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청춘의 전유물일까

불륜으로 점철된 3040 로맨스
예쁜 사랑은 청춘의 전유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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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누군가는 나이를 묻는 것이 무례하다고 지적하지만,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때 나이를 묻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인사처럼 굳어진 지 오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이름, 나이, 사는 곳 등 신상 정보를 묻고, 신상 정보를 바탕으로 대화 주제나 공통점을 찾아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10대를 만날 때마다 아이돌을 좋아하냐고 묻거나, 20대에게 어떤 대학에 다니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 것은 10대는 아이돌을 좋아하고 20대는 대학생일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작용한 탓이다.

그렇다면 30대와 40대에겐 어떨까? 많은 이가 결혼이나 아이에 대해 묻는다. 30대와 40대는 기혼자이고, 아이를 가진 존재일 것이라 단언하기 때문이다. 이런 편견은 공고해져, 20대를 벗어난 누군가가 로맨스를 입에 담으면 “나이를 먹고 그게 무슨 주책이냐”는 반응이 따라붙는다. 그럴 때마다 궁금해지는 것이다. 로맨스는 청춘의 전유물일까?


‘예쁜 사랑’은
청춘의 전유물인가요

2020년에 방영되어 전국적인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40대 부부를 주인공이다. 다정다감한 남편이 몇 년 동안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된 아내가 복수를 다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때 극 중 불륜을 저지른 남편으로 열연했던 이태오(박해준 역)의 대사였던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이야기는 밈화되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여기서 ‘사랑’은 무엇일까?

이미지 출처: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2022년 1월,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는 ‘이정재 표 멜로를 보고 싶다’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20대의 멜로는 풋풋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지만, 40대가 된 후부터의 멜로에는 정작 로맨스가 빠져있다는 이야기였다. 앞서 이야기한 <부부의 세계>처럼 ‘불륜’을 메인 소재로 삼은 드라마에서만 나타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30대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리겠다고 했던 드라마 <서른, 아홉>의 정찬영(전미도 역)은 극 중 시한부로 등장한다. 정찬영의 이야기가 특히 화제가 되었던 것은 첫사랑과 재회한 정찬영이 불륜을 저지르는 캐릭터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같은 해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내연애>에도 로맨스가 등장한다. 두 드라마 모두 서툴고 외로운 주인공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성장한다는 의미로 ‘로맨스’가 활용되었다. 서툰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던 두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비교하면 <서른, 아홉> 속의 로맨스가 더욱 씁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중년의 연애는
‘화끈’해야만 하나요?

중년 연애
이미지 출처: Unsplash

200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었던 <강호동의 천생연분>은 20대 청춘남녀 연예인들이 등장해 ‘매력 어필’을 해 일일 커플이 되어 게임을 하는 것을 주요 포맷으로 삼았다.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은 산장에서 처음 만난 연예인과 일반인들의 복잡한 연애 심리를 다루며 화제를 모았다. 해당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언제나 20대 청춘이었다. 그렇다 보니 ‘연애’란 청춘의 전유물처럼 이야기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며 연애 예능에도 다양한 연령과 사람들이 등장했다. <나는 솔로>, <ㅊ>, <캠핑 인 러브2> 등 중장년층, 돌싱(이혼 후 싱글이 된 사람) 등이 주축이 된 연애 프로그램이 탄생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랑받는 연애 예능에는 법칙이 있다. ‘하트시그널3’에서 김강열이 박지현에게 화려한 직진을 할 때, ‘환승연애2’에서 중간 투입된 정현규가 성해은에게 “내일 봬요. 누나”라고 솔직당당하게 매력을 어필할 때, 재미와 쾌감이 극대화되는 이른바 ‘연애 프로그램의 도파민 법칙’이다.a) 시청자들은 청춘들의 솔직한 ‘사랑’에서 ‘풋풋’한 ‘설렘’을 느끼는 것이다. 뉴스 기사에서도 해당 수식어들이 주로 포함되지만, 40대 연애 예능은 수식어부터 다르다. ‘농익은 연애’, ‘화끈한 만남’과 같은 수식어가 그들의 만남과 마음을 대변하고, 때로는 ‘결혼’을 위한 과정으로만 중년의 연애를 그린다. 그 과정에서 ‘풋풋함’이나 ‘설렘’은 의미를 잃고 뒤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40대의 ‘서툰’ 로맨스

달짝 지근해
이미지 출처: 마인드마크

영화 <달짝지근해>는 자기 일에는 빈틈없지만 연애는 모르는 남자와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미혼모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영화의 주연을 맡은 유해진은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중년의 사랑이 아닌 ‘그냥 사랑’을 그린 영화라 말하며, 대학 시절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습할 때 로미오로 발탁된 일화를 소개했다. 교수님은 잘생겨야 로미오를 한다는 세간의 편견과 달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표현하면 된다’고 조언하셨다고 한다.


배우 임수정 또한 영화 <싱글 인 서울>에서 3040의 서툰 사랑을 그린다. 임수정은 인터뷰를 통해 30대, 40대, 50대 여성들의 로맨스를 풀어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진심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60대의 로맨스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등장할까 궁금해진다. ‘예쁜 사랑’이란 결코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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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영

예술, 사람, 그리고 세상.
좋아하는 것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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