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을, 나아가 사람과 시간을 잇는 문화 예술의 장으로서 전시회장은 오늘도 수많은 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갤러리 등에서 펼쳐지는 전시를 계기로 우리는 역사적 유물과 예술 작품을 마주합니다. 그 조우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갈 때, 그 전시와 공간을 꾸려가는 이들을 떠올려 본 적 있나요?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여러 방법으로 전시 공간을 꾸려가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들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지요. 전시를 향유하는 매 순간에 깊이를 더해줄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 세 권을 소개합니다.
『박물관을 쓰는 직업』
‘똑똑’. 어느 날 아침, 누군가가 문을 두드립니다. 그 소리를 듣고 문을 여니, 곱디고운 소식이 도착해 있네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의 이야기는 짤막한 글로 매듭지어져 많은 이에게 뉴스레터 ‘아침 행복이 똑똑’으로 전해집니다. 『박물관을 쓰는 직업』의 저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그 뉴스레터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며 유물과 대중을 잇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박물관 견학 일정을 세우는 계기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문화 유산에 대해 알아가는 시작점으로, 짧은 글 속 유물의 이야기는 그렇게 수많은 구독자에게 가닿으며 수많은 경험으로 거듭납니다. 저자는 일터로서의 박물관에서 쌓아온 경험, 그 안에서의 느낌, 일터 안팎에서 정립해 간 생각 등을 『박물관을 쓰는 직업』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로이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 있다면, 전시회장 곳곳에 자리하고 있던 따스함이 아닐까 합니다. 수백 수천 년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멋을 많은 이와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지닌 온기 말이죠. 그 따뜻함은 박물관을 지탱하는 그 수많은 마음의 본질이 지닌 온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모르는 유물을 보아도 두렵지 않다. 그냥 본다. 크기와 재질과 모양과 빛깔, 눈앞의 대상을 천천히 바라본다. 내 세계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아닌, 본 것과 못 본 것으로 다시 짜였고, 나는 이전보다 더 너그러운 목표를 향한다. 하나를 보고 하나를 생각하기.
_신지은, 『박물관을 쓰는 직업』
“문화재를 쓰는 일”. 『박물관을 쓰는 직업』에서 저자가 본인의 일을 설명한 표현 중 하나입니다. 책 곳곳에는 그 표현이 무엇을 함축하고 있는지 생생히 감각할 수 있는 지점들이 여럿 마련되어 있습니다. 바로 유물의 사진, 그리고 사진마다의 짧은 글이지요. 이 책에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등에서 소장한 유물의 모습이 한 장의 사진에 담겨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사진들 밑에는 저자만의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문장들이 자리하고 있지요. 본문에 실린 문장들과 궤는 같이하면서도, 마치 전시회장 속 캡션처럼 다시 한 번 간명하게 완성되어 있기에 한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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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세계적인 예술 작품이 한데 모여 살아가는 공간이자 그 작품들을 지키는 울타리와도 같은 공간, 미술관. 미술관을 떠올리는 일은 일상적이지만, 그 미술관을 지키는 존재를 떠올리는 경우는 흔치 않을 듯합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그 흔치 않은 일의 사소한 시작점이 되어줄 것입니다. 미국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저자가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시간은 햇수로 10년입니다. 10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저자가 경험하고 성찰한 것들은, 책을 펼친 독자가 따라 걷게 될 길이기도 합니다. 근무를 하며 마주했던 작품도 여럿 묘사되어 있는데, 가느다란 실이 모여 완성된 자수처럼 섬세하면서도 생생한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미술관이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올 때까지도 나는 계단 맨 꼭대기의 내 자리에 서 있다. 저 아래 그레이트 홀은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사람들이 바다처럼 몰려가 맡겨뒀던 옷을 찾아 입고, 지도를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세상을 떠나 일상과 삶으로 돌아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
_패트릭 브링리,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저자의 삶에서 미술관 경비원으로서 일했던 나날 모두를 아우릅니다. 소중한 형제의 죽음 이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되며 이야기는 약 3백여 페이지에 걸쳐 이어지지요. 상실과 슬픔, 혹은 차마 타인이 형언할 수 없는 그 아픔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10년 후 일을 그만둠으로써 매듭지어지기까지, 과연 저자는 어떻게 다시 움직이겠다고 결심했을까요. 그 답을 찾는 여정은 이 책의 첫 장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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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의 성장』
전시회장을 향하는 발걸음에는 서로 다른 소망들이 스며 있습니다.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즐거운 추억을 쌓고 싶다는 소망, 문화 예술과 관련된 소양을 키우고 싶다는 소망, 그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즐기고 싶다는 소망 등 크고 작은 소망들을 실현하기 위해 누군가는 전시회로 향합니다. 그중에는 수많은 예술을 마주할 때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감각을 키우겠다는 소망도 있을 듯합니다. 『안목의 성장』은 그 소망을 향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삼십여 년간 전국 곳곳의 국립박물관에서 학예연구관, 전시팀장, 관장 등을 역임한 저자가 피어낸 생각들을 톺아보며 독자의 독서 여정이 진행됩니다. 그 과정에서 얻게 될 깨달음은 책 제목 그대로 ‘안목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백제 유물 촬영을 마치고 지난날 자신이 해 온 작업에 회의를 느끼며 방황하기도 한 선생의 모습에서 백제의 명품들이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님을 보았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이 깨달음으로 다가올 때, 그 명품들에 담긴 그리움은 언제나 우리 가슴에 새로운 자극과 창조적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_이내옥, 『안목의 성장』
『안목의 성장』에 실린 이야기를 살펴보면, 그 배경이 다채롭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저자의 일터인 국립박물관뿐만 아니라, 아예 국경을 넘어 타국에서 경험하고 느낀 바를 이야기하기도 하지요. 또한, 저자는 일터와 삶터에서 쌓아온 지식과 경험, 그리고 그 안에서 고찰한 것을 여러 소재와 더불어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비단 문화 예술의 현장뿐만 아니라 일상 전체에서 함께할 안목에 대해 떠올릴 수 있는 이유입니다. 아름다움을 알아차리는 감각과 더불어 삶의 풍요를 이룩할 수 있으리라는 마음마저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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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 곳곳에 자리한 예술 작품도, 그 작품들이 한데 모인 공간도, 결국 사람이 빚어내고 사람이 이어갑니다. 전시를 관람하며 내 안의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때, ‘전시’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이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떠올리기를 바라봅니다. 마음과 마음이 모여 완성된 공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은 더 이상 공허하지 않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