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고전 문학만이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

당신이 놓치고 있었던
고전문학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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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에 따라 콘텐츠를 향유하는 수단은 무궁무진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이토록 변화무쌍한 현대 사회에서 굳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짚는 논제 또한 화제가 되고 있죠. 언론, 방송, SNS 등을 통해 책이 길러주는 문해력, 감수성 등 여러 장점이 부각되며 ‘다시 책으로’ 돌아가는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독서 분위기 속에서 서점의 주요 매출을 책임지는 분야가 있는 반면에 화려한 베스트셀러와 신간들에 간판 자리를 내어주고 자신은 변두리 매대에서 퀴퀴한 먼지와 함께 자리하고 있는 장르가 바로 고전문학입니다. 이 사회의 급속한 변화나 최근 트렌드와 상관없이 고고하게 제 시대에 머물러 있는 고전 문학이야말로 정보 전달 분야에서의 아웃사이더, 즉 비주류에 속하는 장르일 것입니다.

오늘은 늘 인기 장르에 양보하느라 묻혔던 고전문학에 스포트라이트를 보내며, 오직 고전문학만이 지닌 독보적인 장점을 소개합니다. ‘고전’이라는 특징이 지닌 힘과 ‘문학’이라는 특징이 지닌 매력을 각각 짚어보며 ‘고전 문학’ 장르의 유일무이한 장점을 자랑해 보겠습니다.


시간의 풍파를 견뎌낸 고전의 가치

사전에서는 고전을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이라고 정의합니다. 말 그대로 짧게는 몇십 년, 길게는 수천 년 이상의 유구한 세월을 견뎌내고 살아남은 작품이 고전입니다. 시대, 지역, 문화, 언어를 불문하고 인류 역사를 두루 걸쳐 모범 혹은 표본이 될 만한 작품들을 우리는 고전으로 삼기로 암묵적으로 약속한 것이죠.

고루한 사전적 정의 속에 고전 문학의 독보적인 장점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1년에도 수만 권의 책이 출판되는 시장에서 몇 주만 베스트셀러로 남아도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출판시장을 생각해 봅시다. 몇십, 몇백 개 국가에서 번역되어 수백 년 동안 읽히고 있는 책은 전 세계 출판 시장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은, 책들 사이에서 어마어마한 슈퍼스타입니다. ‘긴 세월, 전 세계에서 사랑받았다’는 사실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짚어볼까요?

1) ‘고전’ 문학

가장 깊은 본질을 건드리는 거울

고전은 시대와 나라를 비롯한 여러 외적 한계를 뛰어넘고 살아남았습니다. 그 비결은 뭘까요? 외적 요소에 한계 지어질 수 없는 인간 가장 깊은 본성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작품 속에 설정된 인물, 배경, 장치 등은 작가가 집필한 당대의 영향을 받았겠지만, 그 각각 요소들의 본질을 깊게 다룬 작품일수록 긴 시간을 견뎌 살아남았습니다.

wikipedia, De Lafayette Photo, London
이미지 출처: wikipedia, De Lafayette Photo, London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생각해 봅시다. 『햄릿』은 덴마크의 왕자 햄릿이 아버지의 복수를 하고 결국 자살하는 내용입니다. 16~17세기라는 전혀 다른 시대, 덴마크라는 먼 나라 배경, 지금의 나와 전혀 상관없는 왕족이라는 주인공의 고민에서 사람들은 어떤 본질을 발견한 걸까요? 여러 해석이 있지만,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대의를 택할지 개인의 복수를 택할지 고뇌하는 햄릿을 보며 사람들은 인생의 중대한 갈림길에서 끙끙 앓던 자기 경험을 떠올립니다. 그런 상황에 놓인 타인을 떠올리며 심정을 헤아려 보기도 하죠. 혹은 고민의 상황에서 ‘본분’을 중시했던 햄릿과 달리 나는 무엇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사람인지 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인간의 본질적인 속성을 보여주는 고전을 읽는 동안 우리는 솔직해질 수 있습니다. 마치 내 세계를 견주어 돌아보게 하는 ‘거울’의 역할을 수행해 주는 것이죠. 바쁜 사회에서 여러 페르소나로 사느라 잊고 있었던 내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내 진짜 욕망은 무엇인지 건드려 주는 고전 앞에 우리는 비로소 진솔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모든 고민의 해답을 모아 놓은 족보

