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과 저항의 시대를
담아낸 아이코닉한 음악

사회문화적 격동의 시기
1960년대의 변화를 담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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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언제나 이전 것이 무너지거나 비틀리는 변화 위에서 존재합니다. 예술은 그런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이전과 달라질 세상을 예고하죠. 특히 정치적 격랑 속에서 다양한 실험을 선보였던 1960년대 뮤지션들은 주변과 호흡하며 대중음악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는데요. 오늘 아티클에서는 당대의 아이코닉한 뮤지션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의 움직임을 담아냈는지, 혹은 앞서서 변화를 이끌어갔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대중음악이라 인식하는 음악은 많은 부분 미국 대중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세계 패권을 쥐게 된 미국이 전 세계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이죠. 그중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시대는 1960년대입니다. 60년대는 옛 관습에 대한 저항과 억압되어 왔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는 시기였는데요. 그래서인지 이때의 음악은 과거에 비해 지리적, 장르적, 인종적 경계를 적극적으로 허물고자 시도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문학적 깊이를 더한 포크 록,
밥 딜런

밥 딜런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er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20세기 전무후무한 음유시인, 밥 딜런(Bob Dylan)은 미국 대중음악의 주요 축인 포크 장르의 뮤지션이었습니다. 그는 1960년대의 혼란한 정치적, 사회적 상황 속에서 묵직한 메시지들을 던지며 포크 씬의 스타에서 주류 팝스타로 부상했는데요. 이는 딜런의 문학적 깊이와 투박하고도 진실한 스타일, 그리고 새로운 음악적 도전 덕분이었어요.

동영상 출처: Bob Dylan

동시대 유명했던 포크 뮤지션들이 여럿 있었지만 딜런의 스타일은 조금 달랐습니다. 다정하고 친절한 느낌의 포크보다 거친 느낌으로 노래하는 곡들이 대부분이었죠. 그 중 그가 커버한 피터 폴 앤 메리(Peter, Paul and Mary)의 ‘Blowin’ in the Wind’는 딜런의 간결한 표현 방식을 보여줘요.

동영상 출처: Monotone

그가 차별화되는 지점은 진지한 포크 장르에, 보다 가벼운 로큰롤의 요소를 융합했다는 거예요. 캘리포니아 출신 밴드 버즈(The Byrds)가 일렉트로닉 기타와 드럼 등을 추가해 딜런의 ‘Mr. Tambourine Man’(1965)을 커버한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는데요. 이 버전이 큰 인기를 얻은 후 딜런은 6분짜리 싱글, ‘Like a Rolling Stone’에서 록과 본격적으로 조우했습니다. 같은 해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 일렉트로닉 세션을 데려갔을 때 청중의 대대적인 야유를 받을 만큼, 상이한 두 장르의 만남을 반가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같은 해 모두가 딜런의 스타일을 모방하며 곡을 커버하는 현상이 나타났죠. 이후 딜런의 음악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팝을 포함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음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흑과 백을 가로지른 소울
: 레이 찰스

레이 찰스
이미지 출처: Rolling Stone

한편, 흑인 음악 장르에서도 유니크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선두 주자는 레이 찰스(Ray Charles). 찰스는 척 베리(Chuck Berry),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 등 로큰롤 뮤지션들과 동시대에 리듬앤블루스(R&B) 뮤지션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그는 작곡, 피아노 연주 그리고 보컬까지, 못 하는 게 없었습니다. 천재적인 재능으로 성과 속, 흑인 문화와 백인 문화를 지금까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다루었죠.

동영상 출처: The Ed Sullivan Show

‘I’ve Got a Woman’(1954)은 그 전형을 보여줘요. 가스펠 스타일의 보컬에, 노골적인 사랑 노래의 가사를 붙인 게 노래의 특징인데요. 이러한 시도는 이후 ‘Hallelujah I Love Her So’(1956)와 ‘What’d I Say’(1959)에서 이어지며 가스펠과 블루스의 장벽을 무너뜨렸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성과 사랑에 대한 솔직한 표현이 감히 가스펠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는 것에 대해 분노를 참지 못했지만, 경계 넘기를 시도한 찰스의 음악은 60년대 이후 활약한 샘 쿡(Sam Cooke)과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등 소울 뮤지션들에게 마르지 않는 영감의 샘물이 되어주었습니다.

