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해체한
동시대 아티스트

다른 방식으로
읽는 눈, 코,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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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관리, 하시나요? 겉모습을 뜻하는 ‘외모’에 유지하고 감독한다는 ‘관리’가 뒤따라 붙는 것은 좀 어색한데요. 신체를 통제할 대상으로, 나아가 사람을 판별하기에 쉽고 빠른 기준으로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생김새, 피부 결, 입는 옷 등에 부여한 가치를 집단 내 위치, 건강, 취향 등으로 치환하죠. 그러나 몸의 언어는 말보다 빠르게 읽히고, 인위적으로 제한하기 어려우며, 라이브 방송처럼 늘 움직이며 온에어됩니다.

오늘은 우리에게 덧씌워진 장막을 벗기고, 자연 그대로로 돌아가보는 것도 재밌겠습니다. 그리곤 다양한 해석을 살펴보는 거예요. 몸에 대한 각자 나름의 강박을 버리는 데 도움을 줄 테니까요. 신체 중 가장 대표성을 띠며 변화하는 기관은 ‘얼굴’인데요. 여기에 보편적 기준을 거부하고 색다르게 해석한 동시대 아티스트 3명을 소개합니다.


연인을 보는 눈

파티마 론퀴요, “Hand with William Shakespeare’s Sonnet 87”, 2019
파티마 론퀴요, “Hand with William Shakespeare’s Sonnet 87”, 2019, 이미지 출처 : 파티마 론퀴요 공식 웹사이트
파티마 론퀴요, “Hand with Pearls and Lovers’ Eyes”, 2017
파티마 론퀴요, “Hand with Pearls and Lovers’ Eyes”, 2017, 이미지 출처 : 파티마 론퀴요 공식 웹사이트

파티마 론퀴요(Fatima Ronquillo, 1976~)는 주로 고전을 기반으로 미술사, 문학, 연극 등에서 영감을 찾습니다. 별도로 예술 교육을 받지 않은 독학 아티스트이기도 합니다. 그는 특히 ‘연인의 눈’과 이를 소유하려는 욕망에 주목합니다. 그림 속 반지처럼 실제로 1785년경 왕실 부부를 비롯해 영국 전역에는 브로치, 목걸이 등 작은 장신구에 눈 그림을 담는 것이 유행했는데요. 사랑이나 애도를 표현하는 용도였습니다. 배우자뿐만 아니라 불륜 상대나 고인의 눈을 담기도 했죠.

론퀴요는 사랑의 본질적인 속성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사랑은 미디어에서 따뜻하고 긍정적으로만 그리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기쁨, 고통, 절망, 숭배, 치유, 갈망 등 갖가지 극단적인 감정과 욕구가 뒤섞여 있죠. 특히 ‘눈’은 사랑에서 비롯된 이 복잡함과 본능을 잘 대변하는 곳인데요. 이토록 숨길 수 없는 시선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요?


INSTAGRAM : @fatimaronquillostudio


엉망으로 쌓인 코

에밀리오 빌랄바, “THE MIRROR!”, 2016
에밀리오 빌랄바, “THE MIRROR!”, 2016, 이미지 출처 : modern eden gallery
에밀리오 빌랄바, “The Room (Study for Jessie)”, 2016
에밀리오 빌랄바, “The Room (Study for Jessie)”, 2016, 이미지 출처 : 8LAB

분해된 초상화를 그리는 ‘에밀리오 빌랄바(Emilio Villalba, 1984~)’는 미묘한 감정의 움직임을 탐구하고, 구상과 추상을 섞어 재현합니다. 코 3개, 눈 4개, 입 2개 등이 장노출 파노라마 사진처럼 중첩되어 우스꽝스러운 형태를 띠죠. 조화롭던 이목구비를 왜곡해 각 부위에 부여된 기존 이미지를 파괴합니다. 미간을 찌푸리면 화를 내는 것, 코를 씰룩이면 역한 냄새를 맡는 것, 입가가 떨리면 불안한 것 등처럼 표정에 대해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정했던 약속을 탈피합니다.

빌랄바는 강박, 충동, 억제, 혼란 등 취약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숨기려 하는 점들을 ‘보편적인 압박감’으로 정의하고, 이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작품으로 말하죠. ‘늘 엉망진창인 것들에 매력을 느꼈다’는 작가의 말을 듣고 초상화를 다시 보면, 더 이상 괴이하지만은 않게 느껴집니다. 오히려 독특한 위로가 담겼음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울퉁불퉁한 면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INSTAGRAM : @emilio_villalba


매혹과 혐오가 있는 입

지나 비버스, “HILARISAD”, 2019, 작품 일부
지나 비버스, “HILARISAD”, 2019, 작품 일부, 이미지 출처 : kostyal
지나 비버스, “Addiction Lips”, 2020
지나 비버스, “Addiction Lips”, 2020, 이미지 출처 : marianne boesky gallery

지나 비버스(Gina Beavers, 1974~)는 유튜브, 트위터 등 각종 소셜 미디어에 떠도는 이미지를 포착합니다. 렌더링된 부조 위 아크릴 물감을 겹겹이 쌓는 방식은 시각과 촉각을 자극하죠. 비버스의 소재는 메이크업 튜토리얼, 인터넷 밈, 셀프 카메라, 푸드 포르노 등으로 인스타그램에서도 많은 해시태그에 걸려 있는 대상입니다. 문화를 막론하고 세계 전반에 걸쳐 중복되는 이미지인데요.

비버스는 ‘사실’을 입체적으로 옮길 뿐입니다. 소재의 원천인 ‘소셜 미디어’는 관심받고자 하는 욕구가 넘쳐나는 곳이죠. 그 안에서 떠도는 이미지도 아름답고, 정제되고, 잘 찍었고, 잘 찍혔고, 잘나 보이는 상태를 대변합니다. 그러나 그 ‘좋고 괜찮은 느낌’은 복사되지 않고 되려 반대되는 감정인 기괴함과 혐오스러움이 자극되는 건데요. 본래 목적하던 매혹은 길을 잃고 확대되어 잘린 입술만 불안함과 불편감을 유발합니다.


INSTAGRAM : @gina_beavers


매일 마주치는 얼굴들부터 사랑하는 얼굴들, 미워하는 얼굴들까지. 내 얼굴엔 어떤 얼굴이 담겨 있을까요? 러브 유어셀프 같은 교훈을 전달하려는 게 아닙니다. 얼굴은 그저 얼굴, 몸은 그냥 몸, 어떠한 의미도 가치도 부여하지 않은 날 것의 상태를 너무 멀리 두었다는 겁니다. 사전에 나온 뜻 그 자체의 ‘몸’은 오랫동안 지워진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몸은 인간이라면 태어날 때 누구나 지닌 기본값처럼 느껴져서 저마다 다른 형태라는 걸 알아챌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 주는 기준점에 내 몸까지도 함께 두고 재단하는 시선으로 본 것처럼 말입니다. 어떤 프리즘도 통과하지 않은 눈, 코, 입을 바라보세요.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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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윤지

미술 에디터.
작은 것에서도 의외성을 찾아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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