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발상에서 출발한
컨템포러리 가구 4선

일상적인 사물을 보는
호기심 어린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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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디자인은 사물에 대한 깊은 호기심에서 출발하곤 합니다. 디자이너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도 세밀하게 관찰하며 새로운 디자인으로 탄생시키죠. 유쾌하고 유니크한 가구를 디자인하는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처럼 말입니다.

지금 소개하는 네 점의 가구 디자인은 독특한 형태가 먼저 눈에 띕니다. 뱀과 야구 글로브, 마시멜로와 크루아상처럼 일상적인 사물을 똑 닮아 있지요. 일상적인 사물의 스케일과 기능이 달라질 때 우리는 이질감과 동시에 신선한 자극을 느낍니다. 일상적인 사물로부터 엉뚱한 발상으로 뻗어나간 가구 디자인을 만나보세요.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생각지 못한 영감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야구 글로브가 안락한 암체어로
폴트로노바의 조 암체어&볼

폴트로노바
이미지 출처: 폴트로노바
폴트로노바
이미지 출처: 폴트로노바

한눈에 야구에 대한 팬심이 느껴지는 이 암체어는 1930~4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로 활동한 조 디마지오(Joe DiMaggio)를 기리기 위해 디자인되었습니다. 커다란 야구 글로브가 신체를 편안하게 감싸주는데요. 묵직한 인상과 달리 바닥 부분에는 바퀴가 있어 이동도 편리합니다. 야구공 모양의 발 받침대 ‘조 볼(Joe ball)’은 조 암체어의 50주년을 맞이해 제작되었습니다. 클래식 야구공의 스티치를 그대로 재현해 독특한 미감을 선사합니다.

이미지 출처: 폴트로노바

조 암체어는 1970년 이탈리아의 혁신적인 가구 디자인 브랜드 ‘폴트로노바(Poltronova)’에서 처음 출시되었는데요. 조 시리즈 이외에도 출시된 가구 중에는 비정형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이 많습니다. 디자인의 탄생에는 팝아트의 영향이 큽니다. 시대의 흐름에 민감했던 폴트로노바의 작업실에서는 앤디 워홀의 영화 상영회나 긴즈버그의 시 낭독회 같은 이벤트가 열리곤 했는데요. 디자이너와 시인, 예술가, 건축가가 한데 모이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합리주의 디자인을 벗어난 유쾌한 감각의 디자인 작업이 탄생했습니다.


WEBSITE : 폴트로노바
INSTAGRAM : @poltronova


뱀을 닮은 하이엔드 소파
드세데의 DS-600

드세데
이미지 출처: 드세데

스위스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 ‘드세데(Desede)’에서 1972년에 출시한 소파 DS-600입니다. ‘뱀 소파’로 더 유명하기도 한데요. 알프스의 전설 속 동물인 타첼부름(Tatzelwurm)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습니다. ‘알프스 용’이라고도 불리는 이 동물 역시 뱀의 몸에 고양이의 머리를 하고 있으니, 소파의 형태가 뱀을 연상시킨다는 점은 틀림없습니다.

드세데
이미지 출처: 드세데

이 소파가 뱀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유연한 곡선을 무한히 이어 만들 수 있는 모듈형 구조와 부드러운 가죽 소재 때문입니다. 얼마나 길게 만들 수 있냐 하면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긴 소파’로 등재될 정도인데요. 공간만 허락한다면 말 그대로 무한히 길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소파가 손쉽게 구부리고, 펼칠 수 있을 만큼 유연해서 그 모습이 관능적인 뱀처럼 보이는데요. 모듈을 구성하는 한 개의 요소가 매우 작기에 유연한 움직임이 가능합니다. 소파 디자인에는 유독 뱀을 모티프로 한 경우가 많습니다. 길고 가는 형태의 유사성도 있겠지만, 소파와 뱀이라는 멀리 떨어진 개체 사이에서도 관능미라는 공통의 감각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WEBSITE : 드세데
INSTAGRAM : @de_sede_official


의자가 패스추리처럼 생겼다면
구비의 크루아상 라운지 체어

구비
이미지 출처: 구비

영락없는 크루아상 형태가 돋보이는 독특한 상상력의 라운지 체어입니다. 이름도 ‘크루아상 라운지 체어’인데요. 풍만한 등받이의 형태와 스티치, 브라운 컬러의 가죽으로 전통적인 체스터필드 소파를 재해석했습니다. 덴마크 디자인 브랜드 ‘구비(Gubi)’에서 1962년에 처음 출시했는데요. 구비는 구름에 앉아 있는 듯 양감이 강조된 양털 소재의 ‘파샤 체어’로 잘 알려진 브랜드입니다. 이 제품을 두고 흔히 ‘구비 체어’라고 부르고요. 사물을 미니멀하게 재해석한 디자인, 부드러운 소재와 부푼 양감의 형태로부터 브랜드의 일관된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구비
이미지 출처: 구비

디자이너인 일룸 비켈소(Illum Wikkelsø)는 앉아 있는 자세와 상관 없이 어떻게 앉아도 편안하도록 의자를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의자에 반드시 똑바로 앉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요. 형태가 주는 유머러스함과 더불어 ‘반드시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한다’는 강압적인 의자와는 다른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WEBSITE : 구비
INSTAGRAM : @gubiofficial


사랑스러운 마시멜로 소파
에드라의 치프리아 소파

에드라
이미지 출처: 에드라

대형 마시멜로를 연상시키는 사랑스러운 형태의 치프리아 소파(Cipria Sofa)입니다. 형태와 사이즈가 모두 다른 아홉 개의 쿠션을 이어 만든 비정형적인 형태가 매력적인데요. 과장된 사이즈와 부드러운 촉감의 퍼 소재가 시각적으로도 포근하고 안락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쿠션의 퍼는 다채로운 바리에이션이 가능한데요. 채도 높은 컬러들로 통통 튀는 매력을 극대화하거나, 톤이 다른 핑크색 퍼로 러블리하게 연출하기도, 패딩 소재를 퍼와 함께 조합하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색채와 소재의 조합이 마치 놀이처럼 느껴집니다.

에드라
이미지 출처: 에드라

치프리아 소파를 출시한 ‘에드라(Edra)’는 1987년에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시작된 브랜드인데요. 국내에선 온더락(On the rock) 소파로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온더락 소파를 디자인한 프란체스코 빈파레(Francesco Binfaré)가 모듈 타입의 우아한 유선형 소파를 주로 만든다면, 치프리아 소파의 디자이너인 페르난도&움베르토 캄파냐(Fernando&Humberto Campana)는 상상을 자극하는 유니크한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공간에 활기를 주는 유머러스한 디자인이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킵니다.


WEBSITE : 에드라
INSTAGRAM : @edra.official


일반적으로 가구를 구매하는 시기는 한정적입니다. 신혼이거나, 이사를 하거나, 쓰던 가구가 낡아버렸을 때쯤이죠. 그런데 가구가 꼭 구매해서 집에 두고 사용해야만 의미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가구 디자인은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에 충만한 영감과 자극을 줍니다. 독특한 발상의 디자인은 다른 예술 작품을 볼 때와 같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미감을 채워줍니다. 소개한 네 점의 가구 디자인을 통해 사물에 대한 감각의 날을 더 섬세하게 벼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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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유정

경계 없는 탐구를 지향하며
사이드 프로젝트와 새로운 시작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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