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감동적인 순간을 마주하면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입합니다. 예상치 못한 희생이나 경쟁 속 배려를 보면, “나라면 저 상황에서?”라고 스스로에게 묻게 되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의 결과물이 바로 공감이며, 스포츠에서는 스포츠맨십으로 드러납니다. 스포츠맨십은 단순한 경기 매너를 넘어,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배려와 존중을 실천하는 태도입니다. 그것은 경기장의 규칙을 넘어서, 우리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작은 축소판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궁금한 점이 피어납니다. 치열한 경기에서도 선수들간의 배려와 존중, 협력과 공감의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과연 그렇다면 그 순간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게 될까요? 경쟁과 공존이 극적으로 교차한 순간들을 살펴봤습니다.
승리는 축하받을 일이니까
승자를 향한 존중과 공감으로 진심을 전하다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태권도 +67kg 결승
이다빈, 밀리차 만디치

개인의 태도에서 시작된 공감의 가치는 주변을 더욱 따뜻하고 화사하게 만들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이다빈 선수와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가 여자 태권도 67kg 초과급 결승전으로 맞붙었습니다. 두 선수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고,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최종적으로 만디치가 10-7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하게 되었고, 이다빈은 은메달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다빈 선수의 스포츠맨십이 빛난 순간은 승패가 아닌, 그 너머에서 펼쳐졌습니다. 경기 후, 그녀는 만디치에게 다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축하의 뜻을 전했습니다. 패배한 상황에서도 상대를 존중하고 승자를 축하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경기를 할 때 더 간절한 사람이 승리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엔 상대 선수가 조금 더 간절했던 것 같다”며 “승리한 선수는 축하받을 일이니까, 축하를 해줘야 될 것 같았다”라고 인터뷰에서 말한 이다빈 선수는 단순히 경쟁의 결과를 넘어서, 공감과 스포츠맨십의 정수를 보여준 선수였습니다.

이다빈 선수의 ‘엄지 척’ 퍼포먼스와 만디치 선수의 공손한 인사 모두 단순한 세리머니가 아닌, 승자와 패자 간의 상호 존중과 공감이 담긴 행동이었습니다. 스포츠맨십의 본질을 보여준 이 순간은 국내 팬들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의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습니다. 스포츠는 경쟁만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인간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장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순간이었습니다. 이다빈 선수의 성숙한 태도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서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를 전 세계에 알리며, 그녀의 모습은 스포츠가 가져야 할 존중과 격려를 일깨운 값진 사례로 기억될 것입니다.
다시 일어서게 한 공감의 손길
공감과 배려로 레이스를 완주하다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5000m 예선
니키 햄블린, 애비 디아고스티노

서로를 향한 배려는 어쩌면 두 배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여자 5000m 예선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스포츠의 진정성과 인간미가 빛을 발하는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주인공은 뉴질랜드의 니키 햄블린과 미국의 애비 디아고스티노입니다. 경기는 예고된 대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고, 두 선수는 각자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갑자기 달라졌습니다. 경기 중반, 약 2000m 지점에서 햄블린이 발이 꼬여 넘어졌고, 뒤따르던 디아고스티노는 이를 피하려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며 무릎에 심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디아고스티노는 발목과 무릎의 고통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부상을 잠시 잊고 햄블린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두 선수는 서로를 일으켜 세운 후, 힘을 합쳐 함께 경기를 이어갔습니다. 디아고스티노는 부상을 무릅쓰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완주했으며,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바로 햄블린이었습니다. 두 선수는 서로를 끌어안으며 그들의 스포츠맨십과 공감을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두 선수는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순간은 올림픽 역사에서 손꼽히는 감동적인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이 사건은 스포츠에서 경쟁을 넘어서는 인간미를 보여준 전례 없는 순간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두 선수에게 올림픽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선수에게 수여하는 ‘피에르 드 쿠베르탱’ 메달을 수여하며 그들의 스포츠맨십을 인정했습니다. 경쟁을 넘어선 진정한 우정과 동료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 이 순간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스포츠에서의 공감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공동 금메달이 가능한가요?
경쟁을 넘어선 연대로 기쁨을 만끽하다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승
무타즈 에사 바르심, 지안마르코 탐베리

스포츠의 가치를 여실히 증명하면서 결과까지 얻어낸 사례도 있습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르심과 이탈리아의 지안마르코 탐베리는 2.37m를 넘으며 치열한 경쟁을 이어갔고, 이후 2.39m에서 각각 세 차례 도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승패를 넘어서, 두 선수 사이에는 특별한 순간이 펼쳐졌습니다.
경기 후 심판은 연장전을 제안했지만, 바르심은 “공동 금메달이 가능한가요?”라고 물었고, 심판이 두 선수가 결정하면 가능하다며 이를 승인하자, 두 선수는 서로의 눈을 맞추고 기쁨을 나누며 함께 공동 금메달을 수락했습니다. 이 결정은 단순히 메달을 나누는 것을 넘어, 경쟁의 끝에서 공감과 스포츠맨십이 빚어낸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바르심과 탐베리는 오랜 친구이자 서로의 경기를 존중하는 동료였습니다. 그들은 부상으로 인해 과거 올림픽에서 메달을 놓친 아픈 경험을 공유했고, 그 덕분에 고통과 열정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순간, 두 선수는 서로의 실패를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이며, 상대의 꿈이 곧 자신의 꿈임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그들은 승자와 패자가 되기보다, 함께 기쁨을 나누는 길을 선택했죠.

바르심은 경기 종료 후 인터뷰를 통해 “물론 스포츠라는 것이 경쟁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것을 넘어선 화합, 인간성, 평화 등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순간에 우리가 있음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했습니다. 이 두 선수의 언행은 단순한 경쟁의 승패를 넘어, 인간 사이의 깊은 이해와 존중, 협력의 가치를 재조명했습니다. 그들의 공동 금메달 수상은 올림픽 정신을 완벽하게 구현하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진정한 스포츠의 의미를 전달한 감동적인 순간으로 기억됩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세 가지 사례는 단순한 스포츠 경쟁의 이야기를 넘어, 공감과 스포츠맨십이 어떻게 경기의 승패를 초월하여 인간적인 가치를 드러내는지 보여줍니다. 공감은 상대를 배려하게 하고, 배려는 곧 존중으로 이어지며, 결국 스포츠가 지향하는 협력의 가치를 완성케 합니다. 그리고 스포츠맨십이라는 이름으로 그 열매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죠. 선수들이 보여준 배려와 존중, 협력의 모습은 우리가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줍니다.
스포츠에서의 경쟁은 필연적으로 승리와 패배라는 결과를 초래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누는 감정과 선택들이야말로 우리가 만드는 진정한 승리입니다. 스포츠는 승패의 기록을 남기는 동시에, 인간이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을 가르쳐줍니다. 이처럼, 스포츠는 인간 사이의 깊은 연결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장이며, 우리의 삶에 더욱 큰 의미를 더해주는 예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