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미디어 동물 가이드라인

보이지 않는 동물 학대
미디어 속 동물을 지키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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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Animals Were Harmed. “이 영화에 출연한 동물은 안전하게 촬영되었습니다.” 미국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종종 등장하는 문구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문구도,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데요. 영상 콘텐츠가 확장되면서 동물은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단지 귀엽고, 신기하고, 희귀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그 수많은 영상의 제작 환경 속에서 동물은 안전할까요? 동물의 입장과 안전이 염려된 적은 없으신가요?

작년 특정 사극 드라마에서 낙마 장면을 찍다가 경주마가 사망해 공분을 샀습니다. 올해 9월에 열린 첫 공판에서 제작진은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하였는데요. 당시 국민들의 20만이 넘는 청원으로 정부는 동물을 위한 방송지침을 마련하겠다고 하였지만 현재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디어 속 동물 학대

철창 속 원숭이
이미지 출처: unsplash

미디어 동물학대는 미디어에서 동물에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상황까지 상당히 넓은 범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촬영 종료 후 동물이 폐사하거나 후속 처리를 책임지지 않는 경우. 전문 스태프 없이 촬영하여 동물에 스트레스를 가하는 경우. 동물에게 사고가 발생할 시 조치하지 않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특히 카라(Kara)에 따르면 동물의 후속 처리에 관하여 ‘촬영을 위해 동물을 구매했거나 포획한 적이 있다’고 답한 관계자 50% 가운데 22%는 ‘입양을 보냈다’고 대답하는 한편, 16%는 ‘업체에 되팔았다’, 8%는 촬영 후 행방을 ‘모른다’, 3%는 ‘사망했다’고 답했습니다.

카라에 따르면 촬영 중 동물에게 고의로 해를 가한 사례는 또한 매우 심각했습니다. ‘소의 부상을 표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상처를 냈다’, ‘영화 장면 묘사를 위해 거북이 등껍질을 벗겼다’, ‘촬영 중 놀란 말을 멈추게 하기 위해 전기충격기를 사용했다’, ‘새를 멀리 날아가지 못하게 하려고 새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말이 움직이지 않자 조련사가 매질을 가했다’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영상 제작의 환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가장 큰 원인은 촬영 현장의 환경입니다. 규모 있는 상업영화와 달리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바쁘게 촬영해야만 하는 드라마 현장에서 유독 동물에 대한 학대가 가해지고 있는데요. 한 관계자에 따르면 말 인형 하나를 제작하는 데 수백만원까지 들기 때문에 실제 말을 등장시킨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안전 절차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시간과 돈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 드라마 현장이다. 스태프들의 노동 환경 문제 또한 이제야 논의 되고 있는데, 동물의 노동 환경이야 말할 것도 없을 것”이라며 “이러한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사례는 이어질 것이라고”고 말했습니다.


카라의 가이드라인

이미지 출처: 동물권행동 카라

카라는 2020년에 미디어 동물 가이드라인의 초석을 제작하였습니다. 영화, 방송 관련 종사자를 인터뷰하고 각 모니터링단과 함께 의견을 모았는데요. 동물을 촬영할 시 갖춰야 하는 기본적인 준수사항과 촬영 현장에서의 세부사항, 종별 지침 등을 담고 있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준수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미디어는 동물을 감정이 있고 지각력이 있는 존재로 드러내야 한다.
  • 미디어는 동물학대를 정당화하거나 선정적으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 미디어는 살아있는 동물을 음식의 재료 또는 소품으로 여겨 해를 가하거나 불필요한 자극적인 영상을 위해 고의적으로 동물의 생명에 위협을 가해서는 안 된다.
  • 미디어는 동물을 안전장치 없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키지 말아야 한다.
  • 미디어는 동물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주거나 부정적인 편견을 조장하지 않아야 한다.
  • 미디어는 동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

촬영 현장에서의 세부사항은 동물의 촬영시간과 쉼터 환경, 운송에 대한 지침을 제시할 뿐 아니라 동물이 출연하는 장면의 촬영방식까지 적혀있는데요. 집고양이, 개, 조류, 야생동물 등 종별 지침도 제시되어있으며, 사고가 발생할 시 현장 인근 동물병원 위치를 사전에 파악하고, 병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면 수의사를 대동하는 등 대처방식 또한 제시되어있습니다. 또한 동물학대 신고매뉴얼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카라는 관련 판례와 함께 동물 학대 구분 방법을 셜명해주고. 촬영 현장에서 동물을 학대하는 정황을 포착하거나 동물학대 영상을 접했을 때, 어떻게 신고하고 고발해야 할지 절차와 방법을 알려줍니다. 또한 신고 후 학대 동물의 사후처리까지 빠짐없이 첨부되어있습니다.


WEBSITE : 카라


No Animal Were Harmed

이미지 출처: Imdb

해외에는 이미 미디어 동물 가이드라인이 자리잡혀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올해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은 영화 촬영 과정에서 동물의 불필요한 착취가 없도록 모든 장면을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제작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동물보호단체 아메리칸 휴메인(American Humane)이 동물을 인도적으로 대우하도록 마블과 함께 했습니다. 아메리칸 휴메인은 1940년부터 현재까지 영화 방송 세트장에서 동물 사용을 모니터링해 온 기관으로, 가이드라인을 지킨 영상물에 ‘No Animal Were Harmed(어떤 동물도 다치거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인증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최근 영국에서는 소셜 미디어 영상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이처럼 해외에서는 정부와 소비자, 동물 단체가 함께 미디어 동물 복지를 개선해나가고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동물이 등장하는 콘텐츠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중 잘못된 방식으로 동물을 이용하고 소비하는 사람들 또한 많아지고 있는데요. 이처럼 동물권을 고려하지 않은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생명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굳어질까 우려스럽습니다. 동물을 ‘식재료’나 ‘애완’의 목적으로 바라보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그렇기에 미디어 동물 가이드라인 도입 또한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되는데요. 필자는 우리의 비판적인 시각과 관심으로 이 보이지 않는 학대를 가려내고, 또 미디어 속 동물들의 안전한 변화를 이루리라 믿습니다.

  • 데일리안, “시간·돈이 우선인 드라마 현장”…여전히 우려되는 ‘동물학대’ [미디어와 동물권③], 2023.04.14
  • 매일 경제, 드라마 속 고양이 칼로 찔러 살해…미디어 동물학대 심각, 2022.05.23
  • 카라의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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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빈

사랑과 경탄을 담아, 성실한 사유를 이끄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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