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하는 당신이
바로 예술

창작이라는 행위는
공유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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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예술을 향유하는 방법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미술관 등의 전시 관람에서부터 작가의 SNS 계정 팔로우, NFT 컬렉팅에 이르기까지 예술을 ‘보는 이’들의 활동은 점차 그 반경을 넓혀가며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부분의 활동은 ‘창작자’와 ‘향유자’라는 이분법적인 입장을 가정하고, 한쪽이 예술을 생산하면 다른 한쪽은 그것을 소비한다는 일정한 틀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창작의 구조적인 한계인 것일까? 아닐지도 모른다. 이번 그레이에서는 창작자와 향유자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대중이 창작이라는 행위에 직접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그 메시지가 완성되는 ‘사회 참여 예술’의 문화적 의의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


사회 참여 예술이란 무엇인가

이론적으로 ‘사회 참여 예술(Socially Engaged Art)’은 예술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여 그들을 사회를 위한 실천에 나서도록 할 수 있다고 믿는 ‘행동주의 예술(Art Activism)’과 관람객의 물리적인 개입을 통해서 작품이 작동하여 의미를 갖게 되는 ‘인터렉티브 아트(Interactive Art)’의 교차점에 놓인다. 다시 말해, 작품의 완성에 관람객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사회적인 메시지를 더 가깝게 느끼고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목적인 예술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반전(反戰)’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동주의 예술의 사례인 뱅크시(Banksy)의 그래피티 작품, 2022, 우크라이나 보로디안카
‘반전(反戰)’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동주의 예술의 사례인 뱅크시(Banksy)의 그래피티 작품, 2022, 우크라이나 보로디안카, 이미지 출처: Ed Ram
관람객이 불이 켜진 램프 앞을 지나가면 다양한 색의 그림자가 연출되어 작품이 완성되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인터렉티브 아트, “Your uncertain shadow (colour)”, 2010
관람객이 불이 켜진 램프 앞을 지나가면 다양한 색의 그림자가 연출되어 작품이 완성되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인터렉티브 아트, “Your uncertain shadow (colour)”, 2010, 이미지 출처: Studio Olafur Eliasson

멕시코 출신의 행위예술가이자 뉴욕 현대 미술관(MoMA) 교육 부서에서 성인 및 학술 프로그램을 담당했던(2007-2020) 파블로 엘게라(Pablo Helguera)는 그의 저서 『사회 참여 예술이란 무엇인가』(2013)에서 그것은 예술가의 가치관과 문제의식을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작품을 통한 사회와의 교류를 꾀하는 ‘실질적인 사회적 행위’(p.28)라고 말한다. 그 교류란 관람객 혹은 향유자가 한층 더 적극적인 입장의 ‘참여자’가 되어 예술가와 일종의 협업 관계에 놓이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참여자는 자연스럽게 작품과 더 강력한 결속을 느끼게 되고 예술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도 더 깊게 공감하여 이것이 실제적인 의식의 변화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체험으로서의 참여

그렇다면 예술가와 참여자 간의 이러한 ‘협업’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일까. 필자는 여기에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유형은 참여자가 예술가가 준비한 환경, 상황, 활동 등을 체험함으로써 이루어지는 협업이다. 예를 들어 고수연 에디터의 아티클 “역사를 기억하는 그들만의 방식”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Jewish Museum Berlin)의 작품 “낙엽(Shalekhet)”(메나쉐 카다쉬만, 2001)의 경우, 전시실 바닥에 1만여 개의 납작한 쇠로 만든 얼굴 조각이 깔려 있고 참여자들은 그 위를 걸어가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각각의 얼굴 조각은 홀로코스트의 고통을 호소하는 듯 입을 벌린 모양새로 지나가는 참여자들을 처연하게 응시하고, 참여자들은 발을 옮길 때마다 쇳조각들이 서로 부딪혀 나는 음산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듣게 된다. 작가는 참여자들이 개인을 압도하는 거대한 비극 앞의 참담함을 체험적 행위를 통해 몸소 깨닫고, 우리 모두는 희생자들의 역사를 딛고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2015년, 작가 메나쉐 카디쉬만 작고 후 박물관을 방문한 여성이 작가와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
2015년, 작가 메나쉐 카디쉬만 작고 후 박물관을 방문한 여성이 작가와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기리며 헌화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트위터 @jmberlin

작가가 현장에서 직접 관람객들과 소통하며 참여를 위한 활동을 진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쿠바 출신의 행위예술가 타니아 브루게라(Tania Bruguera)는 자신을 전시 작가로 지목한 영국 테이트모던(Tate Modern)의 2018년 ≪터바인홀 현대 커미션≫을 위해 “10,148,541”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정치적 권력과 그것을 이용한 인간성의 통제를 비판하는 작품들을 전개해 왔던 브루게라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당시에도 이미 뜨거운 감자였던 난민 수용에 대한 이슈를 비추고자 했다. 제목의 숫자 10,148,541은 프로젝트가 시작됐던 2018년 10월에 집계된 그해 들어 자국을 탈출한 난민의 수와 탈출 과정 중 사망한 난민의 수를 더한 것이다.

