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함 속에 깃든 통찰
애니메이션 오드 택시

낯선 생각으로
어두운 세상을 보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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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물을 볼 때 일부러 종영을 기다렸다가 한참 뒤에 한꺼번에 몰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끝까지 재미있는지 두고 보면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작품인지 확실히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혹은 끊김이 없이 한 번에 감상하며 즐거움을 배로 느끼고 싶기 때문일 테죠. 분명한 건,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점점 더 깐깐한 눈으로 작품의 가성비와 가심비를 따지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 아티클에서는 결코 시간이 아깝지 않은 명작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낯선 비주얼과 이야기 전개 뒤에 숨은 현대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이 인상적인 용두’용’미 애니메이션 <오드 택시>입니다.


종잡을 수 없는 이상한 얼굴들

이미지 출처: P.I.C.S.

<오드 택시>는 제목에서부터 ‘이상함’을 대놓고 드러냅니다. 캐릭터 얼굴만 봐도 그렇습니다. 주인공 오도카와는 뾰족한 앞니가 두 개 튀어나온 중년의 바다코끼리입니다. 결코 호감형은 아니지요. 주요 캐릭터로는 알파카, 고릴라, 흰손긴팔원숭이, 스컹크, 미어캣 등 만화는커녕 동물원에 가지 않고서는 실제로 보기 힘든 동물이 가득합니다. 전래동화 속 여우나 늑대가 의미하는 영악함과 포악함처럼 해당 동물이 문화적으로 상징하는 바를 읽어낼 수도 없습니다. 모두 다르게 생겨서 얼굴만으로는 그 어떤 것도 알아낼 수 없죠. 마치 모든 캐릭터가 가면을 쓴 것처럼 섬뜩한 느낌마저 듭니다. 캐릭터에 대한 선입견을 막고, 호기심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이만한 게 또 있을까 싶습니다.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
누군가에겐 나쁜 사람

주인공의 성격도 꺼림칙합니다. 택시 기사 오도카와는 고객들에게 퉁명스럽고 냉소적으로 굽니다. 언제나 무표정에, 생기 없고 축 처진 목소리가 특징이죠. 지병을 포함해 비밀이 많아 보입니다. 보통의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주인공에게 쉽게 이입하기 어렵습니다. 한 소녀의 실종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에서 혹시나 주인공이 범죄에 연루된 건 아닐지 내심 의심하면서 주인공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냉정한 시선으로 인물을 바라보게 됩니다. 다른 캐릭터 역시 선악으로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다면적인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사람들의 관심 받기에 혈안이 돼 과장과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SNS ‘관종’ 청년, 인기가 없는 무명 개그맨, 데이트 앱에서 자신이 없는 나머지 스펙을 속인 중년 남성, 책임감 있는 가장이자 비리 경찰 등이 보여주는 인간의 어두운 면은 현대인이 겪는 우울과 불안, 나아가 이 시대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반영합니다. 왠지 모르게 쓸쓸한 오프닝이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대신 말해주는 듯합니다.

오드 택시 오프닝, 출처: 오드 택시 공식 유튜브

추리 스릴러에서
성장 드라마까지

이미지 출처: 티빙

오도카와의 수상한 택시에 탄 승객들이기도 한 이 수많은 캐릭터가 우연하고 작은 사건으로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마지막에 가서야 그 모습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사람들과 사건이 점처럼 사방에 흩어져 있다 서서히 모이며 반전의 그림을 완성합니다. 추리 스릴러이자 군상극으로 출발한 이 작품은 결국 성장 드라마로 끝납니다. 캐릭터의 얼굴이 왜 동물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포함해 작품 속 모든 것이 결말을 위한 작은 퍼즐임을 깨닫는 순간, 예상치 못한 감동과 여운이 밀려옵니다. 중간에 이탈하면 마침내 완성된 멋진 그림을 볼 수 없습니다. 사전 정보 없이 봐야만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기에, 직접 감상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오드 택시 시청 티빙 페이지
오드 택시 시청 웨이브 페이지
오드 택시 시청 왓챠 페이지


<오드 택시>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보편적 이미지를 깨트립니다. 그 어떤 섣부른 판단도 거부한 채, 독특한 방식으로 꿋꿋하게 결말에 도달하죠. 서로 다른 동물의 얼굴을 한 입체적 캐릭터,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권선징악을 넘어 인간의 성장에 대한 메시지까지 애니메이션에서 시도하기에는 다소 어둡고 어려운 방식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첫인상은 다소 삐딱하고 불량한 이 애니메이션이야말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균형적인 시선을 담았습니다. 이상한 택시를 모는 바다코끼리는 우리 모두 각자의 말 못 할 사정이 있고, 겉모습만으로는 그 사정을 알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오드 택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즐거움을 제공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짐으로써 시청자의 균형적 사고까지 가능하게 합니다.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충족하는 콘텐츠라면 시간을 들여 볼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요?


Picture of 김자현

김자현

그림과 글, 잡다한 취향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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