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러분은 어떤 문화생활을 계획하고 있나요? 휴가철이 다가오면, 평소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 도전하게 되는데요. 그중 하나로 ‘뮤지컬 보기’를 추천합니다. 하반기에는 뮤지컬 <시카고>,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그리고 <하데스타운>이 독특한 스토리라인과 음악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세 작품을 보러 가기 전, 알아두면 좋을 이야기와 미리 들어볼 노래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한국 공연 24주년을 맞은
명불허전 뮤지컬
<시카고>
2024년 한국과 1920년대 미국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바로 ‘셀럽’에 열광한다는 점입니다.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시카고>에는 신문 1면에 올라 셀럽이 되려는 여성들, 록시 하트와 벨마 켈리가 등장해요. 살인을 저지른 두 여성은 사치와 범죄, 꿈이 공존하는 시카고의 나이트클럽과 법정을 무대로, 최고의 변호사 빌리 플린의 도움으로 무죄를 받고 유명해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죠.
실제로 산업화, 도시화, 이민, 여성 참정권 확립 등으로 급변하던 당시 시카고의 사회적 혼란 속에서 사람들은 각종 스캔들에 열광했어요. <시카고>의 원작, 모린 달라스 왓킨스(Maurine Dallas Watkins)의 희곡도 시카고에서 범죄를 저지른 여성들이 유명인이 되어 무죄까지 받은 사건들에 영감을 받아 쓰였다고 하죠. 셀러브리티 문화의 명과 암이 자주 언급되는 요즘, 벌 떼처럼 모였다가 또 흩어지는 대중들의 관심에 목매는 록시와 벨마의 이야기가 왠지 가깝게 느껴지지 않나요?
<시카고>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끈적한 재즈 음악입니다. 극의 배경이 되는 1920년대 미국 대중음악을 풍미했던 재즈 사운드가 작곡가 존 캔더(John Kander)의 손에서 유일무이한 넘버들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초기 재즈의 형성에 영향을 준 래그타임(’Hot Honey Rag’)이나 라틴 음악(’Cell Block Tango’)도 발견할 수 있죠. <시카고>의 또 다른 매력은 화려한 안무인데요. 아카데미상을 무려 8번 수상한 안무가이자 감독 밥 포시(Bob Fosse)의 도발적이고 역동적인 움직임이 퍼포먼스에 관능을 한층 더해줍니다. 뮤지컬 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All That Jazz’ 뿐만 아니라 다른 넘버들에서도 그만의 색이 짙은 춤을 즐길 수 있으니, 배우들의 매혹적인 몸짓에 주목해 보세요.
영국 코미디의 진수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
두 번째로 소개할 뮤지컬의 배경은 영국입니다.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은 1900년대 초반 영국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 뮤지컬이에요.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야망과 사랑, 그리고 코믹한 살인 사건을 그립니다. 주인공 몬티 나바로는 가난한 젊은이로, 어느 날 자신이 귀족 다이스퀴스 가문의 상속자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그가 상속자가 되기 위해서는 앞서 있는 여덟 명의 친척을 제거해야 하죠.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유머와 아이러니가 가득한 상황들이 펼쳐집니다.
스티븐 루트박(Steven Lutvak)이 맡은 <젠틀맨스 가이드>의 음악은 20세기 초 뮤지컬의 고전적인 스타일을 재해석했어요. 왈츠와 서정적인 발라드 등 경쾌한 오페레타 음악과 블랙코미디의 요소, 익살스러운 가사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죠. 다이스퀴스 가문의 무지를 풍자하는 ‘I Don’t Understand the Poor’, 몬티가 살인을 준비하는 장면을 표현한 ‘Poison in My Pocket’, 두 여성과 몬티의 삼각관계를 코믹하게 그린 ‘I’ve Decided to Marry You’ 등의 대표곡을 미리 듣고 가면 좋을 거예요.
특히 다이스퀴스 가문의 후계자 여덟 명을 한 배우가 모두 소화하는 퍼포먼스가 이 뮤지컬의 백미인데요.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실력파 배우로 알려진 이규형, 정문성, 정상훈, 안세하가 1인 8역으로 변신을 감행할 예정입니다. 무대 또한 영국 귀족 사회를 사실적으로 재현해 시각적 재미를 제공하니 기대해도 좋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재지한 해석
<하데스타운>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2019년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연출상, 음악상 등 총 8개 부문을 수상한 뮤지컬 <하데스타운>을 살펴볼까요?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신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바탕으로 하는데요. 191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가 배경입니다.
잘 알려진 이 그리스 신화를 다룬 이 뮤지컬이 특별한 이유는 신화의 재해석, 그리고 이를 탁월하게 반영한 음악에 있습니다. <하데스타운>은 싱어송라이터 아나이스 미첼(Anaïs Mitchell)이 2010년 발매한 동명의 콘셉트 앨범에서 출발했는데요. 미첼은 지하세계의 규칙을 어긴 오르페우스의 행동을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으로 빗대어 표현하고자, 1960년대 문화의 저항성을 상징하는 포크 음악을 적극 사용했어요. 그래서 어떤 뮤지컬보다도 기타 소리가 많이 들린다는 점이 특징이죠. 더불어 재즈도 포크만큼이나 중요한 장르로 등장해요. 예를 들어, 주인공들이 지하세계에 대해 노래하는 ‘Way Down Hadestown’은 대공황 시대 흥행했던 뉴올리언스 재즈의 빅밴드 사운드를 구현합니다.
7월에 시작되는 <하데스타운>의 한국 공연은 두번째 시즌으로, 제6회 한국 뮤지컬 어워즈에서 주연상을 수상한 박강현(오르페우스),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 ‘멜로망스’의 김민석(오르페우스) 그리고 젠더-프리 역할로 헤르메스를 맡는 최정원 등의 캐스트가 기다리고 있어 더욱 기대를 모아요. 현대 사회의 문제를 그리스 신화에 접목시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포크와 재즈의 매력을 극대화한 이 뮤지컬, 알수록 궁금하지 않나요?
오늘 소개한 세 뮤지컬은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 인상적인 음악과 서사, 퍼포먼스로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입니다. <시카고>에서는 화려한 재즈와 치열한 생존 이야기를, <젠틀맨스 가이드>에서는 코미디와 스릴을, <하데스타운>에서는 신화와 현대적 감각의 조화를 통해 풍부한 감동을 느껴 보는 여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