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브랜드
문장의 연금술사, 카우프만

예술 작품 속 문장이
사물로 형상화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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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해 머릿속 새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보곤 합니다. 소설 속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들 때, 영화 속 인물들이 나누는 대사를 따라갈 때, 거리에서 들려오는 노래 가사에 귀를 기울일 때가 그렇죠. 그런데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 활자로만 존재하던 물건이 실제 사물로 형상화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브랜드 ‘카우프만(Kaufman)’은 책과 영화, 노래에서 발췌한 문장에 독창적인 해석을 더한 사물을 만듭니다.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활자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카우프만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활자로 쌓아 올린
초현실의 세계

이미지 출처: 카우프만 공식 인스타그램

2006년 설립된 워크룸(workroom)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출판사입니다. 다양한 업계 전문가와 협업해 시각 문화 전반을 다루며 미술부터 디자인, 문학, 인문 분야의 책을 기획하고 출판하고 있죠. 특유의 감각적인 색감 사용과 원칙에 구애받지 않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 온 워크룸은 오픈 초기부터 디자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단순한 책이 아닌 일종의 오브제이자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드는 이들의 책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되는 등 여러 부문에서 수상을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카우프만 공식 인스타그램

카우프만은 워크룸이 2023년 새롭게 출범한 프로젝트이자 세컨드 브랜드입니다. 책이나 영화, 노래에서 읽거나 들은 문장에 대한 사유를 기반으로 익숙하지만 낯선 사물을 제안하죠. 워크룸 유현선 디자이너의 제안으로 시작된 카우프만은 같은 해 2월 서촌에서의 팝업 스토어로 첫 시작을 알렸는데요. 브랜드 이름은 영화 《이터널 선샤인》으로 유명한 미국의 각본가이자 감독인 찰리 카우프만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합니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그의 이야기 전개 방식처럼, 브랜드 카우프만은 상상 속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활자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하죠.

이미지 출처: 카우프만 공식 인스타그램
이미지 출처: 카우프만 공식 인스타그램

카우프만은 가상의 이야기에서만 존재하던 사물을 실제 물성을 지닌 존재로 전환합니다. 예술 작품에 등장하는 갖가지 사물은 재해석되어 패션부터 액세서리, 오브제 등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탄생하죠. 폴 오스터의 소설 『뉴욕 3부작』에 등장하는 ‘빨간 공책’부터 록 밴드 너바나의 곡 “Come as You Are”의 가사에 묘사된 옷차림을 시각화한 ‘색이 날아간 셔츠’, 그리고 영화 《인셉션》의 대사를 기반으로 제작된 ‘눈 감은 모자’까지. 발췌된 활자는 유머러스한 해석을 통해 친숙하고도 신비로운 사물로 탄생합니다.

이 외에도 카우프만은 ‘Read and Buy’라는 브랜드 슬로건에 걸맞게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데요. 직접 수집한 빈티지 서적이나 액자를 큐레이션하여 소개하기도 하고, 창작자 인터뷰나 스크랩북 등 문화예술을 주제로 짧고 긴 글을 웹사이트에 연재하기도 합니다.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

이미지 출처: 카우프만 공식 홈페이지

193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독일 출신의 배우이자 가수 마를레네 디트리히. 베를린에 두고 온 가방은 그녀가 부른 곡 “내 가방은 여전히 베를린에 있다(Ich Habe Noch Einen Koffer In Berlin)”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떠나온 베를린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방에 빗대어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이죠. 화사한 형광색과 차분한 회색 두 컬러로 제작된 가방은 돌돌 접거나 펼쳐서 들고 다닐 수 있는데요. 앞면의 그물망에는 간단한 소지품을 담을 수 있으며, 뒷면에는 솜이 덧대어져 있어 외부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토막 난 알파벳 티셔츠

이미지 출처: 카우프만 공식 홈페이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국의 작가 루이스 캐럴의 작품인데요. 워크룸에서 출판한 『운율? 그리고 의미? / 헝클어진 이야기』는 그의 시집과 수학 우화를 엮어낸 책으로, 작가이면서 수학자이자 교수였던 루이스 캐럴의 다재다능함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여유로운 오버핏의 토막 난 알파벳 티셔츠 전면에는 자유분방하게 흐트러진 알파벳 그래픽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커피와 담배,
그리고 양초

이미지 출처: 카우프만 공식 홈페이지

영화 《패터슨》,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감독 짐 자무시. 커피와 담배, 그리고 양초는 그의 2003년 작 《커피와 담배》의 대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녹슬지 않는 특성을 지닌 은백색 금속 주석 통에는 커피와 담배를 향으로 구현한 미색의 초가 담겨 있는데요. 커피 특유의 향긋함과 스모키한 장작 타는 냄새가 어우러져 매력적입니다. 통 겉면에는 영어 대사가 흰색 흘림체로 인쇄되어 있으며 뚜껑을 열 수 있는 오프너도 함께 동봉되어 있습니다.


땀 닦는 연기를 위한 손목 밴드

이미지 출처: 카우프만 공식 홈페이지

배수아 작가가 번역하고 워크룸에서 출간한 『꿈』은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일기와 편지 등에서 꿈과 관련된 내용을 발췌하여 엮어낸 책인데요. 땀 닦는 연기를 위한 손목 밴드는 창의적이고 기발한 해석이 돋보이는 제품입니다. 빨간색과 파란색 두 가지 컬러로 제작된 밴드에는 영어 단어 땀(sweat)과 눈물(tear)을 붙여 쓴 ‘sweatear’라는 단어가 적혀 있죠. 손목 밴드로 땀을 닦는 척하면서 눈물을 훔칠 수 있다는 용도에 피식 웃음이 나는 재치 있는 아이템입니다.


WEBSITE : 카우프만
INSTAGRAM : @kaufman_kr_


카우프만의 세계를 생생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KW(카우프만-워크룸) 쇼룸에 방문할 수 있습니다. 서촌의 어느 한적한 골목 2층에 자리한 이곳에서는 카우프만의 제품은 물론, 워크룸에서 출간한 책과 빈티지 서적 등을 만나볼 수 있죠. 쇼룸의 운영 날짜와 시간은 매월 첫째 주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된다고 합니다.

책 속 문장부터 영화 대사, 노래 가사 등 다채로운 활자의 세계를 유영하며 예술을 향유하는 방법을 확장하는 카우프만. 활자는 사물이 되고, 생명력을 얻은 사물은 이제 오프라인 공간에서 독자들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들이 어떤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놀라움을 선사할지, 그 여정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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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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