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학이라는
청량한 세계

낡고 지친 어른이를 위한
청소년 소설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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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바쁜데 잡념들이 한가로이 머릿속을 떠다니는 날들이 있죠. 필자는 그런 날이면 청소년 소설을 읽곤 합니다. 온 신경을 기울이지 않고 가볍게 읽는 즐거움을 찾고 싶은 당신에게 청소년 소설 4가지를 추천합니다. 읽고 나면 낡고 지친 마음이 깨끗하게 수선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소문과 편견을 부수는 반짝이는 마법
『독고솜에게 반하면』, 허진희

청소년 문학 『독고솜에게 반하면』, 허진희
이미지 출처: 문학동네

이 책을 처음 서점에서 마주쳤을 때 적혀있던 문구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한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우리가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이 훅 마음에 들어오더라고요. 단순하게 집어 든 책인데 줄거리의 색다른 신선함과 등장인물이 튀어나올 것 같은 싱싱함에 단숨에 완독했던 기억이 납니다. 책은 전학생 ‘독고솜’이 궁금한 탐정 ‘서율무’와 반의 여왕으로 군림하는 ‘단태희’의 시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요. 직접 보고 들은 것만 밑는 탐정 ‘서율무’가 ‘독고솜’에게 말을 걸며 단태희가 여왕처럼 여겨지던 세계에 균열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같은 반 친구인 ‘은영미’의 묻지 마 폭행 사건을 계기로 율무와 솜이는 힘을 합치게 되죠.

군데군데 느슨하게 섞여 있는 판타지적 장치도 놓칠 수 없는 재미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인간관계에 현타가 온 분들에게 이 책을 살며시 권해봅니다. 소문과 편견 그리고 속단을 넘어 우정을 쌓아가는 율무와 솜이의 모습에 마음이 나도 모르게 몽글몽글해질 겁니다.


『독고솜에게 반하면』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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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어두운 그림자를 마주하는 일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청소년 문학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이미지 출처: 창비

『위저드 베이커리』는 『파과』로 잘 알려진 구병모 작가가 처음으로 쓴 소설이자 청소년 문학입니다. 특유의 몽환적인 문체와 섬세한 필치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죠. 엄마에게 버려진 주인공이 마법사가 운영하는 베이커리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촘촘하게 엮인 사건들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색다른 결말을 마주칠 수 있습니다. 작품 전반에 걸쳐 성장한 주인공의 달라진 말투와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며 소설을 읽는다면 또 하나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필자는 주기적으로 다시 읽는 작품이기도 한데요. 『천 개의 파랑』으로 잘 알려진 천선란 작가도 여러 번 읽었던 소설이라고 이야기했던 바 있죠. 읽어보면 왜 두터운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소설인지 바로 알게 되실 거예요. 아직 용기 내어 돌아보지 못한 유년기의 ‘나’를 다시 살펴 보고 싶은 분들에게 특히 이 소설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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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로 뻗어나가는 긍정
『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
미야지마 미나

청소년 문학 『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 미야지마 미나
이미지 출처: 소미미디어

주인공인 나루세는 엄청난 행동력으로 주위를 놀라게 하는 사람입니다. ‘천하를 잡으러 갈’ 기세로 기발한 행동을 하는 나루세지만 사실은 그렇게 대단한 일이 벌이는 것은 아니죠. 비눗방울 크게 만들기 대회로 1등을 하거나 폐점까지 한 달 남은 백화점의 카운트다운 라이브에 매일 야구복을 입고 등장한다거나 하는 일들을 실행에 옮깁니다. 뭐든지 잘 해내는 나루세지만 그녀의 기이한 행동에 친구들은 차츰 나루세를 멀리하게 됩니다. 이런 나루세 곁에는 그녀가 만드는 역사의 증인이 되겠다는 친구 시마자키 미유키가 있죠.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로 가득한 세상에 나루세의 황당하기까지 한 행동력은 묘한 긍정의 힘으로 다가옵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일상 군데군데 내가 발견하지 못한 틈이 있고 어쩌면 그 틈 사이에 나도 모르는 재미와 행복을 발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이하지만 사랑스러운 유일무이한 존재로 세상에서 사랑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함께 말이죠. 긍정의 힘이 필요한 어른이라면 다가오는 여름엔 나루세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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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칠하고 싶던 미래에 대하여
『페인트』, 이희영

청소년 문학 『페인트』, 이희영
이미지 출처: 창비

자식이 부모를 고를 수 있다면 어떨까요? 페인트는 이 질문이 곧 현실인 세계를 다루는 청소년 SF 소설입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아이들을 양육하고 아이들에게 면접을 통해 부모를 고를 수 있는 ‘페인트(Parent Interview)’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죠. 정부 양육 기관에서 17년 동안 자라온 주인공 제누는 정부 지원금만 노리고 접근하는 예비 부모들에게 많은 실망을 느끼고 점점 냉정하게 변하게 됩니다.

책에 결혼과 부모 자식 관계를 비교하는 말이 나오는데요. 필자도 간혹 ‘같은 가족을 꾸리는 일인데, 결혼은 선택권이 있지만 부모 자식 관계는 왜 선택권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종종하곤 했거든요. 평소 같은 생각을 해 본 독자분들이라면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읽다 보면 어른보다 어른스러운 주인공인 제누가 등을 토닥여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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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을 읽다 보면 배경이나 주인공의 연령대가 다를 뿐이지 청소년과 성인 문학의 경계를 긋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여러분들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처진 마음에 청소년 문학이라는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어보세요. ’이렇게 재미있었다고?’하며 다음 읽을 책들을 잔뜩 주문하고 있는 나를 만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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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리

모두가 빠짐 없이 오늘치 취향을 누리도록
보고 느낀 바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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