고민의 모습
이미지 출처: unsplash

고전은 일반적인 실용서처럼 A라는 질문에 직접적으로 ‘당장의 해결책 B’라는 기계적인 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A라는 문제를 제시하되 A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들고, 본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사실 A는 고민거리도 아니었음을 깨닫게 하거나 A인 줄 알았던 것이 C였다는 것을 발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문제를 당장 해결하고 싶다면 상담사나 현실 속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이 낫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또 생기면 어떻게 할까요?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우리는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 스스로 문제의 본질을 마주하고 풀어가는 힘을 길러야만 합니다. 고전은 스스로 실존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줍니다.

물론 그 힘을 기르는 것은 녹록지 않은데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우리는 수많은 인생 선배에게서 다양한 문제 해결 사례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고전은 인류에게 오랫동안 읽혀온 책이라고 했죠. 인생이라는 시험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겪어온 선조들의 해결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족보가 고전 작품인 셈입니다. 여러분과 같은 문제를 떠올린 한 작가가 작품을 썼고, 그 고민에 공감한 전 세계 선조들이 그 작품을 읽으며 책의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특정 시대와 특정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고민이었거나 특수한 해결책만 제시한 작품이었다면, 결코 긴 시간 동안 가치를 인정받으며 존재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여러분이 가진 문제가 무엇이든, 고전에서 문제를 풀어낼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내 힘듦을 이해해 줄 사람은 없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책 속 인물에게서 공감을 얻는 일은 고전 문학을 읽는 사람들에게 비일비재한 경험입니다. 나보다 더한 고난을 겪는 인물의 대사에서 인생 격언을 찾아 시련을 극복할 힘을 얻기도 하고요. 흙 속에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듯 예상 못 한 장면에서 ‘유레카!’를 외치는 기쁨을 맛보는 순간, 그 고전 문학 작품은 여러분의 인생 책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2) 고전 ‘문학’

낯선 곳으로 떠나는 이색 여행

요트에 매달려 있는 사람
이미지 출처: unsplash

고전 중에서도 고전 ‘문학’을 읽을 때 얻을 수 있는 점은 바로 재미입니다. 문학의 역할은 현실 세계로의 연결이자 참여 유도에 있다는 주장도 존재하지만, 아무래도 문학의 주된 기능 중 하나는 지친 현실에서 잠시 떠나 책 속의 낯선 세계에 자신을 내던지며 여행하게 해준다는 점이죠. 객관성이 핵심인 역사가 검증된 사실을 건조하게 서술하는 동안, 문학에서는 작가가 마음대로 설정한 특정 이야기 속에서 온갖 인물들과 함께 일상을 누빌 수 있습니다. 특히 다른 나라의 고전 문학을 읽을 때 그 매력이 더해지는데요. 전혀 다른 시대의 이색적인 문화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어 마치 해외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기분이 듭니다.

여행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이색적인 풍경을 낯선 기분으로 즐기는 경험은 일상의 익숙함에 젖은 마음을 환기해 주고, 당연하다 생각하며 무시하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문학의 매력도 비슷합니다. 김영하 작가는 좋은 독서란 “작가가 만들어 놓은 정신의 미로에서 기분 좋게 헤매는 경험”이라고 말합니다.

소설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얻은 것은 고유한 헤맴, 유일무이한 감정적 경험입니다. 이것은 교환이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가치가 있습니다. 한 편의 소설을 읽으면 하나의 얇은 세계가 우리 내면에 겹쳐집니다. 일상이라는 무미건조한 세계 위에 독서와 같은 정신적 경험들이 차곡차곡 겹을 이루며 쌓이면서 개개인마다 고유한 내면을 만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_『읽다』, 김영하

김영하 작가의 말대로, 소설 속 세계에 몰입하느라 책을 덮은 후 실제 여행을 다녀온 듯 진이 빠졌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소설 속 세상을 유영하며 화자의 곁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람들을 겪으며 함께 인생 경험치를 쌓아갑니다. 독자가 그 세계에 깊이 몰입해 여행할 수 있도록 인물 내면으로 파고드는 심리 묘사, 오감을 자극하는 생생한 풍경 묘사를 강력하게 설계할수록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고전으로 살아남아 온 것이고요.

