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혁신하는
해외 공원 3곳

범죄부터 기후 위기까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공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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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번잡한 현대인의 일상에 오롯한 쉼과 여유를 선사하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입니다.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잔디에 앉아 피크닉을 즐기고, 때로는 문화 행사나 공연을 즐기기도 하죠. 하지만 도시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삶이 복잡해질수록 사회 문제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데요. 항공기 소음으로 고통받는 공항 인근 주민들과 빈민가의 범죄와 치안 문제, 나날이 무더워지는 지구와 예측할 수 없는 기후 위기까지. 공원이 단순한 일상의 휴식처를 넘어, 사회가 직면한 크고 작은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해외의 몇몇 도시들은 공원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며 그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부터 싱가포르까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다면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공원 3곳을 만나보세요.


바위트스호트 랜드 아트 파크

이미지 출처: H+N+S

네덜란드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자리 잡은 활발한 교역의 중심지이자 교통의 요지인데요.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은 6개의 활주로를 보유한 대규모 공항이자 유럽의 주요 화물운송 허브입니다. 공항은 인근의 주거 도시인 호프도르프와 인접해 있어 주민들은 오랫동안 극심한 소음 공해에 시달렸는데요. 민원이 끊이지 않자 네덜란드의 건축그룹 H+N+S와 예술가 Paul De Kort는 손을 잡고 마침내 독창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고안해 냅니다.

이미지 출처: H+N+S

바위트스호트 랜드 아트 파크(Land Art Park Buitenschot)는 항공기 이착륙 소음을 감소시키고자 2013년 설계된 공원인데요. 토지에 쟁기질을 하면 소음이 줄어든다는 주민들의 제보가 문제 해결의 결정적인 단서가 되어주었습니다. 프로젝트팀은 해당 정보를 기반으로 경사면을 통해 소음을 절반가량 분산하고 감소시키는 독특한 지형을 설계하게 되죠.

넓은 공원 부지에는 피라미드 같은 3m 높이의 삼각형 구조물 150여 개가 배치되어 있는데요. 구조물 사이로 난 좁은 길은 산책로가 되어주며, 크고 작은 공간은 체육이나 문화 행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죠. 공원 곳곳에는 소리의 의미를 탐구하는 예술 작품까지 전시되어 있습니다. 조경과 건축, 기술, 그리고 지역 사회와의 결합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해 주었습니다.


수페르킬렌

이미지 출처: Arquitectura Viva

오늘날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이자 살기 좋은 곳으로 언급되는데요. 사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20세기 중반만 하더라도 급격한 산업화와 사회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특히 가난한 노동자나 외국인 이주민이 주로 거주하는 코펜하겐 외곽의 뇌레브로(Nørrebro) 지역은 각종 범죄와 폭동이 끊이지 않는 우범 지대로 악명높았죠. 이에 코펜하겐시는 방치된 부지를 정비함으로써 동네를 활성화하고 주민들의 사회 결속력을 높이는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됩니다.

이미지 출처: BIG

수페르킬렌(Superkilen)은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2012년 개관한 공공예술 공원입니다. 유명 덴마크 건축회사 ‘BIG’, 독일 조경 업체 ‘TOPOTEK 1’, 덴마크 예술 그룹 ‘SUPERFLEX’ 등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죠. 공원은 색깔에 따라 3가지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빨간 광장에서는 운동이나 문화 활동을 할 수 있고, 바닥에 흰 등고선이 그려진 검은 시장에서는 주민들이 교류하며, 녹색 공원에서는 산책과 피크닉을 즐길 수 있죠.

공원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주민 참여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요. 다문화적인 지역 특성을 반영하고자 여러 차례 주민 인터뷰와 회의를 거쳐 이주민들의 고향 62개국에서 108개의 소품을 공수했습니다. 모로코의 별 모양 분수, 일본의 문어 미끄럼틀, 아랍 에미리트의 치과 간판 등은 공원 곳곳에 배치되어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죠. 주민들의 애정으로 탄생한 모두를 포용하는 공원은 동네를 활기로 물들이며 이제는 관광 명소로까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비샨-앙 모 키오 공원

이미지 출처: Henning Larsen

말레이반도 남쪽 끝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도시 국가인데요. 적도 부근에 자리 잡고 있어 전형적인 열대 우림 기후라 1년 내내 비가 자주 내리곤 합니다. 특히 국토의 약 25%가 간척지인 만큼 홍수와 해수면 상승에 매우 취약한데요. 싱가포르 정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자 1970년대부터 도시 개발과 함께 녹지를 적극 조성했습니다. 국가 슬로건은 50년간 ‘정원 도시’에서 ‘정원 속의 도시’로, 그리고 최근에는 ‘자연 속의 도시’로 변모해 왔죠.

이미지 출처: Henning Larsen

비샨-앙 모 키오 공원(Bishan-Ang Mo Kio Park)는 1988년 설립된 싱가포르의 대규모 공원 중 하나인데요. 도시와 자연의 조화로운 통합을 목표로 2012년 대대적인 공사를 거치게 됩니다. 기존의 직선형 콘크리트 수로는 넓은 자연 하천으로 복원해 홍수를 예방했고, 폭우에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함께 구축했습니다. 자연 친화적인 디자인은 주변 생태계를 복원하며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가 되어주었죠.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는 강을 따라 조성되어 있고, 공원 곳곳에서는 다양한 문화 행사와 공연이 개최되어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에 기여하기도 합니다. 21세기 도심 속 공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이곳 싱가포르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현대사회에 접어들고 사회가 점차 다원화되면서 개인은 이제 더 이상 하나의 역할만 수행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여러가지 직업을 동시에 갖거나 본업과 함께 사이드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콘텐츠 소비자임과 동시에 창작자가 되며, 취미와 관심사에 따라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다양한 정체성을 갖곤 하니까요. 공원 또한 복잡다단하게 전개되는 세상의 양상에 발맞추어 변화하고 있죠. 공원의 역할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요? 광활한 초록빛 대지는 얼마나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요?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공원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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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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