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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ANTIEGG 수현입니다.


어느덧 여름의 문턱에서 인사드립니다. 여름은 독자 여러분에게 어떤 계절인가요? 되돌아오는 답은 항상 모 아니면 도였던 것 같아요. 생기 넘치는 계절을 사랑하거나, 습한 공기를 진저리 치게 싫어하거나. 여름의 모양도 그렇습니다. 강한 생명력을 내뿜으며 자라나거나, 버티지 못해 소멸되거나, 중간이 없는 모양입니다. 저는 사실 추운 계절 내내 여름을 기다립니다. 여름의 풍경을 좋아해 그렇습니다. 머리를 꾹꾹 누르며 열을 재보고, 정말 여름이 오고야 만 것인지 가늠하는 사람들로 계절이 다가왔다는 걸 알아채는 게 좋습니다. 뜨거운 기운이 가시지 않은 한여름 밤의 산책, 시원한 샤워, 무엇이든 자라나는 계절을 보는 게 좋아요.


이런 계절엔 제 안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외부의 자극은 멀리하고, 나에게 귀 기울이면 가끔은 아무런 쓸모없이, 아무런 목적 없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를 넣으면 하나, 혹은 그보다 많은 것이 나와야만 하는 시대에 아무래도 지친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생산성과 효율성이 가장 우선되는 때에 평온을 찾기 위해 저는 책을 읽습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시간으로 인도하는 시와 에세이입니다. 이 책들을 읽고 책장을 덮을 때, 어떠한 실용적인 정보나 지식을 얻을 순 없을지 모릅니다.


다만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무용해지는 시간을 누릴 수 있습니다. 무엇도 하지 않아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유려한 표현과 속삭임 속에서 세상을 조금 달리 바라보게 될지 모릅니다. 나도 모르는 새 지나치고 만 시간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들을 추천합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여름을
사랑하게 되는 시집
지난 몇 년 여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안희연 시인의 시집입니다. 여름의 모든 게 담겨 있기에 그렇습니다. 여름의 풀빛, 여름의 사랑, 여름의 서글픔이 책장 사이사이 배어 있습니다. 시집의 초입에 등장하는 표현처럼 ‘영혼의 색깔과 감촉’을 이야기합니다. 올여름엔 광화문글판에 표제작이 선정되어서, 시집을 꺼내들 시간과 용기가 없을 때에도, 많은 사람이 오가는 광화문 한가운데 시인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

흉터 쿠키
평온한
고요의 세계로 떠나기
시는 상처보다 흉터에 가깝다. 이혜미 시인의 말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크고 작은 통증이 찾아옵니다. 그 아픔은 대부분 사라지지만, 흉터는 사라지지 않고 몸에 그림처럼 남을 때가 있습니다. 아픈 기억이 분명 존재했던 사건이었음을, 그런 시간이 있었음을 홀로 증명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시인의 언어는 작고 섬세합니다. 나도 모르게 스쳐 지나갔던 감정을 다시 마주하고, 나를 이해하고 싶을 때 추천합니다.

“기분의 단면을 본 적 있니.

아무리 얇게 잘라도 기어코 생겨나는 양면을.

그래서 포옹은 하나가 될 수 없는 서로의 확인이야.”

행복의 충격
청춘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인 저자 김화영이 젊은 시절 프랑스 엑상 프로방스로 유학을 떠나 겪었던 일과 감상이 담긴 책입니다. 저자는 ‘가슴속에 여전히 지중해가 출렁거리고 남프랑스의 태양이 수직으로 내리꽂히고 있다’ 말합니다. 낯선 땅에서 발견한 청춘과 꿈, 그리고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흔할지 모를 주제이지만 읽는 내내 이렇게 정확한 은유로 청춘을 말한 책이 있었나 놀랄지 모릅니다. 햇빛이 쏟아지는 남프랑스의 기운을 느끼며, 깊은 사유에 함께 빠져 보기를 추천합니다.
작은 파티 드레스
말,
그 자체의 아름다움
맑은 문체로 알려진 프랑스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크리스티앙 보뱅의 산문집입니다. 독서와 책 이야기에서 출발해 인간과 삶에 이르기까지 깊고 넓게 뻗어 나가는 생각을 따라가며 무한한 자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투명하고 순수한 문체는 읽는 내내 잔잔한 즐거움을 전합니다. 어떤 부분은 이해가 가지 않아도, 어떤 부분은 공감이 가지 않더라도 언어 자체의 아름다움, 풍부한 표현의 재미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Feel the Vibration!

진정한 문화예술 경험에서 오는 전율,
규격화된 세상에 타격을 가하며 느껴지는 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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