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은 하루에 얼마만큼의 정보를 마주하시나요? 그 정보들은 여러분 자신을 더 알아갈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나요? 우리는 모두 새로운 정보가 끊임없이 밀려 들어오는 날들을 살아갑니다. 그 삶 한가운데에서 자신도 몰랐던 취향을 발견하고, 그 취향을 다져가는 일은 모래 속 금처럼 귀하지요.
서울의 전시와 브랜드 공간을 큐레이션하는 채널이자 매거진, 아지트서울. 아지트서울이 쌓아가는 기록은 화면 너머 독자의 호기심과 설렘에 문을 두드립니다. 나아가, 전시회에서의 사유를 손으로 기록하며 오프라인에서도 취향을 다져가길 제안하는데요. 콘텐츠를 향한 진심으로 취향을 안내하는 아지트서울의 오하 디렉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인터뷰어 유스
인터뷰이 아지트서울 오하 디렉터
사진 아지트서울 제공
호기심과 설렘에서부터
발견하는 취향
반갑습니다, 오하 님. 본인을 어떤 사람으로 소개하실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콘텐츠에 진심인 사람이자, 취향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아지트서울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시겠어요?
아지트서울은 서울에서 문화 예술을 가까이할 수 있는 전시회나 브랜드 공간을 제안하는 채널이자 매거진이에요. 저의 취향에 맞으면서도, 많은 사람이 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전시회와 공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모든 전시회나 공간을 큐레이션하는 건 아니기에, 개인의 취향을 기반으로 한 채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2021년 8월 24일의 서울생활사박물관 소개 콘텐츠를 시작으로 해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지금까지 200여 개의 기록을 쌓아오셨어요. 그리고 어느새 채널 론칭 2주년도 맞이하셨는데요. 지난 2년간의 여정을 돌아봤을 때, 특히 설렜던 순간들이 있었을까요?
두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제가 전시회를 많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예요. 지난 5월에 아트부산에 참석하기 위해서 벡스코를 다녀왔는데요. 당시에 그 넓은 행사장을 반나절 이상 돌아다녔는데도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재밌기만 하더라고요. 그때 제가 미술과 전시를 정말 많이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많은 분이 저의 채널을 봐주신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에요. 언젠가 한 워케이션 공간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어요.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뵀던 분들과 각자의 일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저는 전시회 큐레이션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분들이 바로 아지트서울을 언급해 주셨어요. 설레면서도 재밌는 순간이었어요.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지트서울의 콘텐츠가 독자분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가닿길 바라시나요?
독자분들께서 그저 궁금해하셨으면 좋겠어요. 콘텐츠 속 전시나 공간에 직접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것만으로도, 아지트서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제대로 전달되었다고 생각해요.
90개의 전시 관람 경험으로 꾸려 가는
나만의 아지트
‘취향 노트’라는 이름의 다이어리를 제작하셨어요. 많은 분이 각자만의 취향 노트에 기록을 쌓아가실 텐데요.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을 얻게 되실까요?
더 견고한 취향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실은 아니었구나’를 느끼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전시 관람 후에 단순히 호불호를 떠올리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전시 하나를 경험하더라도 더 오래 사색하고 생각을 기록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래서 이름처럼 사용자의 취향에 집중해 보는 노트를 제작했어요. 사용자분들이 이 노트에 기록을 쌓아가시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취향을 단단하게 만들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취향 노트를 사용하실 모든 분들이 더 많이 경험하고, 기록하고, 떠올리기를” 바란다고 하셨어요. 이번에 제작하신 취향 노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어요?
전시회나 미술을 원래 좋아하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도 이 노트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미술이나 전시회가 낯선 분들에게는 취향을 발견하는 여정의 시작점으로, 이미 전시회를 좋아하시거나 미술에 대해 많이 공부하신 분들에게는 기록을 쌓아가며 취향을 더 견고하게 만들어 가는 시작점으로 말이죠. 그리고 현재 아지트서울 유료 멤버십 커뮤니티를 기획하고 있는데요. 멤버십 관련 활동으로 취향 노트를 활용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이 취향 노트가 ‘아지트서울’을 공통분모로 하는 공동체의 시작점이기도 하겠네요.