진부함과의 투쟁이 만든 독창적 재미

작가 이탈로 칼비노
작가 이탈로 칼비노, 이미지 출처: 민음사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는 그의 책 『왜 고전을 읽는가』에서 고전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고전이란, 우리가 처음 읽을 때조차 이전에 읽은 것 같은, ‘다시 읽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사람들이 고전을 읽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 있을 것입니다. 이미 자신은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특히 학창 시절부터 고전이 ‘필독서’의 개념으로 강조되어 온 탓에 실제로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스토리는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작품도 많습니다.

여기서 이탈로 칼비노는 이어 말합니다. “고전이란, 사람들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실제로 그 책을 읽었을 때 더욱 독창적이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 창의적인 것들을 발견하게 해주는 책이다.”

인간의 공통된 본성을 다루는 이상 책이 담아낼 수 있는 주제는 꽤 유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작가들은, 독자들이 익숙하다고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진부함’과 투쟁해야 했습니다. 플롯과 메시지를 비틀고, 독창적인 인물을 창조하며,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화자의 시선을 만들어 냈죠. ‘또 이런 교훈이겠지’ 하고 오만하게 책을 읽던 독자들이 그 이상의 독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머리를 싸매며 책을 써온 것입니다. 그 과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낸 작가일수록 천재라 칭송받으며, 그런 작품일수록 여러 언어로 번역되며 후대로 전승되어 고전으로 살아남은 것이고요.

단지 통용되던 방법만 답습했다면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없는 작품들이 바로 오늘날 고전 문학으로 꼽히는 책들입니다. 독자의 편견과 한계를 깨뜨리는 독서 경험을 선사해 주기에 ‘고전’이지만 ‘문학’으로써 재밌게 읽을 수 있죠. 오래됐으니 고루할 것이라는 나의 오만함을 내려놓으면, 그 시대 작가가 만들어 놓은 다채롭고 혁신적인 정신세계로 여행을 떠나볼 수 있습니다.


학창 시절, 세계 고전문학 전집을 읽던 친구를 보며 질투한 적이 있습니다. 경쟁의식이 불타올라 그때부터 지적 허영을 위해 고전 문학을 읽다 보니 줄거리만 요약하면 모든 책이 비슷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줄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쯤, 정신 차려 보니 고전 문학의 매력에 빠진 후였습니다. 어떤 이유로 책을 읽었든, 축적된 독서 경험이 현실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을 빚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고전 문학이라는 장르의 최고의 장점은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세계를 여러 시대, 여러 사람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는 점이요. 그런 경험이 반복될수록, 현실을 직시할 때 눈앞에 보이는 사물만 보고 속단하기보다는 사물 너머 존재하는 의미를 조심스레 헤아려 보는 사람으로 진화하는 것 같습니다.

고전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과거의 고리타분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고전’의 정의처럼 시대를 관통하는 근본 속성을 짐작해 보는 정신적 활동이기도 하고, 고전 ’문학’의 묘미처럼 진부하고 보편적인 가설을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담론을 고민해 보는 투쟁이기도 합니다. 그 본질적이고도 혁신적인 행위를 모두 허용하는 고전 문학이라는 특별한 장르를, 앞으로 많은 분이 애용하게 되기를 늘 바라고 있습니다. ANTIEGG를 비롯한 많은 플랫폼에서 재조명되는 고전 문학 작품들을 기꺼운 마음으로 집어 들어 보세요. 낯설고 고달픈 독서 경험이 자기 내면을 어떻게 경작시키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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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빈

고전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방황하고 반항하며 만드는 담론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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