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어떤 분야에 관심이 생겼을 때, 그 분야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데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때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보거나 대표적인 책을 읽어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나름의 방법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문화를 즐기며 취향을 만들어갈 때도 마찬가지겠지요. 시행착오를 줄이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계기를 자주 만나는 게 중요합니다. 오늘은 그림책 읽기를 시작하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한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나에게 딱 맞는 그림책을 만날 수 있는 확실한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그림책 시상식,
볼로냐 라가치상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이나 유명 평론가의 높은 별점처럼 전문가가 인정했다는 사실은 작품성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림책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은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이 수상하는 라가치상입니다. 1963년부터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시작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은 세계 각지의 출판사 및 작가들이 모여 그림책을 전시하고 출판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축제입니다. 매년 봄에 열리는 행사는 픽션, 논픽션, 코믹스, 영유아 그리고 작가의 첫 책을 대상으로 한 오페라 프리마 부문에서 ‘라가치상’ 수상작을 선정합니다. 혁신적인 작품을 뽑는 뉴호라이즌 외에 해마다 특별한 부문이 신설되기도 합니다. 2025년 공모에선 ‘지속가능성’ 분야를 만들어 시대의 흐름을 반영했습니다. 한국 그림책은 2004년 첫 수상을 이후로 거의 매년 상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호랭떡집』, 『달리다 보면』, 『모 이야기』, 『특별 주문 케이크』, 『모자의 숲』 총 다섯 편의 한국 작품이 수상했죠. 온라인 서점에서 ‘라가치상’만 검색하면 수십 권의 역대 수상작을 만날 수 있습니다. 표지 그림으로 취향을 골라보고, 수상 부문으로 장르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면 읽고 싶은 책 한 권쯤 고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WEBSITE :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2024년 수상작 구매 페이지
안목을 높이는 그림책 비평 플랫폼,
그림책 신간 크리틱
아홉 명의 그림책 연구자는 2022년 그림책을 비평하는 인스타그램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영화 관람 전후에 참고하곤 하는 평론가들의 한 줄 평처럼 신간 그림책에 대한 연구자들의 짧은 비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더 궁금해지는 평이 있다면 연구자 개인의 계정으로 이동해 자세한 비평을 읽을 수도 있죠. ‘그림책 신간 크리틱’은 좋은 그림책이란 무엇인지 질문하며 그림책을 감상하는 독자의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책 표지만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단계에서 벗어나 연구자들이 어떤 관점에서 그림책을 평가했는지 엿보면서 앞으로 그림책을 선택해 감상할 때 따라 적용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소재, 주제, 그림의 표현력, 이야기의 상상력, 글과 그림의 조화 방식 등 좋은 그림책에 대한 다양한 기준을 체득하고 독자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골라낼 힘을 기르는 데 유용한 길잡이임이 분명합니다.
INSTAGRAM : @picturebook.critics
창작자이자 직업인의 이야기,
그림책 작가들의 인터뷰집
에디터 최혜진이 쓴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는 꾸준하게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국내외 그림책 작가들의 인터뷰집입니다.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보다 작가 개개인의 삶에 대한 태도,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의 마음가짐 등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잘 모르는 작가들의 이야기임에도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들의 인생과 가치관이 그림책에 어떤 식으로든 반영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정 욕구 때문에 오래 괴로웠다는 유설화 작가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개인의 고유한 특성에 대한 생각은 전래동화 토끼와 거북이를 비튼 『슈퍼 거북』, 『슈퍼 토끼』로 이어졌죠. 작품을 알기도 전에 작가를 깊이 알게 되는 흔치 않은 경험은 작가에 대한 인간적인 호기심을 자연스레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 치환합니다. 삶에 대한 경구가 넘쳐 나는 요즘, 얇은 그림책 책 한 권에 삶을 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구매 페이지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구매 페이지
위의 세 가지 방법은 나름의 신뢰할 만한 기준으로 정리한 최소한의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다른 사람이 알려준 대로 따라가더라도 결국 취향은 스스로 부딪히며 다듬고 만들어야 하겠죠. 추리고 추린 그림책 중에서 작은 선택부터 해나가며 자신만의 그림책 세계를 넓혀가는 것은 어떨까요? 누군가에겐 삶을 견딜 버팀목이 되고, 나를 돌아볼 교훈을 주고, 순수함을 잃지 않게 해주는 그림책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기대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나와 맞는 그림책과 그림책 작가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