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대 위 그 책
1인 출판사 녹색광선

보석 같은 고전 작품을
예술적인 시선으로 탄생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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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 제본에 까슬거리는 패브릭 질감의 표지. 선명한 색감 위 새겨진 글자와 감각적인 이미지들. 오래된 예술 서적을 떠올리게 하는 출판사 녹색광선의 책을 아시나요? 평소 소설을 즐겨 읽거나 서점을 자주 방문한다면 한 번쯤 마주쳤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숨겨진 고전을 아름다운 디자인과 탄탄한 만듦새로 제작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녹색광선은 해마다 다채로운 컬렉션을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알베르 카뮈의 에세이 『결혼·여름』을 출간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기도 했죠. 신간이 출간될 때마다 빠르게 2쇄, 3쇄를 찍는 이들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책이 지닌 아름다운 물성을 탐구하며 고전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출판사 녹색광선을 소개합니다.


행운의 초록빛을
닮은 고전을 찾아서

이미지 출처: 영화 <녹색광선> 스틸컷
이미지 출처: 영화 <녹색광선> 스틸컷

녹색광선은 2019년 시작된 1인 출판사입니다. ‘가치 있는 것은 아름답게, 아름다운 것은 가치 있게’를 모토로 애서가를 위한 책을 만들고 있죠. 출판사 이름은 에릭 로메르의 영화 ‘녹색광선’에서 유래되었는데요. 녹색광선은 해 질 무렵 드물게 볼 수 있는 자연현상으로,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영화 속 주인공은 행운을 안겨줄 녹색을 찾아 헤매다 마침내 녹색광선을 마주하게 됩니다. 예고 없이 눈앞에 나타난 녹색광선처럼, 출판사 녹색광선은 어느 날 마법처럼 특별한 책을 만나길 기다리는 독자를 위한 책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Medium

근대 사실주의의 선구자 발자크부터 러시아의 국민 시인 푸시킨, 그리고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유명한 프랑수아즈 사강까지. 녹색광선은 유명한 고전 문학 작가의 잘 알려지지 않은 걸작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는데요. 기업의 인사 담당자로 오랜 시간 일했던 녹색광선의 박소정 대표는 이른바 ‘문학 덕후’였다고 합니다. 직원들에게도 자기계발서가 아닌 소설을 권할만큼 문학과 책을 사랑했기에 자연스럽게 출판사 창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죠. 애정어린 시선으로 출간되는 책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발견한 진주처럼 반짝거리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애서가가 만든,
애서가를 위한 책

녹색광선 『땅 속으로』
이미지 출처: 녹색광선 페이스북

녹색광선은 책이 지닌 아름다운 물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합니다. 수많은 책 사이에서도 확연히 눈에 띄는 외관 덕분에 고전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순식간에 사라지는데요. 미술 서적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책들은 기존 단행본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양장 제본에 까슬까슬한 질감의 패브릭 커버를 사용하며, 전체 색상은 소설 분위기와 어울리는 색으로 선정합니다. 글자는 박으로 후가공하여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내고, 삽입된 사진과 크로키는 책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하고 있죠. 패브릭을 재단하고, 말리고, 책을 감싸고, 형압을 찍고, 스티커를 붙이는 등 비용이 많이 들고 제작 리스크가 있는 까다로운 작업방식이지만 녹색광선은 독자들이 오래도록 소장하고 싶은 매력적인 책을 구현하고자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방식으로 책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녹색광선 인스타그램

녹색광선은 SNS를 통해 작가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들려주기도 하는데요. 작가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삶의 기쁨과 슬픔을 이야기하고, 작품 배경이나 개인의 경험이 어떻게 작품에 반영되었는지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전해줍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에 얽힌 뒤라스와 한 청년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사랑 이야기, 혹은 젊은 스물셋 카뮈가 삶에 대하여 그토록 성숙한 고찰이 담긴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등 흥미로운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오래전 세상을 살다 간 작가들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자연스럽게 그들이 쓴 책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져 그 세계로 발을 내딛고 싶어지죠. 그렇게 고전과 가까워지면서 여전히 우리에게 고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오느레 드 발자크,
『미지의 걸작』

오느레 드 발자크, 『미지의 걸작』
이미지 출처: 알라딘

“사랑의 열매는 빨리 없어지지만, 예술의 열매는 불멸한다네.”

_오느레 드 발자크, 『미지의 걸작』

『미지의 걸작』은 녹색광선의 첫 책이자 알려지지 않은 근대 문학을 발굴하겠다는 정체성이 담긴 책입니다.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되어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 속에서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꿰뚫어 본 발자크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죠. 평소 예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미지의 걸작』 구매 페이지


프랑수아즈 사강,
『패배의 신호』

프랑수아즈 사강, 『패배의 신호』
이미지 출처: 알라딘

“사람들은 점점 두려운 거예요. 늙는 게 두렵고, 가진 걸 잃을까 봐 두렵고, 원하는 걸 얻지 못할까 봐, 삶이 지루해질까봐, 자기가 지루한 사람이 될까 봐 두려운 거죠, 늘 불안하고 끝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상태로 살아가는 거예요.”

_프랑수아즈 사강, 『패배의 신호』

『패배의 신호』는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을 겪은 사강이 30대로 접어들며 출간한 작품입니다. 사랑과 욕망을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문체로 써 내려간 소설은 촘촘한 심리 묘사가 매력적인데요. 권태와 고독에 대한 완숙한 성찰이 느껴지는 책으로, 전작보다 깊어진 내용과 표현이 두드러집니다.


『패배의 신호』 구매 페이지


알베르 카뮈,
『결혼·여름』

알베르 카뮈, 『결혼·여름』
이미지 출처: 알라딘

“어떤 의미로는 내가 지금 내거는 건 다름 아닌 내 삶이다. 뜨거운 돌의 맛이 나는 삶, 바다의 숨결과 지금 울기 시작하는 매미들로 가득한 삶.”

_알베르 카뮈, 『결혼·여름』

『결혼·여름』은 카뮈 철학의 핵심인 부조리와 반항 정신이 깃든 감각적이고 유려한 에세이입니다. 고향 알제리를 향한 애정과 찬란하게 빛나는 여름 풍광을 향한 섬세한 표현이 돋보이는데요. 문장 마디마디마다 20대 카뮈가 느낀 삶을 향한 뜨거운 의지와 청춘의 열정이 배어 있습니다. 프랑스 에세이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결혼·여름』 구매 페이지


보석 같은 고전 작품을 매력적인 물성으로 선보임으로써 독서를 사랑하는 이에게는 지평을 넓혀주고, 고전이 낯선 이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하는 녹색광선. 이들의 책은 단순한 책 그 이상의 존재가 되어 독자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녹색광선이 펼쳐낼 세계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INSTAGRAM : @greenflash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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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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