동영상 출처: Ray Charles

서로 다른 흑인 음악 장르를 넘나들었던 1950년대를 지나 1960년대부터 찰스는 백인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지곤 했던 컨트리 음악과 틴팬앨리 스탠더드까지도 독창적으로 수용했어요. 그가 부른 ‘Georgia On My Mind’(1960)에는 1920-30년대 유행한 틴팬앨리의 전통인 현악 오케스트라와 코러스 위에 블루스 보컬과 즉흥적인 재즈 요소들이 조화롭게 녹아들어 있죠. 나아가 1962년에 발매한 컨셉 앨범 <Modern Sounds in Country and Western Music>은 미국의 모든 음악적 전통을 레이 찰스만의 방식으로 통합시킨 걸작으로서, 대중음악사상 가장 획기적인 도전 중 하나로 꼽힙니다. 발매 전 음반사는 이러한 시도가 어리석다고 평가했지만, 이 앨범을 통해 그는 모든 장르의 청중을 더 풍성한 음악의 세계로 초대했습니다.


새 시대를 연 영국 괴짜들의 침략,
비틀즈

비틀즈
이미지 출처: Visla Magazine

비틀즈(The Beatles)는 1960년대 베이비부머들이 열광했던 ‘록’의 기반을 마련한 영국의 로큰롤 밴드입니다. 이들의 비상은 1964년, ‘I Want to Hold Your Hand’가 미국에서 엄청난 히트를 하며 시작되는데요. 이 현상은 ‘브리티시 인베이젼’, 즉 미국이 유럽에 최신 대중음악을 수출하던 기존의 거대한 흐름을 거스른 ‘침략’ 사건으로 불렸습니다. 미국 로큰롤의 선구자 격이었던 버디 홀리(Buddy Holly)의 밴드 더 크리켓(The Crickets)의 영향을 받아 결성된 비틀즈가, 거꾸로 팝의 중심지를 정복한 사건은 미국 대중음악이 세계 여러 나라의 음악에 개방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했어요. 비틀즈 이후 영국과 미국의 음악적 교류는 이전보다 활성화되었죠.

동영상 출처: The Beatles

유럽과 미국, 세계 곳곳에 청중을 개발한 비틀즈의 업적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생소할지도 모르지만, 이들의 활동기 전체를 통틀어 독보적이라 여겨지는 앨범은 1967년 발매된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입니다. 기득권에 저항했던 당대의 ‘반문화 운동’(counterculture)의 영향을 담아낸 동시에, 대중음악이 만들어지는 형식을 바꿈으로써 큰 반향을 일으켰거든요.

이 앨범은 반문화 운동을 상징하던 특유의 ‘히피’ 용어와 패션, 이국적인 문화에 대한 관심을 사운드에 반영했습니다. 인도음악에서 차용한 음향과 철학적인 가사가 적극적으로 사용되었죠. 형식의 측면에서는 음악을 ‘한 곡’이 아니라 ‘앨범 전체’로 듣는 경험을 선사했어요. 곡들이 배치된 순서부터, 앨범 재킷과 멤버들의 사진, 가사가 인쇄된 내지까지 통일성을 보였고, 마치 공연장에서 청중의 참여를 초청하는 라이브 공연의 형태를 띠었습니다. 그 예술적 가치 때문에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밥 딜런의 ‘Like a Rolling Stone’과 함께 록 앨범의 역작으로 간주합니다. 엄청난 성취에도 불구하고, 해체 전까지 혁신을 거듭하며 사랑과 평화를 노래한 비틀즈의 음악은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대중음악의 생생한 고전으로 남아있어요.


1960년대는 변화의 에너지가 어느 때보다도 가득해 대중음악에서 창의적인 실험이 자유롭게 나타난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의 주요 뮤지션들은 혁신적 음악 스타일과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 그리고 예술적 표현의 확장을 통해 대중음악의 지평을 넓혔죠. 특히 각자의 독특한 방식으로 기존의 관습을 넘어선 밥 딜런, 레이 찰스, 비틀즈의 유산은 이후 세대의 아티스트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어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회적 변화를 이끌고, 문화적 혁신을 실현한 이들의 음악과 삶에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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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

진실한 것들을 찾아 오래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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