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밖으로 나온
학자들의 책 3권

세계를 더 넓고 깊게
탐구하는 학자들의 대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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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단순히 많은 지식을 쌓는 것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릅니다. 추상적이었던 개념이 일상과 실제로 맞닿을 때, 내가 구축해 온 세계가 다른 세계와 만났을 때 일어나는 배움이 진짜 공부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번 아티클은 책상 위에서가 아니라, 삶에서 공부를 실천한 학자들의 여정이 담긴 책들을 소개합니다.


김미소,
『언어가 삶이 될 때』

김미소, 『언어가 삶이 될 때』
이미지 출처: 한겨레출판

첫 번째 책은 응용언어학자 김미소의 에세이예요. 이 에세이는 언어학이 얼마나 오랜 전통을 가진 학문인지, 혹은 외국어를 가장 빨리 습득할 수 있는 비결을 설명하기보다, 언어가 삶과 분리될 수 없는 이유를 들여다봅니다.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맥락에서 출발하는데요. 베트남에서 온 새엄마를 돕기 위해 어린 나이에 ‘언어 중개자’가 되었던 저자의 경험에서 시작해, 현재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과 생각이 책의 전반부를 이룹니다. 다문화가정의 구성원, 외국인 노동자, 교수 등 여러 정체성 사이에서 그가 얻은 깨달음은 언어가 자신과 타인, 세상을 연결해 주는 매개라는 것이었습니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소통의 기술을 익히는 게 아니라 다른 문화와 충돌하며 나의 세계를 넓히는 일이라는 사실도요.

책의 후반부는 외국어 울렁증이 있는 독자들에게 조금 다른 공부법을 제안해요. 취업을 위해, 연봉을 높이기 위해 하는 공부도 필요하지만, 외국어를 배우고 싶은 이유를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죠. 내가 다른 언어를 통해 어떤 경험을 쌓아가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알 때, 언어가 비로소 다른 세상과의 징검다리가 되어줄 수 있다는 거예요. 언어를 매개로 나의 세상을 확장하고 싶다면, 수많은 경계 위에서 고민해 온 김미소의 에세이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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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X유지원,
『뉴턴의 아틀리에』

김상욱X유지원, 『뉴턴의 아틀리에』
이미지 출처: 민음사

다음은 물리학자 김상욱과 타이포그래피 연구자 유지원이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코너의 글을 묶은 책입니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은 과학과 예술이 경계 없이 만나 교차하는 공간이에요. 살바도르 달리 작품에 빠져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물리학자 김상욱과, 어려서부터 수학 문제를 공간으로 환원해서 푸는 걸 좋아했다는 타이포그래피 연구자 유지원이 다양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생각을 펼쳐놓습니다.

두 저자는 예술과 과학을 자유롭게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데요. 가령, 김상욱은 ‘소통’을 주제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에 담겨있는 인간의 외로움을 사유합니다. 대체로 곡선인 자연물과 대비되는 직사각형의 창문을 보며, 인간 문명과 정보화 시대의 부작용을 떠올리죠. 그런가 하면, ‘인공지능’을 논하는 글에서 유지원은 예술가의 입장에서 기계가 과연 작품을 창작하는 몸이 될 수 있을지 질문합니다. 미술사 상 기계의 발달은 인간 몸의 고유한 가능성을 특정한 방식으로 제한해왔다고 말하면서요. 그럼에도 그는 종이를 사방으로 돌리며 작업했던 조선 시대의 인쇄본을 예시로 들며, 인간이 새로운 기술과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합니다.

이처럼 『뉴턴의 아틀리에』에서 과학자는 과학에만 머무르지 않고, 예술가는 예술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기꺼이 다른 영역을 탐험하며 교차와 소통의 순간을 꿈꾸죠. 우리 삶과 밀접한 주제들에 관해 각자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두 사람의 창의적 관점이 궁금하다면 『뉴턴의 아틀리에』를 펼쳐보시기를 바랍니다.


『뉴턴의 아틀리에』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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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음악인류학자의 케이팝하기』

김정원,
『음악인류학자의 케이팝하기』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마지막으로 살펴볼 책은 음악인류학자 김정원의 자기민족지예요. 자기민족지는 연구자가 특정 문화의 내부자로서 참여관찰한 기록을 의미하는데요. 케이팝을 연구하는 음악인류학자로서 김정원은 직접 케이팝 팬덤이 되어 그 경험을 서술합니다.

김정원은 아이돌 그룹의 변천사나 장르의 스타일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케이팝을 실제로 향유하는 청중을 이해하고자 해요. 그래서 그들의 행위를 ‘케이팝하기’라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살펴봅니다. 이 책의 재미는 클래식 전공자라는 배경을 가진 저자가 적극적인 케이팝 팬덤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에 있어요. ‘입덕기’를 거쳐 ‘덕메’들과 함께 ‘스밍’을 돌리고, ‘떼창’으로 콘서트에 참여하고, ‘팬싸’와 ‘영통’에 응모하고, ‘생일카페’를 준비하는 저자의 경험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도 케이팝 팬덤 문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죠. 나아가 팬과 스타의 관계, 젠더와 섹슈얼리티, 팬데믹의 문제 등을 성찰하는 부분에서는 케이팝 팬덤이 사회와 상호작용하는 유기적인 공동체라는 점을 알게 됩니다.

이 기록을 다 읽을 때쯤이면 케이팝 팬덤이 가진 능동성과 자발성에 놀라고, 대중음악을 둘러싼 사람들의 활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덕업일치’를 이룬 학자이자 팬의 솔직한 경험담으로서 『음악인류학자의 케이팝하기』는 문화를 바라보는 음악인류학적 관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음악인류학자의 케이팝하기』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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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펙은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가 바로 사랑이라고 정의한 바 있는데요. 오랜 시간 공부한 학자들이 세계에 대한 더 넓고 깊은 이해를 위해 자신을 확장하는 모습에서 저는 아주 농밀한 사랑을 포착합니다. 애정과 관심은 대상에 관한 공부로 이어지고, 대상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더 깊은 이해와 사랑에 다다르니까요. 여러분은 지금 무엇을 사랑하며 공부하고 계시나요? 그것이 무엇이든, 사랑이 깃든 공부의 끝에 값진 성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율리

율리

사람이 얼마나 음악적인지 이야기하고 싶어
보고, 듣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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