맞아요.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로서가 아니라, 아지트서울과 전시회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더 가까이에서 만나 뵙고 싶은 마음에서부터 멤버십 커뮤니티를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노트를 제작하시면서 무엇을 가장 많이 고민하셨나요?
흐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처음 구상 단계에서는 챕터별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는데, 고민을 거듭할수록 수정과 보완을 반복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전시와 문화예술을 좋아하지만, 해당 업계의 종사자는 아닌 상황이에요. 그래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드려야 한다는 데에서부터 오는 부담감도 있었네요. 아지트서울을 계기로 연이 닿았던 문화예술계 종사자분들께 내용을 검수받으며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직접 기록을 남기는 페이지뿐만 아니라 전시 관람과 관련된 가이드를 제시하는 페이지도 많더라고요. 어떤 마음을 담아 이런 가이드를 따로 마련하셨는지 궁금해요.
누구나 쉽게 전시를 관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을 가까이서 볼 때랑 멀리서 볼 때 그 느낌이 다르잖아요. 이런 지점을 짚어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전시회에서 예술 작품을 마주할 때, 이 취향 노트 속 가이드를 보면서 차근차근 전시 관람 경험을 즐기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과 함께 작품을 그저 바라보는 파트 ‘직관’, 작품과 전시회장 속 숨은 요소를 관찰하는 파트 ‘구성 요소’, 그리고 각자만의 전시 취향을 다채롭고도 견고하게 다듬는 파트 ‘배경 지식’까지. 취향 노트를 구성하는 세 단계 중에서 가장 첫 번째를 그저 작품을 보는 것으로 설정한 데에도 이런 마음이 있었어요.
좋아하는 일과 더불어
취향을 쌓아가는 사람
아지트서울을 통해 취향을 발견하고 영감을 마주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아지트서울을 운영하시는 오하 님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는 누구인지, 또는 어떤 것인지 궁금해요.
이승희 마케터님의 책 『기록의 쓸모』를 읽고 아지트서울을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채널을 시작하기 전에도 전시회를 관람하는 걸 좋아했지만, 좋아하는 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저의 감상을 기록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아지트서울이었거든요. 요즘에는 국내 브랜드 마케터분들과 콘텐츠 마케터분들이 발행하시는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통해 많은 영감을 받고 있어요. 저는 인스타그램을 매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하루에도 수십 개의 콘텐츠를 봅니다. 그 가운데에서 특히 좋다고 생각되는 콘텐츠들을 따로 북마크해 두기도 해요. 생각의 전환을 이끄는 방식이기도 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아지트서울이 세상의 빛을 본 지도 어느새 두 해가 지났어요. 아지트서울 디렉터로서 첫발을 내딛었던 2년 전의 오하 님과, 아지트서울 4주년을 맞이하고 계실 2년 후의 오하 님께 각각 한마디씩 해주시겠어요?
먼저, 2년 전의 저에게는 “고민하지 말고 일단 시작해”라고 해주고 싶어요. 채널 브랜딩 작업을 하는 데에만 몇 주가 걸렸었거든요. 그리고 2년 후의 저에게는 “포기하지 말고, 무언가를 해내려 하기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때의 제가 혹시나 또 다른 취미에 빠져서 전시회를 관람하지 않는 건 아닌지, 혹은 매너리즘에 빠져서 콘텐츠 발행을 늦추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어떠한 일을 좋아하게 되기까지는 빠른데, 금방 질리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하 디렉터와의 대화를 돌이켜보며 ‘취향’이라는 단어가 지닌 힘을 떠올려 봅니다. 취향이야말로 거대한 파도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단단히 다져 갈 수 있게끔 해주는 힘이 아닐까 합니다. 필자는 아지트서울이 쌓아온 기록과 청사진 곳곳에서 그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울 곳곳을 다니며 경험한 전시회와 문화 예술을 기록하며, 더 많은 이의 취향을 이끌어 낼 아지트서울의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