타니아 브루게라의 지시에 따라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관람객들
타니아 브루게라의 지시에 따라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관람객들, 이미지 출처: Tate Modern
활동이 끝나고 프로젝트의 의미를 참여자들에게 설명하는 타니아 브루게라
활동이 끝나고 프로젝트의 의미를 참여자들에게 설명하는 타니아 브루게라, 이미지 출처: Tate Modern

브루게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된 테이트모던 터바인홀의 바닥에 시리아를 떠나 런던까지 흘러 온 25살 난민 청년 유세프의 초상 사진을 설치하고 그 위를 열이 전도되는 검은색 페인트로 칠했다. 그다음, 그녀는 작품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페인트가 칠해진 바닥에 누울 것을 청했다. 체온으로 페인트에 열이 전달되면 그 아래에 있던 유세프의 사진이 다시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누웠던 자리를 확인한 참여자들은 곧 너비 23미터, 길이 30미터에 달하는 사진이 전부 드러나게 하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 명이 동시에 눕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러한 체험을 통해 브루게라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의지와 온기가 모여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참여자들이 인지하게 만들었다. 난민들을 타자화하고 그들의 인권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 많은 유럽 정부와 어려움에 처한 난민들을 돕는 데에 소극적인 사람들의 행동과 연대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재현으로서의 참여

관람객의 체험이라는 형태로 의도를 전달하는 사회 참여 예술이 주로 ‘전시’라는 현장 안에 마련된다면 두 번째 유형은 작가가 구상한 활동, 퍼포먼스, 실험 등을 누구라도 따라 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지시문’을 통해 전통적인 예술의 장 바깥으로 예술을 확장하고 재생산한다. ‘스코어’ 혹은 ‘매뉴얼’이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지시문은 지난 아티클 “이 시대 우리의 예술 출판”에서도 다뤘던 예술 출판의 주요한 장르 중 하나로, 독자가 배포된 지시문을 읽고 해석하여 주체적으로 활동을 진행하며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재현함으로써 참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사회 참여 예술은 여느 출판물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직접적인 네트워크를 넘어 더 다양한 사회와 그 구성원들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차원의 파급력을 갖는다.

N55 매뉴얼 모음집 『N55 BOOK』의 소개 페이지
N55 매뉴얼 모음집 『N55 BOOK』의 소개 페이지, 이미지 출처: N55 홈페이지

그러한 예로, 1996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시작된 컬렉티브 N55는 건축과 사회 참여 예술을 기반으로 세상을 좀 더 유토피아적인 이상에 가깝게 만들기 위한 실천 중심의 프로젝트들을 전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N55는 사회 속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실험적인 해결책을 고안하고 그것을 사람들이 직접 시도해볼 수 있도록 방법을 설명하는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직장인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허리와 관절을 보호하는 의자인 ‘다이내믹 채어(dynamic chair)’ 제작 매뉴얼,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유기 폐기물로 흙에 거름을 주어 아파트에서도 식물 재배에 적합한 배양토를 만들 수 있는 업사이클링 시스템 ‘쏘일 팩토리(soil factory)’ 매뉴얼, 물물교환을 기반으로 하여 현금이 없어도 구매 활동을 할 수 있는 대안적인 경제를 실현하는 가게 운영 매뉴얼까지. N55가 내놓은 매뉴얼들은 기발하면서도 실질적이고 우리 모두의 문제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여 해결해야 한다는 공공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2003년, N55는 그동안 제작했던 매뉴얼들을 PDF 형식으로 엮어 『N55 BOOK』이라는 이름으로 컬렉티브 웹사이트에 업로드했다. 현재까지도 이 책은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같은 웹사이트에서 2003년 이후에 제작된 매뉴얼들도 찾아볼 수 있다.

물물교환 가게 운영을 위한 N55 매뉴얼
물물교환 가게 운영을 위한 N55 매뉴얼, 이미지 출처: N55 홈페이지

『N55 BOOK』 다운로드


지금까지 사회 참여 예술의 장르적 정의와 사례들을 통해 예술에 단일 작품 중심의 완결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향유자들의 실천과 감상 그 자체가 예술의 지향점이자 형식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날 많은 예술은 고립된 미학 속에서 세상을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향해 소통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예술가들은 작품의 닫힌 결말을 통해 우리에게 짜여진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지만, 이어달리기의 바톤터치처럼 그들의 의지를 넘겨주며 더 깊은 고찰을 향해 나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이 글의 부제에서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창작이라는 행위는 공유될 수 있는가? 필자는 단연 그렇다고, 또 그래야 한다고 답하고 싶다. 창작은 더 이상 전문적인 행위만이 아니다. 혼자서 해내야만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향유자의 한 사람으로서 더 많은 예술가가 외로운 창작을 동경하여 홀로 빛나려 하기보다 더 다양한 지점에서 사회의 동참을 얻고, 생각을 공유하고, 의지의 확대 재생산을 위한 고민을 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조정미, 사회 참여 예술이란, 문화예술교육 총서 ‘아르떼 라이브러리’, 2014.02
  • 파블로 엘게라, 사회 참여 예술이란 무엇인가, 열린책들, 2013
  • Tate 공식 홈페이지, Hyundai Commission-Tania Bruguera: 10,148,541, 2023. 07. 12.
  • Tate 공식 홈페이지, Socially Engaged Practice, 2023. 07. 12.
  • The New Yorker, Tania Bruguera’s Empathy-Inducing Installation, 2018. 11. 05.

조현주

조현주

예술이 모두에게 난 창문이 되는 날을 위해
읽고, 쓰고,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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