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팝이 선명해지는
아프리카 단어 4가지

알고 들으면 더 흥겨운
아프로팝의 아프리카 단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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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듣지 못할 언어의 억양과 강세에 반해 버릴 때가 있습니다. 목을 울리는 발음의 높낮이와 거칠기만으로도 낯선 소리를 사랑하게 돼버리죠. 필자는 아프리카 말에 관심이 지극합니다. 무더운 국가가 많은 대륙 특유의 열기와 지역·민족 별로 혼재하는 다양함이 묘하게 심장을 두드립니다. 오늘은 이 언어를 사용하는 아프로팝 가사의 뜻풀이를 준비했습니다. 음악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고대합니다. 아프로팝이란 장르와 대표 뮤지션을 소개했던 이전 글 “낯설지만 매혹적인 아프로팝 입문곡 6트랙”과 이어집니다.


Sababisha 사바비샤:
원인이 되다, 초래하다 (스와힐리어)

사바라 ‘Sababisha’

광활한 대자연에 울려 퍼지는 신성한 메아리가 라이온 킹의 오프닝 ‘Circle of Life’를 연상시킵니다. 주술을 외듯 몽롱하고 신비로운 케냐 뮤지션 사바라(Savara)의 곡 ‘Sababisha’는 동아프리카에서 공통어 격으로 널리 사용되는 스와힐리어로 ‘원인이 되다, 초래하다, 야기시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렁찬 아프리카 초원을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에서도 느껴지듯 삶을 고취시키는 내용입니다. “나는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가? (Ni nini nataka in life)”라는 자문에 “우리는 땀을 흘리며 끝까지 불을 밝힐 거야 (Tutashine We gon light up all the way)”라고 외칩니다. 살아가는 데에 모든 기쁨과 고통의 원인은 나라는 주체라는 것을 다짐하는 강인한 곡입니다.


Pami 파미:
날 죽여줘 (요루바어)

DJ 튠즈, 위즈키드, 아데쿤레 골드, 오마 레이 ‘Pami’

살벌하다기 보단 주접에 가까운 살인 의뢰입니다. 연인과의 사랑을 너무나 만끽한 나머지 행복하다 못해 차라리 날 죽여 달라는 유쾌한 투정입니다. 요루바어는 서아프리카 요루바족에게서 비롯돼 나이지리아에서 다수가 사용하며 음악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특히 ‘Pami’라는 단어는 아프로팝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단골 감탄사죠. “흥을 깨지 말아줘, 대신 나를 죽여줘 (Baby don’t kill my vibe, pami oh)”라는 폼생폼사 가사처럼 분위기에 취해 나른해진 멜로디가 귓가를 맴돕니다.

‘Pami’는 아프로팝 버전 호화 캐스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명 아티스트들과 콜라보하며 차근차근 지반을 쌓았던 DJ 튠즈(DJ Tunez)를 필두로 나이지리아 뮤지션 최초로 빌보드에 이름을 올렸던 위즈키드(Wizkid), 감미로운 미성의 목소리로 사랑받는 아데쿤레 골드(Adekunle Gold), 저스틴 비버와의 작업으로 주목을 받은 신예 오마 레이(Omah Lay)가 참여했습니다.


Sete 세테:
가치있는 것을 제공하다 (줄루어)

케이오, 블래키, 영 스터나 ‘Sete’

혀를 찌르르 울리는 된소리와 거센소리가 두드러지는 줄루어의 매력이 담뿍 담긴 곡입니다.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공용어처럼 널리 쓰이는 말로 이와 입천장을 사용하는 흡착음이 발음에 강세를 더합니다. 아프로팝의 대세를 주도 중인 나이지리아·가나와 비교했을 때 영어의 비중이 적은 만큼 줄루어 고유의 분량이 많습니다.

낯선 말들은 온통 사랑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상대에게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주고 싶다는 ‘sete’의 라임을 맞춰 “내가 너를 돌볼 수 있게 해줘 (Athi ngik’sete, ngik’sete)”라며 줄곧 기회를 간청합니다. 마치 상사병에 걸린 듯 “사랑의 묘약을 먹은 것 같아 넌 나를 날게 해 (Kukhon’ ok’thize ngathi ngik’dlile, ungenza ng’ndize)”라고 고백하죠. 부드러운 알앤비에 잔잔한 드럼, 하지만 사랑이 이글거리고 있는 곡입니다. 랩퍼 케이오(K.O)와 블래키(Blxckie), 싱어 영 스터나(Young Stunna)가 만난 남아공 뮤지션들의 합작입니다.


Ozumba Mbadiwe 오줌바 음바디웨:
나이지리아의 고속도로명

리카도 뱅크스 ‘Ozumba Mbadiwe’

세상에서 가장 리드미컬한 저항곡일지도 모릅니다. 경찰 폭력에 대항 중인 대규모 시위 #EndSARS(엔드사스)에 관한 노래입니다. 강력 범죄 대응을 위해 설립된 나이지리아 경찰 대강도특수부대(SARS)가 인권 침해, 고문, 여성 용의자 강간 등을 일삼았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2020년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됩니다. 그 불씨가 격화된 건 10월 20일 경찰과 친정부 폭력배의 공격으로 비무장 시위대 여러 명이 사망했던 일입니다. 오줌바 음바디웨는 바로 이 총격이 일어났던 장소,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있는 고속도로의 이름입니다. (또 나이지리아의 민족주의자이자 정치가, 제1공화국 정부 장관이었던 킹슬리 오줌바 음바디웨라는 인물을 뜻하기도 합니다.)

나이지리아 뮤지션 리카도 뱅크스(Reekado Banks)는 담대하고 고집스럽습니다. 시위를 제압하는 경찰에게 “난 그쪽으로 움직이지 않아 (I no dey move that way)”라는 말로 노래를 시작하더니 “난 이 고속도로에 서있을 거야 (I’ll be on Ozumba Mbadiwe)”라는 결의를 몇 번이고 되풀이합니다. 가벼운 가사에 흥겨운 파티 음악일 줄 알았던 곡은 사실 누군가의 선언이었습니다.

정치·사회적인 맥락을 차치하고라도 그 자체의 퀄리티가 우수한 곡입니다. 아프로팝 특유의 흥겹고 쫀득한 리듬, 중독성 있는 훅이 가득합니다. 뮤직비디오 2분 55초께 나오는 기타와 드럼 비트의 창의적인 조합이 인상적입니다.


취향을 즐기다 얼떨결에 견문이 넓어지는 과정을 좋아합니다. 이국적인 아프리카 말의 종류를 구분하고 그 언어가 어떻게 내뱉어지는지를 관찰하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평생 이토록 골똘히 몰두해 보리라 상상치도 못했던 나라의 문화를 사랑해 보는 것, 역시 음악에 국경이 없는 이유입니다.

본고는 아프리칸댄스컴퍼니 따그(@tagg_dance) 권이은정, Daniel Ahifon의 자문을 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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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임

다 보고 난 후에야 '진짜 시작'을 외치는 과몰입 덕후.
좋아하는 게 많아 늘 바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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