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막막한 창작자에게
영감과 동기를 주는 영화

영화 속 주인공들이
창작을 시작하는 방법
Edited by

창작에는 반드시 고통이 뒤따르는 걸까요? 유독 첫걸음을 내딛기 어려운 창작 활동에 제동이 걸린 상태라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럴 땐 다른 창작가들의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도무지 글감이나 악상,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거나 종이를 구겨 던지는 과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비법이니까요. 영화 속 창작가들의 ‘창작을 시작하는 법’ 혹은 ‘영감을 얻는 활동’이 여러분을 창작의 고통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지켜주리라 믿습니다. 창작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영화입니다.


창작의 물꼬를 트는 몸짓
<틱, 틱… 붐!>

<틱, 틱… 붐!>
이미지 출처: Netflix

8년 동안 준비해 온 뮤지컬을 유명 제작자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가 생긴 조나단. 12시간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곡을 쓰지 못한 조나단은 음표 하나, 가사 한 줄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청소를 시작합니다. 막막한 일을 앞두고 주변을 정리하는 건 꽤나 공감할 수 있는 익숙한 전개죠. 그러나 뒤이어 전기마저 끊긴 방에서 좌절하던 조나단은 곧장 수영장으로 향합니다.

이미지 출처: Netflix

침착하게 스트레칭을 마치고 풀에 뛰어드는 조나단은 마음껏 팔을 내저으며 의식의 흐름대로 단어와 멜로디를 내뱉는데요. 일상의 소음이 사라진 수면 아래에서 그는 자신에 오롯이 집중하며 마음을 정리합니다. 서른 살의 불안을 가진 조나단이 마침 수영장 바닥에 새겨진 30피트 지점에 멈춰서자, 레인이 오선지로 바뀌며 음표가 찰랑이죠. 영감은 마치 그동안 곡을 쓰려 끙끙 앓던 그의 고뇌에 대한 답례품, 혹은 단순 동작만 반복하며 마음에 귀를 기울인 대가로 주어지는 전리품 같기도 합니다. 음하고 파 내뱉는 호흡과 함께 창작에 대한 불안을 뱉으면 복잡하게만 생각했던 창작도 불현듯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틱, 틱… 붐!> 공식 트레일러

단정한 일상 속 작은 변주
<패터슨>

영화 <패터슨>
이미지 출처: 영화 <패터슨>

미국 뉴저지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드라이버 패터슨은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냅니다. 아침에 시리얼을 먹고 출근해 버스를 운행하고, 아내가 싸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으며, 밤이 되면 반려견 산책을 나갔다가 동네 바에서 맥주를 마십니다. 패터슨의 일주일은 창작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질 만큼 단조롭고, 조금은 따분하다고 느낄 수 있는 루틴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패터슨은 틈틈이 시를 씁니다.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작은 노트와 연필로 말이죠. 그는 창작을 곁에 둔 버스 드라이버입니다.

영화 <패터슨>
이미지 출처: 영화 <패터슨>

패터슨은 영감을 불러들이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거창한 방법은 아니지만,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글감을 찾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성냥갑의 디자인을 관찰하고 이름을 거듭 되뇌며 운율을 맞추거나, 동일한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에서 탑승객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는 등의 작지만 세심한 관심이죠. 패터슨은 자신만의 규칙적인 삶 속에서 불규칙한 영감을 발견하는 인물입니다. 창작의 땔감이 되어줄 영감을 위해 비일상적인 사건이 벌어지기만을 기대하는 것보다 지루한 일상에서 작은 변주를 놓치지 않도록 집중한다면,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매번 반복된다고 느꼈던 일상이 문득 시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패터슨> 공식 트레일러

