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쏟아지는 신상품과 어딜 가도 눈길을 끄는 수많은 광고 속에서 살아갑니다. 옷이 가득 걸린 옷장 앞에서 입을 옷이 없다며 투덜댄다는 말에 쉽게 공감합니다. 기분이 좋으면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쇼핑하고, 기분이 나쁘면 스트레스를 푼다고 충동구매를 하죠. 그동안 우리는 너무 쉽게 물건을 사지는 않았을까요? 이번 아티클에서는 무분별한 소비에 질문을 던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삶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를 새로운 시선으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에세이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옷 사는 걸 좋아했던 합리적 소비자 저자는 해외에서 어느 날, 매장에 널려 있는 1.5 달러짜리 오리털 패딩을 보고 문득 깨닫습니다. 교통비보다 싼 옷이 무덤처럼 쌓여있고, 너도나도 사람들이 몰려 옷을 건지는 풍경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요. 이후 5년째 새 옷을 사지 않는 저자는 그 대신 자신이 ‘입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제대로 사고 제대로 입는’ 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패션 산업의 이면을 살펴보고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에 대해 비판합니다. 패스트 패션을 지탱하는 건 개발도상국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이고, 옷이 세상에 나와 버려질 때까지 발생하는 막대한 환경 파괴를 책임지는 기업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개인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가격이 저렴해서 쉽게 옷을 사는 건 합리적 소비가 전혀 아닙니다.
저자는 가지고 있는 옷을 오래 입고, 옷을 나누거나 교환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부모님 옷장에서 입을만한 옷을 찾아보라 권하기도 하죠. 유행은 돌고 도는 만큼 세월이 지나 더욱 멋있는 옷을 발견하는 방법입니다. 책 제일 앞부분에 저자의 OOTD(오늘의 패션, Outfit of The Day)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설명글에는 옷을 어떻게 구했고, 그 옷을 입고 어딜 여행했는지 등이 적혀 있죠. 옷이 개성을 표현하는 패션을 넘어 추억이 깃든 애장품 같았습니다. 나만의 멋을 찾는 건 새 옷을 사지 않고도 가능해 보입니다.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 냉장고 없이 일주일 살아보기”
2014년 EBS에서 방영한 이 다큐멘터리는 일주일간 냉장고 없이 살기에 도전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식생활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두 가족은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문제점을 비로소 발견합니다. 식재료로 가득한 냉장고를 열자 유통기한이 몇 년이나 지났지만 한 번도 개봉한 적 없는 식품이 겸연쩍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똑같은 게 이미 있는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산 경우도 잦았습니다. 냉장고가 있으니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생각에 깊은 고민 없이 식재료를 많이 샀기 때문입니다. 음식물을 오래 저장할 수 없어지자 가족들은 가지고 있는 식재료를 확인한 후 장을 보고, 먹을 만큼 요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유통 기한과 식재료 용량을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죠. 10년 전 다큐멘터리지만 어쩌면 지금 더 필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세상에는 먹거리가 더 풍부해졌습니다. 새벽이면 신선한 식재료가 집 앞에 놓여있고,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전국 유명 맛집의 음식을 배달해 먹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익숙해진 것이 미식인지 과식인지, 건강한 식생활은 무엇일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집 없이 세계를 여행하는 유튜버
“미니멀 유목민”
‘10분 안에 여행을 떠나고 20분 안에 물건을 다 셀 수 있으며 30분 안에 집을 버릴 수 있는 궁극의 미니멀리스트 결벽증 한일 부부’의 유튜브 채널, 미니멀 유목민입니다. 남편이 가진 것은 배낭 하나에 다 들어가는 짐 70여 개가 전부입니다. 촬영 장비를 빼면 그 수는 훨씬 줄어듭니다. 아내 역시 남편을 능가하는 미니멀리스트입니다. 저것만 가지고 어떻게 살까 싶지만 이들은 큰 불편함 없이 오히려 홀가분하게 삽니다. 가진 물건이 적은 만큼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세계를 여행하며 빈집살이를 하기도 하고, 과거 여행지에 만난 친구들을 다시 만나기도 합니다.
영상에선 미니멀리즘과 여행 외에도 부부의 삶을 구성하는 친구와 가족까지 자연스레 등장합니다. 물건이 사라진 자리에 확실한 취향과 삶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이 채워지고, 깊은 인연의 온기가 스며듭니다. 사람들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삶과 경험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조금 덜 가지면 세상이 만든 기준에서 벗어나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밀도 높은 삶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물건을 사기 위해 취향과 가격을 꼼꼼히 따지기 전에 소비 자체에 대한 태도를 점검하는 것이 먼저일지도 모릅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건 소비라는 행위인지, 특정한 물건인지부터 물어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