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고통을
재현하는 방법

관객의 시선을 이용한
영화의 연출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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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 매체. 관음의 예술. ‘영화’와 ‘관객의 눈’은 뗄 수 없이 상호작용합니다. 감독은 프레임 속을 연출하여 관객의 흥미와 재미, 공감을 끌어내는데요. 필자는 ‘관객의 눈’까지도 연출하는, 그것을 장치로 이용하는 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대개 이러한 영화들은 관객에게 공감과 재미를 넘어 인물의 사연, 고통과 같은 감각까지 체험하게 하는데요. 우리의 눈이 영화의 일부가 되는 영화적 경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구스 반 산트
<엘리펀트>

영화 <엘리펀트>
이미지 출처: IMDB

영화 <엘리펀트>는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해당 사건은 미국 역사상 끔찍한 총기 사건 중 하나인데요. 영화는 사건이 일어나는 날 학교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평화로운 시간부터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까지 모두 보여주는데요.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사건의 피해자 학생들과 가해자 학생의 뒤를 따라가듯 촬영합니다. 이는 끊어지지 않는 롱 테이크로 촬영되어 관객은 실제 영화 속에 들어가 이 상황을 함께 경험하듯 지켜보게 됩니다.

영화 <엘리펀트>
이미지 출처: IMDB

감독은 실제 가해자 학생이 즐겨하던 자극적인 게임을 모티브로 4:3 화면비를 사용하였는데요. 게임 같기도 한 <엘리펀트>의 화면은, 관객에게 잔인한 현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집요하고 갑갑함을 전달합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의 시선을 이용하여 되려, 이 끔찍한 사건을 실시간으로 공감하게 합니다. 관객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모든 상황을 알고 지켜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까지 느끼게 됩니다.


자비에 르그망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IMDB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부모의 양육권 다툼을 통해 가정 폭력의 피해를 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낸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폭력적인 남편 ‘앙투안’은 이혼한 후에도 아내 ‘조제핀’과 아들 ‘앙투안’에게 협박과 미행을 서슴지 않는데요. 아들 앙투안은 친자 접견권에 의해 매주 아빠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남편 ‘앙투안’은 총을 들고 집안에 침입해 경찰에게 제압당하게 되는데요.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IMDB

마지막 장면에서 남편이 끌려간 후 안심하고 있는 아내와 아들 앙투안이 화면에 담깁니다. 이때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이웃의 시선은 관객의 시선과 동일시됩니다. 아내와 아들 앙투안은 총구멍이 뚫린 좁은 문 안에 갇히듯 서 있고, 관객은 이를 보는 이웃의 시점을 공유받게 됩니다. 이웃, 관객과 같은 제3자의 눈으로 봤을 때, 가정폭력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가정폭력을 완전히 끊어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관객은 이웃 시선의 공유로 깨닫게 됩니다.


미카엘 하네케
<퍼니게임>

영화 <퍼니게임>
이미지 출처: IMDB

영화 <퍼니게임>은 <피아니스트>, <아무르>를 제작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입니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1997년에 <퍼니게임>을 제작하고 이후 2004년에 한 번 더 리메이크할 정도로 <퍼니게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는데요. <퍼니게임>은 사이코패스의 살인극에 대한 영화로, 호숫가 별장에 휴가를 온 가족에게 두 청년이 찾아와 가족을 살해하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퍼니게임>은 순식간에 관객을 가해자의 공범으로 만들어버리는데요. 가족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살인마가 관객을 바라보고 윙크를 하는 장면을 통해, 영화를 지켜보던 관객은 순식간에 스크린 앞에서 영화 속 가해자의 무자비한 폭력을 무의식적으로 동조한 입장에 놓이게 됩니다.

영화 <퍼니게임>
이미지 출처: IMDB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영화라는 매체가 타인의 삶을 방관하며 즐거움을 얻는 오란 매체라는 점에서 비판하였습니다. 영상 매체가 우리들의 현실 감각을 무감각하게 만들며, 윤리를 따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 자극적인 영화를 지켜보던 관객에게 일깨워주는 연출을 해냅니다.


알폰소 쿠아론
<그래비티>

영화 <그래비티>
이미지 출처: IMDB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는 탐사선을 수리하던 여성 우주비행사 ‘라이언 스톤’이 사고로 우주 미아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비티>는 우주에서 조난 당한 주인공의 입장을 경험하게 하는데요. 주인공 비행사를 가까이서 지켜보던 카메라는 주인공의 헬멧에 점점 가까워지더니 헬멧 안으로 들어가 주인공의 눈이 됩니다. 이때 관객이 보는 것은 우주를 유영하는 주인공의 육체에서 주인공의 눈이 보는 것으로 전환됩니다. 비인칭적인 카메라의 시점과 주인공의 1인칭 시점이 하나의 장면으로 이어진 것인데요. 이 장면은 관객에게 시점 이동의 체험하게 하고, 주인공이 느끼고 있는 끝없는 우주 앞에서의 공포를 경험하게 됩니다.


해당 영화들은 관객의 시선을 연출해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영화 속 시점과 관객의 시점이 이어질 때, 그 교감의 순간 관객의 마음은 동하게 되는데요. 그 체험을 선사하는 영화는 대개 고통과 같은 강렬한 감각을 전합니다. 이로써 영화는 단순히 오락, 재미, 공감 전달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또한 단순히 이야기로써, 시각적인 것으로써 구성된 것이 아닌, 더 많은 연출 장치로 관객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촘촘히 의도된 것임을 생각하며 영화를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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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빈

사랑과 경탄을 담아, 성실한 사유를 이끄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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