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성이 축적되는
수집가의 공간 5곳

콜렉팅의 가치를
실감할 수 있는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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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지난 3월 10일까지 구본창 작가의 회고전이 열렸습니다. 한국 현대사진의 시작과 전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받는 그의 일생 중에서도 유년은 아주 특별했습니다. 그릇 조각, 비누, 인쇄물, 버려진 물건에서도 미감을 발견한 그는 수집을 일상화했던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도입부터 작가가 가진 콜렉터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킬 정도였는데요. 수집은 한 소년이 위대한 아티스트로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암시합니다. 마무리된 전시의 여운을 이어 수집가들이 꾸린 공간을 찾아보고, 우리 속에 잠재하고 있을 착상을 자극시켜보기로 합니다.


4560디자인하우스

4560디자인하우스
이미지 출처: 4560디자인하우스 공식 인스타그램

디자인 스튜디오 4560디자인하우스는 50~90년대 미니멀리즘 디자인 제품들에 애정을 쏟은 개인 콜렉터의 감성으로부터 발전했습니다. 현대 건축과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친 다학제적 예술 학교 바우하우스 감각의 작품들이나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선구자인 디터 람스 작품들에서부터 브라운(Braun), 애플(Apple), 뱅앤올룹슨(B&O), 브리온 베가(Brionvega), 올리베티(Olivetti) 등 현대 산업디자인의 표준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들을 2000여점에 가깝도록 착실히 모아온 결과입니다.

현재 개인 전시관은 휴관중이지만 4560디자인하우스는 2018년부터 꾸준히 기획 전시를 열며 대중이 수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침 올해 3월8일부터 5월31일까지는 미니멀 디자인 가구 두닷과 협업해 ≪MY HOME OFFICE≫라는 전시를 꾸리고 창의성과 안락함이 깃든 홈오피스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이곳에서는 라디오, 레코드 플레이어, 주방기기, 전기 면도기 등 가전제품 산업에서 상징적인 제품을 탄생시킨 브라운의 역사가 단연 돋보입니다.


INSTAGRAM : @4560designhaus


PDF SEOUL

PDF 서울
이미지 출처: PDF 서울 공식 인스타그램

포토(Photo), 디자인(Design), 패션(Fashion)의 이니셜을 따서 명명한 PDF SEOUL은 희귀한 아트북으로 채워진 전문 서점이자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이름에서 문서 파일 포맷을 떠올리게 하는 연상작용은 의도된 바입니다. 직접 종이를 만지고 넘겨보는 물성에서 의미를 찾던 수집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모은 사진집과 아트북 콜렉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취향이 더이상 혼자만의 것이 아닌, 공유재로 의미가 있는 곳. 전공자나 예술계 종사자가 아니라도, 구매 목적을 위한 방문자가 아니라도 다녀갈 이유가 충분합니다. 누구나 양질의 영감을 얻길 바라는 가치가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콜렉터 자신의 취향을 넘어서는 영역까지 끌어안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PDF SEOUL 자체 제작 상품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INSTAGRAM : @pdf_seoul


피규어뮤지엄W

피규어뮤지엄W
이미지 출처: 피규어뮤지엄W 공식 인스타그램

피규어뮤지엄W는 다양한 종류의 피규어와 아트토이를 전시한 테마파크형 박물관으로 어린 시절부터 장난감을 모으는 것이 취미였던 수집가 두 명이 뜻을 모아 만든 공간입니다. 개인 소장품이라기엔 전시 규모가 상당해 놀라움을 자아냅니다. 각 층의 테마에 따라 한정판 피규어,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로봇, 히어로 영화의 캐릭터, 슈퍼카 다이캐스트 등으로 가득합니다.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교육 및 상설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해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재미까지 누리도록 합니다. 어떤 형태의 장난감에든 푹 빠진 어린이도, 어린 시절 감성을 여전히 품고 있는 어른도, 세대를 넘나들어 즐기기에 안성맞춤입니다.


INSTAGRAM : @figure_museum_w


프로파간다 시네마 스토어

프로파간다 시네마 스토어
이미지 출처: 프로파간다 시네마 스토어 공식 인스타그램

프로파간다 시네마 스토어는 영화 포스터 작업을 하는 그래픽 스튜디오 한쪽에서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 토요일에만 열리는 큐레이션 무비숍입니다. 예약 방문만 가능해 경쟁이 치열하죠. 대열에 합류했다면 영화 홍보물을 주로 모았던 시네마 키드의 과거를 엿볼 수 있게 됩니다.

장이 펼쳐지는 날에는 특정 영화나 영화인을 주제로 한 기획전이 구성되기도 합니다. 공간의 수장은 주로 영화에 몰입해왔지만 88서울올림픽 관련 아이템을 모은 콜렉터로서도 유명합니다. 보물찾기하듯 오리지널 해외 영화 포스터, 블루레이, OST LP 혹은 CD, 폐간된 영화 전문 매거진 등을 발굴하게 됩니다.


INSTAGRAM : @propagandacinemastore


망우삼림 현상소
& 20세기인쇄사무실

망우삼림
이미지 출처: 망우삼림 공식 인스타그램

‘나쁜 기억을 잊게 해주는 망각의 숲’이라는 뜻을 가진 망우삼림은 필름현상소이자 인쇄소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필름 사진에 담긴 추억이 흘러드는 장소라고 할까요. 애틋한 기억들이 당도하는 만큼 공간은 옛 감성을 일게 합니다.

특히 홍콩 영화를 보고 자라며 홍콩을 동경했던 수집가의 기억이 반영됐습니다. 그러모은 가구, 기기, 소품 등에서 그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함께 차려진 레트로 편집숍으로 정서가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현상한 필름을 티셔츠 등 원하는 제품에 인쇄하고 간직할 수 있다는 점은 방문자 역시 수집 행위의 주체가 되기를 권합니다.


INSTAGRAM : @mangwoosamlim


‘사물의 퇴적층’은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긴 시간, 그리고 사물들이 건네는 사소한 말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진심이 작용한 것이겠지요. 한 대상을 꾸준히 좋아하는 태도도 재능이라고 여겨지지 않나요? 수집가의 공간에서 체감해 보시길 바랍니다.


한나

한나

가장 보편적인 일상의 단면에서 철학하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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