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도시
3가지 관람 포인트

고유한 속도대로 흘러가는
책과 문화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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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다 느리게 벚꽃이 피는 곳. 여름이면 아름드리 풀숲이 우거지는 곳. 낙엽만큼 화려한 등산복을 갖춰 입은 어머님과 아버님이 모여들고 겨울이면 퇴근 시간에 맞춰 철새들이 떼 지어 날아가는 곳. 책과 예술을 애호하는 마음을 마음껏 드러내도 이상하지 않은 곳. 오직 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모여든 사람들이 일하고, 먹고, 울고 웃는 곳. 이곳은 파주출판도시입니다.

‘IT’ 하면 판교, ‘영화’ 하면 충무로, ‘금융’ 하면 여의도 등 특정 산업군의 업체가 모여있는 지역들이 있습니다. 파주출판도시도 다양한 출판사와 인쇄업체들이 모여있는 산업단지이지만, 설계 단계부터 단순히 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공간 전체의 조화, 그리고 자연과의 호흡까지 고려했기에 산업단지를 넘어 ‘도시’로 이름 붙어 있지요. 아름다운 건축물과 자연경관 덕분에 나들이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오늘은 파주출판도시를 방문한다면 눈여겨 볼만한 3가지 포인트를 소개합니다.


공동체성과 개별성을 아우르는
가지각색의 건축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이미지 출처: 출판도시문화재단 홈페이지

1988년, 군부독재 시절. 출판계도 정부의 탄압 대상 중 하나였습니다. 파주출판도시는 그러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정기적으로 함께 북한산을 오르며 자유로운 출판의 미래를 꿈꿨던 출판인들의 아이디어로 태동을 시작합니다. 책으로 가득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꿈은 2002년 출판도시 안에 첫 출판사가 입주하며 꼬박 10년이 넘어 현실이 되지요. 본인의 일을 단순히 ‘일’이라 여기는 것을 넘어 몸담은 업계의 미래까지 고민한 1980년대의 출판인들 덕분에 2024년의 출판인들은 보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책의 세계를 빚어냅니다.

열림원 출판사
열림원 출판사, 이미지 출처: 네이버 블로그 It’s my nature
나남출판
나남출판, 이미지 출처: 네이버 블로그 It’s my nature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이미지 출처: paju bookcity 홈페이지

파주출판도시에 발을 들이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단연 아름다운 건축물입니다. 입주해 있는 출판사들의 건물이 하나같이 예술 작품 같지요. 출판도시가 도시 설계 과정부터 국내외 여러 건축가와 협업했기 때문입니다. 출판도시의 시그니처이자 규모감 있는 고동색의 건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는 김병윤 건축가의 작품입니다. 그 맞은편에 자리한, 건물 상단부에 달린 피노키오가 눈길을 사로잡는 열림원 출판사의 건물은 정기용 건축가의 작품이지요. 매년 가을이면 벽면의 넝쿨이 붉은빛과 노란빛으로 물들어 아름다운 나남출판 건물은 김영섭 건축가의 작품입니다. 갈대숲을 끼고 롯데 아울렛 쪽으로 걸어 나가다 보면 등장하는 순백의 곡선형 건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알바로 시자 & 김준성 건축가의 작품입니다.

파주출판도시를 만들 때 주요 모토는 ‘공동체성과 개별성’의 조화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홀로 우뚝 솟은 건물이 없습니다. 모든 건축물의 높이가 비슷해 어우러지되, 각각을 개별적으로 놓고 보면 어디 하나 비슷한 구석 없이 개성이 가득하지요. 각종 건축상을 받은 건물도 가득합니다. 덕분에 책의 도시인 이곳에는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종종 답사를 옵니다. 단순히 산업단지를 넘어 문화예술 도시로 자리 잡기를 바랐던 초기 설계자들의 꿈은 어느 정도 현실이 된 것 같습니다.


