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님께 단상이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ANTIEGG 형운입니다.


오늘도 염치없이 이 작은 지면을 빌어 목소리를 내고자 등장하고 말았네요. 주변에 글 쓰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내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은 부끄럽기만 합니다. ANTIEGG 에세이는 나의 동료이자 친구, 예진과 안국동 어느 어둑한 카페에서 작당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주변에 놓여있던 이름 모를 드로잉에서 영감을 얻어 우리 주변에 하찮게 놓여있는 것들을 모티브로 그래픽을 욱여넣고 거기에 에디터들이 하고 싶은 창작의 형태를 따라 제멋대로 만들어 보자고요. 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대상들은 풀꽃, 작은 새, 열매들, 나뭇잎.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잘 들여다보지 않는 것들을 주목하는 마음으로 ANTIEGG 오리지널 그리고 에세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물성을 가진 것일 수도 존재만 떠다니는 무언가여도 상관이 없었지요.


그런 내가 에세이를 맡아 작성하게 되었는데, 만든 이가 나임에도 어찌나 떨리는지. 지금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감히 알아차리기도 싫습니다. 나를 아는 주변인이 내가 떤다고 하면 믿지 않을 테지만, 사실 나도 많이 긴장하고 불안이 가득하여 상상으로 모든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편입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서 나온 불안이가 만든 신념처럼 ‘나는 부족해’라는 생각으로 가득한 사람입니다. 더욱 집착하고 애쓰는 근간에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가득 차 있음을 고백합니다. 나 또한 내가 배설하는 결과물들이 무척이나 징그럽습니다. 가능하다면 밖에 내놓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뭐라고 할까?’, ‘누군가와 비교당하지는 않을까?’ 이런 검열들로 가득하죠.


끊임없이 창작을 해내야 하고 창작이 돈벌이인 내 친구들은 이러한 검열 속에 평생을 살아갑니다. 나는 한 발짝 떨어져 그런 친구들을 돕는 역할을 하는 편인데, 이번 기회에 대신 사과를 전합니다. 미안합니다. (이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알았다면 마감을 왜 안 지키냐? 구박하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되뇌는 생각들을 돌아보면, 내 결과물을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일지는 내어봐야 알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솔직히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든 말든 다 엿이나 먹으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그냥 속으로 혼자 생각하겠습니다.) 아마 처음 팟캐스트를 송출했을 때도 그랬고 처음 ANTIEGG라는 비루한 온라인 공간을 내보였을 때도 그랬습니다. 누군가는 뒤에서 허접하다 욕했겠지만, 누군가는 멋지다고 칭찬해 줬고요. 감히 욕을 제 앞에서 직접 하지 않으니 실상 나는 칭찬만 들었습니다. 칭찬만 들으며 계속 내보이기 시작했고요. 어차피 욕하고 반성하는 건 누가 날 향해 해주지 않더라도 잘해내려는 마음에 스스로 제일 많이 하더군요.


나는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냐는 말이 무색하게 날이 갈수록 용감해졌습니다. 마치 어느 정도 해야 욕을 내 앞에서 하려나 싶은 심정으로 꾸준하게 세상에 배설했습니다. 근데 웃기게도 세상 사람들이 참 착합니다. 아무리 똥 같은 결과물을 내보여도 내 앞에서 직접 욕을 하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설령, 욕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의 욕은 귀하디귀한 조언으로 들립니다.


내가 용감해지기까지 어떤 노력을 했냐 묻는다면 결코 아니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조금 재수 없지만 그냥 하다 보니 됐고, 당시에 내 친구들이 다 착해서 나를 나무라지 않았기 때문일 뿐입니다. 되려 내 친구들은 나를 도와 무모한 짓을 같이 해주었죠. 또, 돌아가면 그때보다 더 잘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겁니다. 그냥 불완전의 과정에서 완전을 향한 몸짓이 있었을 테고, 우리는 죽을 때까지 완전에 가닿지 못할 걸 알고 있으니깐요. 혹시 당신은 완전에 도전하고 있나요? 당신이 알고 있는 최고의 완전은 무엇인가요? 그 완전은 탄생부터 결핍이 없었나요? 숫자 10을 세는 것도 1부터 세어야 하는데, 그리고 10 뒤에는 무수히 많은 숫자가 또 등장할 텐데. 우리는 이 모순적인 세상에 불완전을 탓하며 움츠리고 있을 당위라도 있는지요.


이 글도 부끄럼으로 시작했지만 무모함으로 변모하다 용감함으로 끝마치려 합니다. 뒤돌아보면 아쉬운 글일 테지만, 뒤돌아보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요? 게다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고 누가 그랬습니다. 나는 이 글의 마감을 내일로 미룬다고 하여, 더 잘 쓸 자신이 없습니다. 지금 이 글을 더 잘 써내보고자 골몰할 바에 얼른 잠이나 자고 내일을 준비하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요.


불완전은 완전으로 가는 과정입니다. 까닭 없이 세상에 선보일 자신의 결핍이 망설여지는 당신이라면, 나처럼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아무렴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하겠습니까.


  • 인간은 자신의 결점을 노력으로 메우려 한다. 그러한 노력은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미덕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과연 인간이 혼자만의 힘으로 그런 극복을 이뤄낼 수 있을까? 해냈다 하더라도 그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일까? (…) 결핍은 결점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계는 불완전한 그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풍요롭다고 여기게 된다. _고레에다 히로카즈, 『걷는 듯 천천히』

ANTIEGG에서
형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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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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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EGG 만들고 있는 형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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