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KDOG is for everyone who has dealt with trauma and grief.” _ Botis Seva “블랙독은 트라우마와 슬픔의 시간을 지나온 모두를 위한 작품이다.”
_ 보티스 세바
어떤 공연이 트라우마와 슬픔의 시간을 지나온 모두를 위한 작품이라고 한다면 어떤 인상을 받으시나요? 과연 그 공연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그리고 그것이 힙합과 댄스로 표현된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예술은 자전적 경험에 기반하였을 때 가장 깊은 시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의 세계를 넘보는 경험이 예술이 가진 독특한 가치이기 때문이죠.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도, 프랑스 인상주의자 화가 폴 고갱도 자전적 이야기로 높은 가치를 인정 받은 장본인이죠. 오늘 소개해드릴 <블랙독 BLKDOG>의 보티스 세바도 그런 인물 중 하나입니다.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걸까요?
바스키아가 연상되는 예술가
보티스 세바
단순히 그의 외모와 인종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행보는 꼭 바스키아를 닮아 있습니다. 어쩌면 틀을 깨고 행위를 지속하고 있고요. 기존에 관습처럼 내려오던 ‘춤은 어떠해야 해.’와 같은 관념은 찾아보기 힘들죠. 이러한 유형의 예술가에게 개념에 대한 정의는 무의미합니다. 각자가 해석하고 표현하는 것이 곧 정의이기 때문에 답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게 되지요.
런던 남부 태생인 보티스 세바는 런던 거리에서의 경험으로부터 탄생한 인물입니다. 힙합과 스트리트댄스, 흑인 문화가 반영된 독특한 스타일로, 사회적 박탈과 차별의 경험에 뿌리를 두고있죠. 더욱이 주목할만한 점은 장르를 뛰어넘은 도전적 시도입니다. 영상 및 다양한 예술 장르의 언어와 기술을 차용하는 그는 사회적 변화를 만들고 자전적 경험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힙합에 대한 정치적, 연극적, 실험적 해석은 그를 영국은 물론 세계 무대에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시켰죠. 동시에 그가 가진 독특한 언어는 혁신적 힙합무용 단체 ‘파 프롬 더 놈’을 세계적인 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평범함에서 벗어나다
파 프롬 더 놈
힙합 장르에서는 그룹 활동이 특히나 활발합니다. 개인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도 있지만 팀으로 무대를 구성했을 때 오는 또 다른 임팩트가 있기 때문이죠. 보티스 세바가 19세이던 2009년 런던에서 만들어진 팀 ‘파 프롬 더 놈’은 그런 맥락에서 보티스 세바를 더욱 빛나게 해준 역할도 수행했습니다. 리더의 철학과 삶의 방식이 오롯이 담긴 팀이기에 오랜 시간 일관된 실험과 도전으로 팀을 이끌 수 있었고요. 정신적 성숙함과 절정의 표현력을 가진 그리고 완숙한 테크닉의 구성원들은 연극적 유기성과 힙합의 예술성을 꾸준하게 실험정신 속에 녹이고 있죠.
그들은 발레, 힙합, 현대무용 등 경계를 가로질러 무대를 구성합니다. 신념의 물리적 구성이라고도 할만큼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고루 찾아 사용하죠. 팀의 이름처럼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힙합 그룹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보티스 세바의 철학처럼 현대 정치와 사회에 대한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평범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스트리트댄스의 언어를 해체하고 힙합과 기존 무대예술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그들만의 새로운 무대언어를 보여주며, 전 세계 공연장과 축제에서 끊이지 않는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장르와
춤의 시대로의 안내
보티스 세바와 파 프롬 더 놈은 늘 그렇듯 이번 공연에서도 사회적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사회적 트라우마인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이죠. 사람의 마음이 현대 사회의 트라우마와 슬픔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살펴보는 작품입니다. 필자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는 트라우마와 슬픔을 겪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가’ 돌이켜보면, 어떤 계획과 의도를 가지고 견뎌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생각보다 의식하지 못하고 어떤 현상을 받아들이는 것이 본래 습성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 보티스 세바는 공연을 통해 이런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작품이 말하는 의도에 공감하기를 바라는 듯 보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러한 메시지가 보다 더욱 진정성이 있는 이유는 보티스 세바 자신이 어린 시절 겪은 차별과 억압을 바탕으로 재창조해낸 기획이기 때문입니다. 힙합과 댄스를 기반으로 하지만 조명과 음악, 나아가 의상까지 모두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번 공연에 꼭 참여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춤과 힙합에 깊은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티스 세바의 메시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싶기 때문입니다. 정말 우리들은 트라우마와 슬픔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보티스 세바는 우리에게 어떻게 대처하자고 말할까요? 댄서들의 현란한 몸짓과 신나는 음악이 이 공연의 소구점은 아닐 것입니다. 자극적인 엔터테이너적 요소 외에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본질을 강조하는 파 프롬 더 놈, 그들의 몸짓을 하루 빨리 만나보고 싶습니다.
해당 아티클은 성남 아트센터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