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무수한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한다. 선뜻 권하기도, 나서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돌봄 굴레에 갇힌 청년들이 있다. 질병을 앓거나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들, 우리는 이들을 ‘가족돌봄청년’이라 부른다. 미래를 꿈꾸며 도약하기 바쁜 시기에 가족과 함께 가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이고 살아가는 청년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 아프리카 속담처럼,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이 무게를 조금씩 나눠 들 방법은 없을까.
희망이 보이지 않는 바쁨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의 주당 평균 돌봄시간은 21.6시간, 평균 돌봄기간은 46.1개월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을 돌보는 일에만 하루 평균 4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이나 직장인이라면 이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돌봄청년은 아픈 가족을 케어하거나 가사활동을 전담할 뿐만 아니라, 생계를 꾸려야 하는 부담도 함께 지고 있다. 아직 어떠한 직업적 기반도 다지지 못한 청(소)년들의 경제활동은 녹록치 않다. 시급으로 책정되는 아르바이트를 위해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나’를 위해 바쁠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청년은 미래를 도모하기 어렵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 희망은 자꾸만 흐릿해지는 것만 같다. 가족돌봄청년들의 우울감 유병률은 약 61.5%로 일반청년의 7배 이상이며, 주돌봄자의 경우 70.9%로 일반청년의 8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발병이나 사고 등으로 급히 돌봄을 시작하게 되면서, 사회적 관계를 끊고 고립되는 일도 잦다. ‘가정사’라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알리거나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을 살아간다.
부족한 사회적 안전망
가족돌봄청년의 존재는 이제야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2021년 5월, 거동이 불가한 아버지를 돌보던 청년이 생활고를 감당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대구 청년 간병살인 사건’이 그 시작이었다. 이를 계기로 보건복지부는 4만 명의 가족돌봄청년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사각지대 파악 및 생애 주기에 따른 깊이 있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었다. 대구 서구와 달서구에서도 2023년 가족돌봄청년 등을 대상으로 일상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운영하였으나, 실질적인 혜택을 본 청년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럼 우리는 ‘가족돌봄청년’의 존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막연히 아픈 가족들을 돌보는 이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당사자가 되거나 가까운 사이가 아닌 이상 그 어려움을 실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사회에는 더 많은 가족돌봄청년들이 생겨날 것이다. 특히 형제자매가 몇 없는 현대 가족 구성의 특성상, 홀로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청년 인구가 갈수록 많아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청년 개인과 그 가정이 독자적인 힘으로 해결해야 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족돌봄에 대한 공동체의 관심과 국가의 실효성 있는 제도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경기연구원은 지난해 『청소년·청년의 가족돌봄, 독박돌봄에서 사회적 돌봄으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가족돌봄청년들의 기본권 보장과 미래 삶의 기회균등 차원에서 접근하여, 이전 자료들에 비해 다양한 지원 대책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안이 담겼다. 아직도 가족돌봄청년들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실질적 지원은 부족한 현실이지만, 이러한 관심과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다.
교육에서 다시 찾는 희망
가족돌봄청년의 어려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와 맞닿아 있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닫는다. 돌봄의 무게를 수많은 사람이 아주 조금씩 나눠 들 수 있다면, 그들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당장의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가족돌봄청년에게 또 다른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 한 가지는 ‘교육’일 것이다.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힘은 배움과 성취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IT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스파르타에서는 굿네이버스와 손잡고, ‘희망이 될 수 있는 바쁨’인 교육을 가족돌봄청년들에게 선물하고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가족돌봄청년들은 그동안 ‘희망이 될 수 없는 바쁨’의 굴레에서 미래를 설계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런 그들에게 ‘나를 위해 바쁠 수 있는 시공간’을 내어주는 곳이 되고자 하는 바람으로, CSR캠페인 <우리가 바쁜 이유>를 기획했다고 한다.
이벤트 페이지에 접속한 뒤, 응원의 마음을 담아 ‘마음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1,000원이 기부된다. 참여자의 비용 부담은 없다. 목표 기부금은 1,000만 원으로, 전액 모두 가족돌봄청년들을 위한 생계비 지원, 스파르타코딩클럽 전 강의 평생 무료, 노트북 등 학습 기기 지원에 사용된다. 진심을 담은 클릭 한 번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갈지 궁금하다면 메일로 소식을 받아볼 수도 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내가 아닌 타인의 고통에 눈을 돌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연결감을 느낄 때 세상은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된다. 바쁘고 바쁜 현대 사회에서, 한 번의 클릭만으로 누군가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면 이보다 기쁘게 참여할 수 있는 일이 또 있을까? 팀스파르타의 의미 깊은 캠페인을 응원하며 작은 힘을 보태보자.
- TBC, 간병의 굴레 2탄 – 취업해도 반복인 거죠…가족돌봄청년(2024.02.26)
- 경기신문, [사설] ‘가족돌봄청소년·청년’ 위한 법·제도적 장치 필요(2023.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