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면 덩달아 마음이 허전해지고, 쇼핑의 유혹이 더 강하게 느껴질 때가 있죠. 블랙 프라이데이며, 크리스마스며,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무언가 구매할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스마트폰 화면 속 무수한 광고들은 우리가 가진 허전함을 파고듭니다. 이 유혹을 부수는 괴짜 같은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애드버스터즈(Adbusters)’**입니다.
1989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칼레 라슨(Kalle Lasn)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입니다. 창립자 칼레 라슨은 광고 산업에 종사하면서 현대 사회의 광고와 소비주의와 과잉소비가 사람들의 삶을 점차 지배하는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면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죠. 애드버스터즈는 매거진을 통해 과도한 소비주의를 비판하고, 동시에 예술적이고 실천적인 다양한 캠페인을 펼칩니다. 조악하고 키치하며, 어쩐지 선전 포스터 같기도 한 디자인으로 인해 20세기 캠페인 같아 보이지만, 2024년에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현재진행형 단체입니다. 괴짜답지만 강력한 한 방을 지닌 이들의 매니페스토 활동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광고로부터 자유로운가
애드버스터즈의 대표적인 활동 중 하나는 스푸프 광고입니다. 스푸프 광고란 기존 상업 광고를 패러디하여, 그 속에 숨겨진 소비주의를 풍자하는 광고입니다. 한 예로, 발렌시아가가 의도적으로 낡고 헐어버린 듯한 디자인의 ‘디스트로이드 스니커즈’를 고가에 판매하는 행위를 조롱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낡은 신발은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지만, 이 브랜드는 이를 패션으로 재해석해 높은 가격으로 판매했죠. “우린 당신을 못생겼다고 부르기 위해 쓸모없는 물건을 팔고, 쓸모없는 물건을 팔기 위해 못생겼다고 부른다 (We sell you shit to call you ugly to sell you shit)” 이 문구는 발렌시아가가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불안감과 불편함을 자극하는 방식을 비판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반발적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광고란 시장경제에서 자연스러운 판매자의 행위이며, 판단은 소비자의 몫인데, ‘소비자에게 자율적 판단의지가 없다고 보는 것인가?’하는 의문이죠. 애드버스터즈는 소비자들이 상업 광고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고 봅니다. 이들은 광고가 단순히 물건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들이 광고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소비를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해요. 때로는 불안이나 결핍감까지 느끼게 만들어 소비 욕구를 부추긴다고 말이죠. 결국 소비자들이 광고 속 이상적 이미지나 라이프스타일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필요와는 무관하게 그러한 이미지를 쫓게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사는가
“Buy Nothing Day”는 애드버스터즈가 매년 개최하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캠페인입니다. 블랙프라이데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처럼 과잉 소비가 극대화되는 시기에 맞춰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그날만큼은 지갑을 열지 않을 결심을 다집니다. 상징적인 의미로 신용카드를 자르는 퍼포먼스를 통해 과소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웁니다. 쇼핑 카트를 끌고 걸어 다니지만,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퍼포먼스도 벌입니다. 이를 통해 소비에 대한 강박적 태도를 비판하고, 쇼핑의 무의미함을 드러냅니다.
이는 단순히 물건을 사지 않겠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정말 필요해서 물건을 사는가, 아니면 광고에 의한 일시적 욕구 때문에 구매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애드버스터즈는 이 연례 캠페인을 통해 개인과 사회가 소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며, 과잉 소비가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성찰하게 합니다. 정말로 필요한 것이 아닌 물건을 사들이는 이유, 우리의 허한 마음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시간은 공짜가 아니다
애드버스터즈는 최근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개인의 데이터와 시간을 상품화하는 방식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는 무료로 제공되는 편리한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 맞춤형 광고를 끊임없이 노출해, 사용자가 더 많은 시간을 머물고, 더 많은 소비를 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사용자가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개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착취하는 ‘주의 경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해요.
그러나 애드버스터즈가 문제 삼는 것은 단순히 이러한 상업적 구조만이 아닙니다. 소셜미디어는 사용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이상적인 이미지와 삶의 방식을 제시하며,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이는 사용자들에게 끊임없는 불안과 자존감 저하를 일으키고, 정신적으로도 큰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애드버스터즈는 소셜미디어가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이러한 부정적 영향을 지적하며, 우리가 소셜미디어에 중독되었고, 그로 인해 스스로를 상품처럼 느끼는 마법에 걸려 있다고 표현합니다. 광고와 소셜미디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게 하면서도 그 선택을 교묘히 조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드버스터즈는 대중이 소비주의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일종의 ‘정신적 해방 운동’을 펼치고 있죠.
WEBSITE : 애드버스터즈
INSTAGRAM : @adbusters.magazine
“우리는 스스로를 제3세력(The Third Force)이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목표는 지구적 최종 승부에서 승리하는 것입니다. 갑작스럽고, 예기치 않은 진실의 순간을 촉발하고, 시선을 완전히 뒤집는 전 세계적 인식의 전환을 일으키는 것이죠. 이를 통해 기업 소비주의 세력들이 결코 완전히 회복할 수 없는 충격을 주고자 합니다.”
_애드버스터즈
마치 무정부주의자를 자처하는 듯한 애드버스터즈의 캠페인은 그 자체로 현대미술의 강력한 형태로 작용합니다. 스푸프 광고와 같은 풍자를 통해 소비주의와 자본주의의 이면을 폭로하며,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죠. 그들의 활동은 광고와 마케팅을 단순한 상업적 도구에서 벗어나 일종의 예술로 승화시킵니다. 이를 통해 애드버스터즈는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꿈꿉니다. 예술과 저항이 결합해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 자체가 예술가 집단처럼 느껴지며, 앞으로의 과감한 행보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