북스테이부터 영화관까지.
다양한 문화 예술 경험

지혜의 숲
지혜의 숲, 이미지 출처: 출판도시문화재단 홈페이지

책을 읽는 이들이 점점 줄어든다고 해도 다른 한편에서는 책의 재미를 알리려는 이들이 부단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에 자리한 ‘지혜의 숲’은 누구에게나 개방된 서재입니다. 여러 출판사와 연구자들이 기증한 약 15만 권의 책을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지요. 최대 7.5m에 달하는 높다란 서가에 빽빽하게 책이 꽂혀있어 포토 존으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넓은 통창 너머로는 푸른 갈대숲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갈대숲을 배경으로 각자의 자리에 앉아 책에 빠져있는 이름 모를 누군가의 뒷모습을 스쳐 지나갈 때면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이 남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북스테이 ‘지지향’이 등장합니다. TV 없이 오직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지요. 떠오른 상념을 글로 옮길 수 있도록 모든 객실 안에 원목 책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매년 가을에는 파주출판도시 일대를 배경으로 문화행사 ‘파주 북소리’가 펼쳐집니다. 책 속의 이야기가 책에만 머물지 않도록 공연, 뮤지컬 등으로 재해석해 선보입니다. 여러 작가, 시인, 출판 관계자의 강연도 만나볼 수 있지요.

이처럼 출판 인프라가 가득한 공간이지만 출판 관련 업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사와 갤러리, 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예술 업체가 함께 입주해 있지요. <접속>, <쉬리>, <건축학개론> 등을 만든 영화사 ‘명필름’이 운영하는 명필름아트센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체 영화관이 있어 누구나 명필름이 큐레이션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지요. 국내외 영화 DVD와 블루레이, 영화/영상 관련 도서를 열람할 수 있어 많은 영화 전공생과 관계자들의 사랑을 받는 한국영상자료원 또한 이곳 파주출판도시에 있습니다. 책을 읽고 주제 의식을 공유하는 영화를 이어서 볼 때 사유가 더욱 무르익고 넓어지는 것을 자주 경험합니다. 여러분도 이곳 파주출판도시에서 책과 문화예술을 두루 맛보며 사랑하는 것을 더욱 깊이 사랑하는 건 어떨까요?


WEBSITE : 지혜의 숲
WEBSITE : 지지향
WEBSITE : 명필름아트센터
WEBSITE :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아름다운 자연 경관

파주출판도시를 언급할 때 자연경관을 빼놓고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파주출판도시는 사계절과 조응해 매 순간 아름다운 자연 본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파주출판도시가 들어선 곳은 본래 한강하구의 최대 습지였던 곳이지만 파주와 서울을 잇는 유일한 통행로, 자유로가 들어서면서 한강과 단절된 상태였죠. 다행히 파주출판도시는 설계 단계부터 철저하게 생태를 고려했고, 덕분에 넓은 면적의 습지가 보존되어 원앙, 큰기러기 등 수많은 야생 조류에게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출판도시를 거닐다 보면 어딜 가나 드넓은 갈대밭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갈대샛강은 출판도시의 무려 20%를 이루고 있지요. 이곳에는 여러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습니다. 대모잠자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대모잠자리는 2021년 여름, 시민생태조사단에 의해 처음 발견되어 갈대샛강을 터 잡아 집단 번식하고 있는 걸로 파악되었습니다.

금개구리 또한 대모잠자리와 이웃사촌입니다. 영어명이 Korean Golden Frog일 정도로 한반도 고유종이지만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되며 낭떠러지에 내몰려있던 금개구리는 2020년 여름 갈대샛강에서 처음 발견됩니다. 지금의 인천 청라지구 또한 한때 국내 최대의 금개구리 서식지였습니다. 그곳에 높다란 빌딩과 도로가 깔렸고, 이제 금개구리를 위한 땅은 한 평도 남아있지 않지요. 이러한 실태 속에서도 파주출판도시 한복판에서 금개구리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은 읽는 속도를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흥미가 떨어지는 문단에서는 눈으로 빠르게 속독을 하다가 한 문장에 시선이 낚아채는 순간 느린 사유로 빠져듭니다. 자주 빼앗기는 주체성을 다시 내 앞으로 가져와 오직 나만의 속도로 조절할 수 있는 시간이지요. 각각의 건축물에게도, 이름 모를 철새들에게도 본연의 속도대로 존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이곳 파주출판도시는 독서와 닮은 공간입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만 스쳐 가는 도심에서의 생활에 지쳤다면, 흘러가는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곳 파주출판도시에서 잠시 나만의 속도를 가다듬어보면 어떨까요?


WEBSITE : 파주출판도시
WEBSITE : 출판도시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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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

파주출판단지 노동자
무해한 삶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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