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이보다 좋은 계절이 있을까요. 지난 여름날은 사람들과 어울려 떠들썩한 대화의 장을 펼치기 바빴다면, 돌아온 가을에는 홀로 거리를 걸어봅니다. 발밑에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기고, 해가 저문 뒤에는 고래의 등처럼 깊고 푸른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저무는 풍경 속에서 점차 선명해지는 건 오직 나 자신일 뿐이죠.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장 그르니에는 인간의 존재를 하나의 섬에 비유했습니다. 그렇기에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건 중요합니다.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며 대화를 나눌 때 세계는 점차 확장되고, 사유와 고독의 빛깔이 짙어질 즈음에는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될 테니까요.
ANTIEGG의 열세 번째 플레이리스트는 짙은 향기를 남기고 사라지는 인센스처럼 몽환적인 음악으로 구성했습니다. 멜랑콜리하고 나른한 분위기의 아홉 곡과 함께 고요하고 오롯한 몰입의 시간을 가져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