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샤커피가 시작된 곳
마라케시 커피 하우스 방문기

한 사업가가 복원해 낸 커피 하우스
그 역사를 마시는 미식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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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커피는
20세기 모로코에서 왔다?

바샤커피
이미지 출처: 바샤커피

럭셔리 커피 브랜드, 바샤커피를 아나요? 한국인들에게는 선물용 드립백으로 가장 유명한데요. TWG와 함께 싱가포르 여행 선물로 많이들 구매하죠. 이 싱가포르 커피 브랜드의 본점은 사실 모로코 마라케시에, 그것도 메디나 시장 거리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브랜드인데 어떻게 본점이 마라케시에 있나 궁금하다면, 위에 보이는 바샤커피 로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좋아요. ‘1910 Marrakech’라고 적힌 이 로고만 봐서는 브랜드가 1910년에 마라케시에서 탄생한 것 같지만 사실 바샤커피는 2019년 싱가포르에서 생긴 신규 브랜드입니다. 바로 역사깊은 마라케시 ‘Dar el Bacha Palace’의 커피 하우스와 그 정체성을 본떠서요.

과거와 현재의 ‘Dar el Bacha palace’
과거와 현재의 ‘Dar el Bacha palace’. 이미지 출처: Bacha Coffee
과거와 현재의 ‘Dar el Bacha palace’
과거와 현재의 ‘Dar el Bacha palace’. 이미지 출처: Bacha Coffee

1910년, 마라케시의 메디나 중심에는 ‘Dar el Bacha Palace’라는 궁전이 지어집니다. ‘Pasha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이 궁전은 당시 통치자를 위해 지어진 곳으로, 그 안에 전 세계의 아라비카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커피 하우스를 두었어요. 무역의 중심이 되는 도시였던 만큼 마라케시는 15세기부터 아라비카 커피가 한데 모이는 커피의 중심지였는데, 이 커피하우스가 생기면서 ‘Dar el Bacha palace’에는 고급 아라비카 커피와 함께 주요 인사들도 모이게 됩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루즈벨트 대통령, 찰리 채플린, 윈스턴 처칠도 이 커피하우스에 다녀갔다고 해요. 세계 2차 대전 이후 문을 닫게 된 궁전은 2017년 복원되어 박물관으로 재탄생하게 되는데, 그 안의 커피 하우스를 싱가포르의 한 사업가가 복원하기 시작해 2019년 바샤커피 라는 이름으로 재오픈하며 마라케시와 싱가포르에 지점을 두게 됩니다. 그러니까 바샤커피는 특이하게도 모로코에 그 기반을 둔 싱가포르 브랜드가 된 것이죠. 세계의 주요 인사가 모였던 역사를 등에 업고 럭셔리 브랜드로 발돋움한 바샤커피. 사실 그 1호점은 싱가포르에 있지만 의미적으로는 본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마라케시의 ‘Dar el Bacha palace’를 필자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사진 유니


바샤 오픈런은 기본이지

모로코 여행 일정 중 가장 일찍 일어난 날이 바로 바샤커피를 가는 날이었어요. 아침 일찍 메디나의 시장을 굽이굽이 지나 ‘Dar el Bacha Palace’에 도착했습니다. 신생 브랜드라지만 커피 하우스의 역사가 100년도 더 된 것은 사실이기에, 바샤커피 마라케시점은 모로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방문지가 되었습니다. 그 덕에 오픈 시간을 맞춰 나서도 티켓을 사는 줄이 이렇게나 길지요. Dar el Bacha Palace는 현재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 있는 바샤커피를 가려면 박물관 입장 티켓을 구매해야 해요.

박물관의 제일 안쪽, 거대한 중정의 한 코너에 우리가 찾던 바샤커피가 있습니다. 정면에는 커피 원두와 바닐라빈, 커피 잼 등 다양한 바샤커피의 제품들을 살 수 있는 상점이, 왼쪽에는 커피 부티크를 이용할 수 있는 카운터가 있어요. 카운터에서 바샤커피 입장 대기를 걸면, 놀랍게도 한국의 진동벨을 줍니다. 사람들이 대기하는 궁전의 정원이 제법 넓기 때문에 진동벨 시스템을 도입한 것 같았어요. 이렇게나 이국적인 마라케시의 메디나 한복판에서 진동벨을 만나니 느낌이 새로웠는데요, 이제 이 진동벨이 울릴 때까지 우리는 마음 편하게 박물관을 둘러보거나 미리 상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 편리함이라면 그 옛날의 왕께서도 좋아하실 것 같네요.

인기가 많은 탓에 기다리는 시간이 짧지는 않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바샤커피가 위치한 Dar el Bacha Palace의 중앙 정원은 그 본모습을 완벽하게 복원해 모로코의 향기가 가득 나는 건축 양식을 보여주거든요. 리야드(Riyad)라고 불리는 이 정원은 모로코의 전통적인 정원 양식으로, 가운데에 분수를 두고 네 칸으로 나누어 풍성한 정원을 가꾸는 것이 특징입니다.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햇빛을 보기 힘든 메디나와는 달리 이 중정은 밝은 햇살을 한가득 담아 1900년대 초반의 건축 양식과 모로칸 모자이크 타일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어요. 바샤커피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그저 앉아 쉬기도 합니다. 정신없는 메디나에서 여유롭게 건축물을 구경할 시간은 많지 않아서 필자는 이 시간이 매우 소중했습니다.


