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 감정의 테두리를 더듬으며 짐작할 수 있을 뿐이죠.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공감이 필요한 이유는 공감하려고 하는 노력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첫 걸음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다양한 영역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활발한 논의를 펼치는 요즘,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공존하기 위해 공감이라는 가치는 꼭 필요해 보입니다.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타인과 공존하게 하는 책 3권을 소개합니다.
조용한 가짜 평화 말고,
시끄러운 진짜 평화를
『다른 의견』

모든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며 아무 갈등 없이 지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죠.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있는 이 세상에서 갈등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갈등과 대립이 필요하다면, 내 옆 사람과 늘 같은 의견일 수 없다면, 우리는 그 불편한 대립의 시간을 피할 게 아니라 어떻게 현명하게 다룰 수 있는지를 배워야 합니다.
이언 레슬리의 책 『다른 의견』은 세상을 나와 다른 방식으로 보는 사람을 마주하고, 경청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많이 배우고 더 나은 선택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어 보이지만 각자의 편견 안에 갇혀 서로를 이해하지 못 하는 조용한 가짜 평화보다는, 조금 시끄럽고 산만하더라도 서로를 내보이며 진짜 평화로 나아가는 일이 더 의미 있다고요.
이 책에는 더 나은 갈등 상황을 만드는 실용적인 팁도 함께 실려있어요. 자칫 공격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갈등 상황을 더 나은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는 기회로, 배움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 법 혹은 상대를 존중하며 다른 의견을 전달하는 법 등이요. 갈등 상황이 무섭게 느껴지거나, 마냥 피하고 싶은 일로 느껴질 때 읽어 보시면 좋겠어요. 어느 순간 서로 다른 의견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갈등과 토론 과정을 재밌게 느끼는 순간이 찾아올지도요.
“의견 대립이 가져오는 이익은 의견 대립으로 인한 불편함과 비교하면 당장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의견 대립이 가져오는 이익은 보다 장기적으로 누적되어 나타나며 결국엔 더욱 크다.”
_ 이언 레슬리, 『다른 의견』
어떻게 나누며 살 수 있을까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

그림책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의 주인공은 다섯 남매입니다. 실제로 다섯 남매 중 둘째였던 김효은 작가의 삶이 반영된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이에요. 아이들은 주어진 모든 것을 나눠 가져야 해요. 우유부터 과자와 아이스크림, 심지어 킥보드 타는 시간까지 공평하게 다섯 등분으로 나누죠. 그러던 중 남매들과 놀다 다친 둘째가 병원에 가게 됩니다. 하필 둘째의 생일날이라, 깁스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부모님과 함께 딸기 케이크를 사오게 되죠. 다섯 남매는 이 케이크를 어떻게 나눌지 고민합니다.
이들은 ‘공존’이 단순한 균등한 분배가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늘 모두가 똑같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더 필요한 사람이 조금 더 가질 수 있도록 나누는 것이 공존을 위한 분배라는 것을요. 그래서 아이들은 모두가 케이크를 한 조각씩 가져가되, 하나 남은 딸기는 다섯 조각으로 나눠 둘째의 접시에 놓아줍니다. 둘째가 얼마나 아팠을지 공감해 보고자 하고, 먹고 싶은 딸기를 가장 고생한 사람의 접시 위에 올려 주는 것. 그것이 이 아이들이 케이크를 먹는 방법이에요.

과거에 비해 우리는 경쟁이 더 심화되고, 남에게 무언가를 빼앗기기 싫어하고, 자신의 것을 지켜내야 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 속에서 우리는 타인과의 공존은 커녕, 점점 타인을 밀어내고 배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그런 사회일수록 각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 보려는 마음이 더욱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어제 케이크를 많이 먹어서 먹고 싶지 않을 수도, 딸기를 너무 좋아해서 딸기만 먹고 싶을 수도, 지난번엔 내가 양보했으니 이번엔 두 조각씩 먹고 싶은 사람도 있겠죠. 우리는 모두 다른 상황에 놓여있어요. 서로의 상황과 마음을 더 잘 헤아리고, 더 애쓴 사람의 접시에 딸기를 한 조각 더 놓아주는 마음, 내가 가지고 싶어도 남에게 기회를 양보하는 마음, 그렇게 받은 고마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베푸는 마음이 우리가 더 잘 공존할 수 있는 길일지 모릅니다.
“나누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죠.”
_ 김효은,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
결국에는 사랑이 이기니까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따뜻한 에세이 같은 말랑한 제목을 가진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이 사회에서 협력과 연대가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를 탄탄한 논리적 근거들로 증명해 낸 과학 책입니다.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던 2021년, 다정함이라는 가치를 내세우는 이 책의 등장으로 인해 한때 다정함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보이곤 했죠.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흔히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내용으로 알고 있는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비틀어, 다정함이 종의 생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유인원부터 보노보, 개와 여우 등 다양한 연구사례들을 통해 더 많은 협력과 친화력을 보인 생명이 살아남아 진화했다고 말하는데요. 냉혹해 보이는 자연 속에서, 어떻게 먼저 다가가고 나누는 다정한 특성이 생존에 도움이 되었는지를 과학적 사실을 통해 보여주는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종 진화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비추는 것은 아니에요. 내집단을 향한 다정함의 뒤엔 외집단을 향한 혐오와 차별의 면도 존재하며, 다정함과 잔인성 모두 뇌의 동일한 부위에서 일어나는 일인데요. 결국 동일한 뇌의 부위에서 극과 극의 행동을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그 부정적인 면을 개선해 서로 다른 종들이 공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결국 서로 공감해 보고자 하는 ‘다정한’ 노력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공감을 향한 노력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과학책이에요.
“혐오는 학습되는 것임이 분명하며, 학습을 통해서 누군가를 혐오한다면 타인을 사랑하도록 배울 수도 있다. 사랑이 그 반대보다 사람의 마음속에서 더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_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결국 공감의 가치는 서로 완벽에 가깝게 다가서 보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에 그 중요성이 달려있는 것일 테지요. 그렇게 노력하는 과정에는 자신의 의견을 목소리 높여 주장하는 일도, 내가 더 케이크를 많이 먹겠다고 서로 서운해하는 일도,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도 포함되어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끝이 사랑으로 향한다면, 우리가 공존하기 위해 달려가는 그 모든 과정은 충분히 감내해 낼 가치가 있을 거예요. 그러니 부디 서로 공감해 보고자 노력하는 일을 멈추지 않길, 그리고 그 끝에 우리가 마주할 봄을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