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기록한 식물과
삶을 이야기하는 책 3권

무수한 자연의 결을 묘사하며
삶에 초록을 틔우는 기록 ‘식물 세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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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그림, 식물 세밀화.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그림은 식물학과 맥을 같이합니다. 끈기 있는 관찰과 조사에서부터 시작해 온전히 식물만을 묘사함으로써, 식물도감과 식물학 논문 등에 활용되기도 하지요. 그리는 이의 주관적인 판단은 덜어내고, 식물이 보여주는 현재만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은 누군가의 일상에는 초록빛 온기로 가닿기도 합니다. 얇은 선과 미세한 점, 서로 다른 농도로 펼쳐진 수채화 물감이 모여 완성된 이 섬세한 그림과 더불어, 자연에서부터 우리의 삶을 읽어내는 책 세 권을 소개합니다.


『자연을 기록하는 식물 세밀화』

식물 세밀화 『자연을 기록하는 식물 세밀화』
이미지 출처: 도서출판 이종

‘식물 세밀화’라는 세계를 안내하는 지침서가 있다면 이 책이 아닐까 합니다. 『자연을 기록하는 식물 세밀화』는 A4 용지보다 조금 더 큰 크기로 이뤄져, 식물 세밀화를 샅샅이 설명합니다. 식물 세밀화가 소통의 한 방식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서부터 시작해 식물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지, 책상 앞에서 작업을 할 때 어떤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지, 연필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까지. 그 외에도 식물 세밀화 작업 과정 속 세세한 요소들을 짚으며 한 장의 식물 세밀화가 완성되기까지의 여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책의 말미에서는 이 책을 덮은 후에도 식물 세밀화와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가이드도 제시합니다. 식물 세밀화가 식물을 묘사한 기록이라면, 이 책은 식물 세밀화를 묘사한 기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이시크 귀너
이미지 출처: 이시크 귀너

식물 세밀화가는 식물을 직접 감각하며 이해하고, 펜과 붓으로 그 식물을 보존합니다. 이 책의 저자 이시크 귀너(Işık Güner)는 터키의 식물 세밀화가로, 식물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연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부터 식물과 자연을 향한 저자의 애정은 더 깊어졌고, 이 책에 담긴 식물 세밀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그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국 보태니컬 아트 협회(SBA, The Society of Botanical Artists)의 최초 한국인 정회원인 송은영 작가의 감수와 함께, 저자가 설명하는 식물 세밀화는 그 힘을 잃지 않은 채 한국인 독자를 마주합니다.


『자연을 기록하는 식물 세밀화』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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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책』

식물 세밀화 『식물의 책』
이미지 출처: 책읽는수요일

민들레, 주목, 은행나무, 무궁화 등 『식물의 책』에 등장하는 총 42종의 식물은 왠지 낯설지 않습니다. 설령 처음 보는 이름을 지녔다 해도, 식물 세밀화로 기록된 그 모습을 본다면 바로 머릿속에는 느낌표가 떠오를 텐데요. 바로 이 책 속 식물들이 모두 도시에서 자주 보인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의 풍경은 익숙해도, 그 풍경에 자그마한 식물의 존재를 그려 넣는 일은 그다지 익숙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 책은 이미 도시의 틈새마다 존재하며 일상 곳곳을 함께하고 있었던 초록빛 존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식물 세밀화
이미지 출처: 책읽는수요일

마흔두 개의 이야기가 펼쳐진 매 페이지는 긴 시간 누군가의 손길에 닿은 듯 색이 바래 있습니다. 때로는 손때를 탄 듯한 흔적마저 새겨져 있는데요. 이는 『식물의 책』만이 지닌 디테일한 디자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과 더불어 펼쳐지는 독서 경험에 생동감을 주는 장치이기도 하지요. 대학원에서 원예학 석사 과정을 수료한 후 식물 세밀화가로 활동하며 책, 칼럼, 라디오 등을 통해 식물의 이야기를 전하는 저자의 식물 관찰 일기를 읽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만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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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살아간다』

식물 세밀화 『나무처럼 살아간다』
이미지 출처: 덴스토리

모두를 아우르는 격언이자 구루(Guru)와 같은 존재, 나무. 『나무처럼 살아간다』는 지구 곳곳에 뿌리를 내린 나무 60종에서 삶의 지혜를 읽어내는 책입니다. 단풍나무, 버드나무 등 익숙한 이름부터 연필향나무, 쿡 파인트리 등 다소 생소한 이름까지. 그 서로 다른 이름처럼, 각각의 나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태곳적부터 지금까지 맥을 이어왔다는 사실을 이 책은 이야기합니다. 예순 그루의 서로 다른 삶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책 너머의 독자는 일상 속 고뇌에 답이 되어 줄 실마리를 얻게 됩니다.

식물 세밀화
이미지 출처: 덴스토리

약 130페이지에 걸쳐 정갈하게 펼쳐진 그림들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일러스트레이터 애니 데이비드슨(Annie Davidson)의 손끝에서 완성되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의 갈래는 식물 세밀화보다 식물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마다의 나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듯, 책에 실린 그림들은 나무 한 종 한 종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 동안, 서로 다른 나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독자에게 선명히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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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식물만이 줄 수 있는 위안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우리의 매일에는 너무나도 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식물이 있다 해도, 정신 없이 돌아가는 삶 속에서는 그 초록빛 생명에 가닿기까지가 왜 그리도 멀게만 느껴질까요. 그 찰나의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식물 세밀화는 섬세하고도 든든한 위로를 선사합니다. 사진보다 더 정밀하면서도 그림만의 온기를 지닌 이 기록은 변수로 가득한 매일에 자연의 생명력을 선사하는 귀중한 통로가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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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

파란 하늘처럼 청명한 힘을 글과 사진에 담고자 하는 사람.
콘텐츠가 선사하는 영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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