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도시’하면 떠오르는 곳은 어디인가요? 유럽에선 프랑스 파리를 빼놓을 수 없지요. 크고 작은 뮤지엄과 갤러리 140여 곳이 있고, 작업실, 아카이브 등 관련 공간까지 더하면 200곳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술의 숨결이 살아있는 도시에 이미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루브르나 오르세만 알고 갈 순 없죠. 파리의 숨겨진 미술관 3곳을 소개합니다. 마치 천천히 산책하듯 돌아볼 수 있을 거예요.
작은 정원 속 여유
들라크루아 미술관
송중기는 드라마 ‘빈센조’ 7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유의 여신이 들고 있는 자유, 평등, 박애의 삼색기를 세 곳에 배치했죠”. 바로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1798-1863)의 작품을 묘사한 내용인데요. 해당 작품은 콜드플레이의 노래 ‘Viva La Vida’가 포함된 앨범의 커버로도 알려져 있죠. 1830년에 그려졌지만 2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렬한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화가의 삶 일부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요. 루브르 박물관에서 도보로 10분, 센느 강 다리를 건너면 보이는 ‘외젠 들라크루아 국립 미술 박물관’이 그곳입니다. 작은 광장 속 골동품 가게와 꽃집 근처에 있어 고요와 낭만을 함께 느낄 수 있는데요. 미술관은 들라크루아가 실제로 작업하며 살았던 아틀리에를 개조해 1971년에 새로이 개장한 곳입니다. 생전 화가가 썼던 팔레트, ‘민중을 이끄는 자유’ 습작 등을 비롯 초기작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폭 좁은 쪽문으로 연결된 비밀스러운 정원이 나타나는데요. 한쪽 벽을 뒤덮은 담쟁이 식물과 함께 잘 다듬어진 화단을 만날 수 있습니다.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가 근처 성당의 벽화 작업으로 잠시 머물렀다가 마음을 바꾸어 이곳에서 말년을 다 보냈던 이유를 알 것만 같네요. 들라크루아가 오랜 시간을 보냈던 정원 속 초록 내음이 가득한 벤치에 앉는 순간, 시간은 느리게 흐를 거예요.
정식 명칭: Musée National Eugène-Delacroix
주소: 6 rue de Furstemberg, 75006 Paris
WEBSITE : 들라크루아 미술관
INSTAGRAM : @museedelacroix
인상파가 좇던 빛
몽마르트르 미술관
19세기 인상파 예술가들은 파리에서 가장 높은 언덕 ‘몽마르트르’에 몰려들었습니다. 지금은 초상화가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데요. 캔버스와 이젤로 즐비한 돌길을 따라 3분 정도 내려오면 ‘몽마르트르 미술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일반 상점 대문과 크게 다르지 않아 지나칠 수도 있어요.
이곳은 당시 반 고흐, 피카소, 모리스 위트릴로 등 예술가들이 모였던 아틀리에였어요. 때로는 작업실로, 때로는 토론장으로 탈바꿈하며 영감을 밝히는 장소가 되었지요. 주요 전시작은 몽마르트르 역사 자료, 물랭 루즈의 작은 거인인 툴르즈 로트렉(Toulouse-Lautrec, 1864-1901), 고대 조각 같은 인물화를 그렸던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 등의 작품입니다.
지대 높은 정원에서는 파리 시내 전경이 한눈에 펼쳐지는데요. 에펠탑, 화가 부댕이 잠들어 있는 생 방생 공동묘지 등이 보일 거예요. 활기 넘치던 거리와 상반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데요. 뭉개는 듯 부드러운 화풍을 그리던 르누아르(Auguste-Renoir, 1841-1919)의 걸작이 탄생한 곳도 이곳입니다. 몽마르트르에 가신다면 햇살이 풍요로운 정원에서 그들이 좇았던 빛 속을 거닐어보세요.
정식 명칭: Musée de Montmartre
주소: 12, rue Cortot – 75018 Paris
WEBSITE : 몽마르트르 미술관
INSTAGRAM : @museedemontmartre
미술관의 뼈 사이 걷기
팔레 드 도쿄
늦은 밤, 실내 산책을 하듯 둘러볼 수 있는 현대미술관도 함께 소개합니다. 팔레 드 도쿄는 2024년 개최될 파리 올림픽에서 태권도, 펜싱 등의 경기장으로 바뀔 ‘그랑 팔레’ 바로 옆에 자리합니다. 오후 9시까지 오픈하여 현지에서는 퇴근 후에도 갈 수 있는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37년 국제 예술 박람회를 계기로 설립되었으며, 미술관이 있던 당시 거리는 동맹국이었던 일본의 수도를 따서 도쿄 거리라는 별칭으로 불렸습니다. 미술관도 거리의 이름을 따르게 된 것이죠.
지금 내부는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등 건물의 뼈가 그대로 보이는데요. 다른 목적의 건물을 미술관으로 재개관하고자 정비하던 당시에 최대한 본래 형태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빛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 2층 벙커까지 전시가 이어지는가 하면, 높은 층고에 전시 동선도 정해져 있지 않아 모든 방향으로 개방된 느낌이 들죠.
한 시즌이 끝날 때마다 매번 작품은 바뀌며, 어떤 작품도 소장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습니다. 그래서인지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으로 가득하여 소위 ‘힙하다’는 감탄이 나올 법한 신진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파리 예술의 최전선을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아도 좋겠습니다.
정식 명칭: Palais de Tokyo
주소: 13 avenue du Président Wilson 75116 Paris
WEBSITE : 팔레 드 도쿄
INSTAGRAM : @palaisdetokyo
오늘 소개해 드린 공간들에 필자가 직접 다녀와 봤는데요. 아트씬을 활발하게 밝히는 공간임은 여전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매해 새로운 작품으로 꾸려져 새로운 공간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하늘길이 열리며 출국도 활발한 요즘, 프랑스에 가신다면 방문해 보세요. 그리고 ‘파리의 오늘 예술은 이렇다’라고 필자에게 귀띔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