생각을 앞서 나가는 타이핑
<파인딩 포레스터>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
이미지 출처: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는 단 한 권의 소설을 남기고 자취를 감춘 위대한 작가 윌리엄 포레스터와 빈민가에서 자란 흑인 소년 자말 월리스의 우정을 다룹니다. 친구들과의 내기로, 창문 밖을 몰래 내다보며 은둔 생활을 하던 윌리엄의 집에 침입한 자밀은 결국 들키고 마는데요. 이때 자말은 도망치다 가방을 두고 나오고, 윌리엄은 가방에서 자말의 글을 발견하고 첨삭을 해 돌려줍니다. 글쓰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음에도 가난한 형편과 유색 인종이라는 사회적 시선을 피해 농구에만 몰두하던 자말. 그런 그의 글을 지지하는 윌리엄은 특별한 은둔 선생님이 되어줍니다.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
이미지 출처: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

영화에는 윌리엄과 자말이 마주 보고 타자기 앞에 앉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곧바로 타이핑을 시작하는 윌리엄과 달리 자말은 멀뚱히 앉아 있는데요. 어서 글을 쓰라는 윌리엄의 말에 자말은 먼저 무엇을 쓸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냐 반문하죠. 이에 윌리엄은 자말과 더불어, 흰 여백만 띄워놓고 고민하는 모든 창작가들에게 조언합니다. “키를 두드리는 거야. 생각하지 말고.” 윌리엄의 글쓰기는 마치 악상이 떠오를 때까지 건반을 두드리는 뮤지션처럼 타이핑으로 단조로운 리듬을 만드는 행위와 비슷합니다. 때론 필사를 하다가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다면 멈춰서, 그때부터 자신의 글을 써보라는 윌리엄의 현실 조언이 모든 글 쓰는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작이 어렵다면 가슴으로 쓰고, 나중에 머리로 다시 쓰는 것도 좋은 솔루션입니다.

<파인딩 포레스터> 공식 트레일러

뮤즈를 향한 사랑의 헌사
<킬 유어 달링>

영화 <킬 유어 달링>
이미지 출처: 영화 <킬 유어 달링>

어디선가 창의력을 자극하고 예술적 감각을 깨워줄 뮤즈가 나타난다면 창작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1920년대 대공황 속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비트 세대의 대표 시인 앨런 긴즈버그에게는 매력적인 뮤즈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가 콜롬비아 대학에 진학할 당시에 만난 ‘루시엔 카’라는 인물이죠. 루시엔은 앨런의 삶에 등장해 마치 스파크처럼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루시엔과 앨런은 친구들과 함께 ‘뉴 비전’이라는 문학 운동을 펼치며 체제에 저항하고 규율을 깨부수는 통쾌한 창작 활동을 전개하며 우정과 사랑을 동반한 돈독한 관계에 이릅니다.

영화 <킬 유어 달링>
이미지 출처: 영화 <킬 유어 달링>

<킬 유어 달링>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만큼 앨런 긴즈버그, 잭 케루악, 윌리엄 버로우 등 비트 세대의 대표 문학가들의 뜨거운 창작욕과 청춘이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천재 문학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루시엔 카의 퇴폐적 매력은 영화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데요. 결국 루시엔에게 닥친 충격적 사건을 계기로, 그를 둘러싼 이들은 위기에 봉착합니다. 영화 속 뮤즈의 존재는 마치 독일산 마약처럼 환상적이면서도 치명적입니다. 발가벗고도 타자기를 두드릴 만큼 뜨거운 영감을 창작가들에게 선사함과 동시에 많은 것을 앗아가죠. 이처럼 자극적인 영감에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지만 앨런 긴즈버그의 창작에 불을 지핀 것은 루시엔이라는 뮤즈라는 사실은 분명한 듯 보입니다.

<킬 유어 달링> 공식 트레일러

네 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실존 인물이건, 가상 인물이건 관계없이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창작을 시작합니다. 굳이 이들을 따라 하며 영감을 찾고 동기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창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가슴 한편에 타오르는 창작 욕구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가 주저하던 일을 감행해 보세요.


Picture of 상조

상조

좋아하는 마음을 아끼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걸 조합하며 살아갑니다.

에디터의 아티클 더 보기


문화예술 전문 플랫폼과 협업하고 싶다면

지금 ANTIEGG 제휴소개서를 확인해 보세요!

– 위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로 ANTIEGG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 위 콘텐츠의 사전 동의 없는 2차 가공 및 영리적인 이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