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과 서울, 개성이 뚜렷한 두 도시 사이에서 시작된 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BERLIN PHOTOBOOK DISTRIBUTION’인데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출판 기반의 회사이지만 이들의 행보는 기성 출판사와는 사뭇 다릅니다. 단순히 책을 출판하는 것을 넘어 출간 기념 전시회나 팝업을 개최하고, 옷이나 모자 같은 패션 아이템을 제작하기도 하죠. 출판의 영역을 확장하며 독자에게 신선한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베를린 포토북 디스트리뷰션을 소개합니다.
출판의 영역을 확장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베를린과 서울을 거점으로 설립된 베를린 포토북 디스트리뷰션은 2023년 설립된 출판 브랜드입니다. 이들은 다양성과 창의적 발상의 공존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요. 브랜드의 슬로건 ‘YOU WON’T FIND THIS ON GOOGLE, BUT IN PHOTOBOOK.’ 문장은 이들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사진부터 에세이, 대화, 영감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폭넓은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실험적인 시도가 눈에 띄는 해외 서적을 큐레이션 하여 소개하기도 합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국내외 아티스트의 아트북을 직접 출판하고 제작하기도 하죠.
브랜드의 탄생은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이들은 베를린 곳곳의 독립서점에서 지금껏 만나지 못했던 형식의 포토북과 아트북으로부터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출판물을 발굴하여 소개하고자 브랜드를 설립하게 된 것이죠.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보다는 낯설지만 흥미로운, 새로운 관점이 돋보이는 책을 중심으로 유통하고 제작해 오고 있습니다.
베를린 포토북 디스트리뷰션은 출판을 토대로 활발한 오프라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책 밖으로 나와 예술적인 진보를 추구하며 경계를 허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작년 5월에는 브랜드 론칭 기념 오프닝 행사를 디자인 스튜디오 HAHOUSE에서 진행했습니다. 박우진 가구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책을 위해 맞춤 제작된 선반과 함께 포토북 『Nirgendwohin』를 비롯한 아트북을 선보였습니다. 그해 가을에는 베를린 미테 지구에서 팝업을 진행했고, 사진집 『PAL-WOL』의 출간을 맞이하며 저자의 개인 사진전도 개최했죠. 최근에는 서울 연희동 카페 ‘Der StuhL’에서 신규 출판물과 굿즈를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흥미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베를린 포토북 디스트리뷰션에서 출간한, 참신한 기획이 매력적인 책 3권을 소개합니다.
『Nirgendwohin』
『Nirgendwohin』은 한보경 포토그래퍼의 사진집입니다. 독일어로 ‘Nirgendwohin’은 ‘어디에도, 아무 데도’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요. 책은 아무도 자신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완벽한 이방인으로 보낸 날들의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익숙한 장소로부터 기인하는 고통과 책임에서 벗어나,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도시에서 낯선 물건을 수집하고 서로 어울리지 않는 사물들을 조합합니다. 과일이나 통조림 캔 같은 일상의 사물과 이국적인 장면이 페이지마다 조각처럼 담겨 있죠. 흰색 패브릭 주머니에 담긴 사진집은 손바닥 정도의 아담한 크기로, 표지는 2가지 버전으로 제작되었습니다.
『What are your 3 favourite objects?』
누군가가 좋아하는 물건을 보면 우리는 그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What are your 3 favourite objects?』는 호기심 가득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인터뷰 형식의 책입니다. 저자 Sven Durst는 사람과 사물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고자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친구와 낯선 이의 집에 방문하여 좋아하는 물건 3가지에 대해 묻고 이를 필름으로 촬영하기로 한 것이죠. 11명의 인터뷰이는 카메라, 야자나무 화분 등을 소개하며 물건을 선택한 이유와 이에 얽힌 비하인드를 설명해 줍니다. 각양각색의 사물을 매개로 타인의 삶과 정다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What are your 3 favourite objects?』 구매 페이지
『PAL-WOL』
『PAL-WOL』은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Renata Kats의 사진집입니다. 제목은 발음 그대로 ‘8월’을 영어로 표기한 것인데요. 당시 작가는 현대 사회의 사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줄 이야기를 찾던 중, 프랑스-한국 국제 커플인 피에르와 지연을 만났다고 합니다. 데이트 앱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2018년 8월부터 지금까지 쭉 함께하고 있죠. 작가는 커플의 일상적인 모습부터 3가지 언어로 쓰인 편지와 노래, 서로의 지문이 새겨진 타투 등을 포착했습니다. 책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우주를 펼쳐내 보이며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들은 앞으로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고 말합니다. 책을 기반으로 의류, 잡화, 문구류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전달해 나갈 것이라고 하죠. 현재 오프라인 공간 오픈 또한 준비 중에 있다고 하네요. 출판부터 패션, 문화 예술을 아우르며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 나가는 베를린 포토북 디스트리뷰션. 책 안팎으로 다채로운 문화를 제안하는 이들에게서, 앞으로의 출판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요?
WEBSITE : BERLIN PHOTOBOOK DISTRIBUTION
INSTAGRAM : @berlinphotobookdistribu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