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이 넘는 긴 시간, 매일 같은 행동을 하는 데엔 어떤 마음과 감정이 깃들었을까요? 사울 레이터는 십 대 시절부터 숨을 거두는 날까지, 수많은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사울 레이터의 작품은 그가 살아가던 시대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셔터를 누르고 붓을 들었던 꾸준한 마음과 성실함은 사울 레이터가 예술을 바라보는 마음을 그려보게 합니다.
사울 레이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생애와 폭넓은 작품을 담은 도서 『Saul Leiter: 사울 레이터 100주년 기념 에디션』가 출간되었습니다. 정통적인 유대교 집안에서 대를 이어 랍비가 되길 바랐던 아버지, 그의 기대를 저버리고 예술가의 길을 택한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사울 레이터는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고향을 떠납니다.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존 케이지, 머스 커닝햄 등 다양한 예술가와의 교류하고, 패션 잡지 ‘하퍼스 바자’ 사진작가로 성공을 거두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그의 삶을 관통한 건 거리의 풍경들이었습니다. 흑백과 컬러를 넘나드는 대표적인 사진 작품부터 누드와 사적인 초상 사진, 수채화와 스케치북 그림까지 332점에 이르는 그의 작품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개됩니다.
사울 레이터의 작품엔 부드러운 온기와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을 쓸쓸함이 함께 느껴집니다. 그는 세상이 주목하는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화려한 예술가로 살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마음속 바람과 꿈을 상상하며, 외부에 순응하는 대신 자기만의 길을 택했습니다. 그가 바라본 세계는 어떤 모양과 빛을 띠고 있었을까요?
아주 가까이에서 발견하는
예술의 순간
“세상에는 무한한 것들로 가득해요, 아름다운 것도요. 그런데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그것들을 못 보고 지나칩니다.”
_사울 레이터의 말, 마깃 어브, 마이클 파릴로, 『Saul Leiter: 사울 레이터 100주년 기념 에디션』
사울 레이터는 흑백과 컬러를 오가는 사진 작품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가’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전 세계 곳곳, 신비한 자연과 이국적인 풍경을 담는 모험가가 떠오르지 않나요? 이런 상상을 했다면, 사울 레이터는 낯선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릅니다.
그는 뉴욕에 정착한 이후, 자신의 집에서 출발해 동네 안 몇 블록 안에서 수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가 살던 거리와 동네가 특별한 명소이거나, 남다른 문화를 간직한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는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반복되어 지루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카페에 앉아 비즈니스 상대, 가족, 혹은 나만이 아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순간, 잠시 길을 멈춰 메모를 적는 순간. 너무 작고 사소해 내일이면 잊어버리고 말 순간들을 포착합니다.
그의 사진 앞에서 우리는 지나가버린 날들을, 흐르고 있는 오늘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는 지겹게 반복되는 일상에 권태를 느끼고 머나먼 날, 이국적인 공간, 평범함과는 반대되는 이색적인 경험을 기다립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사울 레이터는 지금 이 순간의 특별함과 소중함을 느끼게 합니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길
사울 레이터는 누구보다 시대의 모습, 하루하루 속 살아있는 순간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라고 요구하는 바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습니다. 외부 세계와 타협하기보다 자기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고유한 시선과 작품성을 지닌 만큼, 몇 차례 예술가로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기회와 마주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성공을 기대하며 무조건적으로 기회를 붙잡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해 유명해지는 데에 부정적이었고,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을 지키는데 집중했습니다.
《하퍼스 바자》를 비롯한 잡지 사진을 맡게 되었을 때도 당시 유행했던 화려한 패션, 자신감 넘치는 인물을 찍지 않았습니다. 잡지사 에디터, 아트 디렉터와 싸워가면서도 우연한 포착, 일상 속 순간이라는 주제에 집중했습니다. 그의 패션 사진은 시간이 흐르며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잭슨 폴록을 비롯한 대형 추상화가 유행하던 시기, 주변인들은 그에게 성공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가 그리곤 했던 추상화를 더 크게, 대형 작품으로 만들어 시대의 흐름에 탑승하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조언을 거부합니다. 늘 그래왔듯 바닥에 앉아 작은 그림을 꾸준히 그려갔습니다.
예술가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그는 세상이 만들어준 길을 걷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철학, 가치관, 꿈꾸는 것들을 더 소중히 했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내 안의 것을 지키기 힘든 시대에 내가 꼭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화가, 사울 레이터
사울 레이터는 앞서 살펴본 사진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진가이기 이전에 화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열다섯 어린 나이부터 세상을 떠나기 2주 전까지, 75년 가까이 되는 긴 시간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가 그린 그림은 4,200여 점에 이릅니다.
『Saul Leiter: 사울 레이터 100주년 기념 에디션』에서는 이러한 회화 작품 또한 많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노랑, 초록, 빨강 등 눈에 띄는 화려한 색감의 추상화부터 몇몇의 구상화, 그리고 누드 페인팅까지. 그는 그릴 수 있는 모든 곳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스케치북은 물론 와인 상자 포장지, 오렌지 껍질에도 그림을 그리곤 했습니다.
뉴욕의 집에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 때때로 어두운 기운 속 방안에 앉아있는 그를 상상해 보게 됩니다. 매일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색으로, 모양으로 표현하는 사울 레이터를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Saul Leiter: 사울 레이터 100주년 기념 에디션』 구매 페이지
“새로운 세상을 발견했다. 아무도 내게 설명한 적도, 가르친 적도 없는 세상이었다. 나는 아주 기쁘게 그 세상을 맞이했다.”
_사울 레이터의 말, 마깃 어브, 마이클 파릴로, 『Saul Leiter: 사울 레이터 100주년 기념 에디션』
사울 레이터의 사진과 그림들은 멜랑꼴리한 감정, 하나의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가 매일 걷는 길 위로 쏟아지는 계절감, 그리고 온기와 쓸쓸한 감정이 함께 느껴지는 그의 작품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되는 이 추운 계절에 잘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세상이 바라는 바를 그대로 행하는 삶이 아닌 온전한 나로서의 삶을 고민하는 작가, 사울 레이터. 그와 함께 우리 각자가 꿈꾸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하루하루에 깃든 특별함을 만나보길 추천합니다.
해당 아티클은 한스미디어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