바샤의 궁전
그 이름에 걸맞는 식사 경험

바샤커피 룸의 내부는 또 다른 하나의 궁전 같았어요. 깔끔하게 복원된 유리 천장으로는 햇살이 가득 들어오고, 사진에 보이는 로비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방이 아주 화려한 장식들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모든 타일과 장식, 심지어는 테이블과 의자까지 본래의 모습을 복원했다고 해요. 이 건물만큼 화려하게 금박으로 장식되어 있는 두 개의 메뉴판을 받을 수 있는데요, 하나는 커피 메뉴판, 하나는 음식 메뉴판입니다. 커피 룸(Coffee Room) 이라는 명칭을 가진 바샤커피 매장은 싱가포르와 마라케시에 각 한 지점씩, 총 두 지점뿐인데요. 각종 아라비카 싱글 오리진 원두부터 바샤커피의 주력 상품 가향 커피(Flaored Coffee)까지 200종이 넘는 원두가 모두 적혀 있기 때문에 커피 메뉴가 음식 메뉴판보다 두꺼워요. 다 읽어볼 수도 없는 양에 어떻게 고르지 싶지만 마치 패션 부티크처럼 커피 마스터가 수많은 원두 중 내게 맞는 원두를 고를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이 지점에서 관광객들에게 제일 인기가 많은 원두는 ‘Marrakech Morning’이라는 스파이시한 향이 나는 커피인데, 안타깝게도 품절이었습니다. 재고가 있다면 꼭 마셔보고 오는 걸 추천드려요.

커피 룸(Coffee Room) 지점인 만큼 타 지점보다 훨씬 다양한 메뉴가 있었는데요, 고급 레스토랑에 버금가는 모로칸 브런치부터 프랑스식 디저트, 코스 메뉴까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필자와 일행은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위해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로 구성된 코스 메뉴를 시킨 뒤 각자 원하는 커피를 추가했습니다.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이어지는 서비스 모두 담당 서버이자 커피 마스터가 도와주니 제법 특별한 경험이었죠.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곳의 식기였는데요, 그릇과 커틀러리에 모두 이 궁전의 이름이 적혀 있어 이 커피 하우스의 역사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었어요. 바샤커피는 식사를 하는 내내 손님들이 단순히 식사를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 역사를 맛보고 즐기기를 원하는 것 같았습니다.

바샤커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어떤 커피를 몇 잔 시키든 바닐라빈, 생크림과 결정 설탕(rock sugar)을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제공한다는 거예요. 특히나 이 중 돋보이는 건 바로 바닐라빈인데, 비싼 식재료로 유명한 바닐라빈이 작고 귀여운 그라인더에 후추처럼 제공돼요. 바샤커피는 마치 티 하우스처럼 커피를 커다란 팟에 주기 때문에, 블랙커피에 바닐라빈만 뿌려 먹기도 하고, 생크림과 바닐라빈을 같이 곁들이기도 하면서 여러 잔 마셔볼 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다른 지점에서 테이크아웃을 하더라고 이 구성을 똑같이 제공한다는 거예요. 천천히 소꿉놀이하듯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이 서비스를 보면 럭셔리함에 진심인 바샤커피를 볼 수 있죠. 필자와 일행은 식사와 커피, 디저트까지 두 시간에 걸쳐 긴 럭셔리 식사를 즐겼습니다. 마라케시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경험 중 하나였어요.


이미지 출처: In Focus magazine

화려한 디자인과 그 국적에서 알아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바샤커피는 싱가포르의 티 브랜드 TWG와 같은 회사에 속해 있으며 같은 창업주를 두고 있습니다. ‘타하 부크딥(Taha Bouqdib)’이라는 CEO는 싱가포르에서 2008년 TWG를, 2019년에는 바샤커피를 설립했어요. 그는 사실 프랑스와 모로코 두 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의 인터뷰에 따르면 TWG 또한 싱가포르의 역사를 담았다는 브랜딩으로 세계의 다양한 차를 소개하고 판매하지만 차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모로코와 프랑스에서의 유년 시절에 영향을 받았다고 해요.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전개하기는 했지만 모두 자신과 자신의 뿌리에 연관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 것이 바로 이 두 브랜드였던 거죠.

고향을 떠나 먼 타지에서 살아가면서도 자신을 담아 독특한 마케팅을 일궈낸 타하 부크딥을 보면서 필자는 그 창의성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묘한 자신감이 생기는 걸 느꼈습니다. 무언가 만들 기회가 생긴다면, 내가 이미 가진 것을 꺼내 잘 다듬기만 해도 또 다른 특별함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어요. 타하 부크딥은 자신이 가진 것에 역사와 전통을 덧붙여 매력적인 브랜드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본인이 가진 것에 어떤 것을 덧붙여 보고 싶나요?


유니

유니

더 밖으로 넓어지기 위해 더 안으로 들여다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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