘~레스토랑’이라는 문자 뒤에 숨겨진 풍성한 역사와 이야기를 알리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콤보 세트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죠. 이들은 음식을 기본 재료로 콘텐츠와 머천다이즈를 이용해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무너질 위기에 처했던 이민자들의 식당을 살린 MAMA의 행보를 소개합니다.


이민자들의 맛을
지키기 위해 모인 이들

MAMA
이미지 출처: MAMA 공식 홈페이지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안겨준 팬데믹, 그 무시무시한 폭풍은 지역사회에 매섭게 불어닥쳤습니다.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로스앤젤레스의 지역 음식점들도 예외는 아니었죠. 거리두기와 봉쇄정책으로 인해 많은 업체가 그간의 긴 여정을 뒤로하고 스러졌습니다. 2020년, MAMA가 등장하기 전까지는요.

MAMA는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지역 음식점을 지원하는 플랫폼입니다. 이들은 과소평가 되거나 잘못 표현되곤 했던 이민자들의 문화와 음식에 담긴 유구한 전통과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한 발 나아가 협업과 행사를 통해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식당들이 번창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기까지 하죠. LA의 지역사회 곳곳에 스며든 유서 깊은 이민자들의 식당을 알리고 보존하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맛을 넘어 문화를 알리는 플랫폼

MAMA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가게 홍보
이미지 출처: MAMA 공식 인스타그램
드라이브 바이 키친
이미지 출처: MAMA 공식 인스타그램

MAMA는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민자들의 음식점에 접촉해 지역 곳곳에 ‘드라이브 바이 키친’(미리 포장된 음식을 가져갈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 서비스)을 구축합니다. 같은 문화권의 음식점들을 규합해 ‘콤보 메뉴’를 선보였죠. 선주문을 통해 사람들의 수요를 파악한 뒤 정해진 장소에서 배급했습니다. 팬데믹의 심화로 식당에 찾기를 꺼리는 이들을 위한 비대면 서비스를 고안한 겁니다.

MAMA와 협의를 통해 영업을 재개한 '정원식당'
이미지 출처: MAMA 공식 인스타그램
MAMA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가게 홍보
이미지 출처: MAMA 공식 인스타그램

식당의 고유한 맛을 소개하는 데서 나아가, 이들은 인스타그램과 틱톡 계정을 통해 홍보를 돕기도 합니다. MAMA의 틱톡 계정은 2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죠. 이를 이용해 위구르, 온두라스, 멕시코, 인도네시아, 태국, 일본, 한국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식당의 역사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특히 팬데믹으로 인해 26년간 운영됐던 ‘전원식당’의 폐점 소식이 인상 깊습니다. 2020년 업로드된 영상에서는 식당의 주인인 정예준 씨가 등장해 안타까운 소식을 직접 전했죠. 그 후, MAMA는 이들과 협업해 드라이브 바이 키친의 형태로 사라진 전원식당의 맛을 사람들에게 전했습니다. 전원식당은 이를 계기로 2년 뒤, 코리아타운의 다른 장소에서 영업을 재개하게 됐는데요. 이들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상황임에도 MAMA와의 협업을 통해 식당의 맛을 찾고 기억해준 손님들이 있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전합니다.

가게 사장님들
이미지 출처: MAMA 공식 인스타그램

문화를 위해, 지역사회를 위해

베버리순두부 티셔츠
이미지 출처: MAMA 공식 인스타그램

MAMA가 지역사회를 위한 입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건 팬데믹 기간 동안 무기한 휴점에 들어갔던 ‘베버리순두부’와의 협업 전후였습니다. 이들은 순두부찌개 전문점인 이곳의 간판을 활용해 티셔츠를 제작했고, 이는 3분도 채 되지 않아 매진됐죠. 수익금의 절반은 가게 측과 나눴습니다. 뿐만 아니라 ‘Respect Your Elders’라는 비영리단체를 조직해, 팝업을 통해 판매한 끼니만큼을 가게에서 추가로 구입해 지역 노인들에게 기부합니다. 어려움에 처한 노인들에게는 양질의 음식을, 식당에는 추가적인 수입을 제공한 셈이죠.

나이트마켓
이미지 출처: MAMA 공식 인스타그램
나이트마켓
이미지 출처: MAMA 공식 인스타그램

MAMA는 2022년, ‘나이트마켓’을 열며 지역사회를 위해 또 한 번 도약합니다. 그동안 비대면으로만 접했던 사람들과 음식점이 한자리에 모이는 순간이었죠. 첫 번째로 열린 행사는 준비됐던 2,000명분의 티켓이 일주일 전에 매진됐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고유한 문화와 맛을 가진 22개 이상의 음식점이 출점했죠. MAMA는 이 행사를 위해 이민자 출신의 두 디렉터가 이끄는 패션 브랜드, ‘Kids Of Immigrants(KOI)’와 협업한 티셔츠를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티셔츠에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았죠. “We are all cut from different fabrics, but together make a whole. This is for our family and for all우리는 모두 다른 원단에서 나온 존재, 하지만 함께함으로써 하나가 된다. 우리들의 가족과 아이들을 위하여”. 티셔츠의 판매 수익은 Respect Your Elders에 기부됐습니다.

MAMA
이미지 출처: MAMA 공식 인스타그램

WEBSITE : MAMA
INSTAGRAM : @mamamealtalk


MAMA는 “우리의 음식이 죽으면(혹은 사라지면), 문화 또한 죽는다(혹은 사라진다)”고 말합니다. 이들에게 음식이란, 단순히 배고플 때 골라 먹는 것을 넘어 우리 의식과 삶의 방식을 결정짓고 지탱해주는 토양과도 같은 존재죠. 필자의 이전 기사, 『쇠락한 원도심의 변신 개항로프로젝트』에서 다뤘던 것처럼, 지역에 자리 잡은 식당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폐업과 산업의 몰락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아프리카의 한 격언처럼, 이야기와 전통으로 가득한 도서관 하나가 무너지는 것과도 같죠. 자기만의 색깔과 문화를 지키는 지역의 식당들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종일

박종일

차이를 없애버리려는 시도에 반해,
무엇과도 구별되는 세계를 찾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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