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분들은 오랫동안 품고 있는 신념이 있나요? 일반적으로 신념은 각자에게 강력한 동인이 되어줍니다. 반면, 어느 사람이든 가끔은 자신의 신념을 의심하며 점검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를 예방하기 위해 현재 상황에 맞는 적확한 진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간의 신념을 진단하는 ANTIEGG의 선언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어떤 일을 할 것이고,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이고, 문제를 해결했을 때 펼쳐질 세상은 어떠한 모습일지 상상하는 데에서 말입니다.
ANTIEGG는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 정답처럼 강요되는 자격들을 거부하며 타인으로부터 부여받은 수준과 경계를 해체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분리가 흐릿해질 때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고 문화예술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필자를 비롯한 ANTIEGG의 모든 구성원은 확신합니다. 우리가 바랐던 꿈이 선명하게 옳았다는 것을요. 감사하게도 많은 독자분이 이러한 주제 의식에 공감하고 연대해주신 것을 무수히 목격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실재보다 더 큰 존재이기에 함부로 주저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무너지면 그동안 쌓아 올린 메시지가 붕괴하는 것 같아서입니다. 때문에, 우리의 꿈을 지속 가능한 현실로 만들기 위해 더욱 전략적인 방법을 취할 것입니다.
오늘은 그 시작, ‘미래를 그리는 ANTIEGG의 선언’을 향한 아래 3가지 질문에 차례로 답하며 사고의 궤적을 밝히겠습니다.
ANTIEGG의 사명은 무엇인가
문화예술의 이해와 참여를 돕는다
ANTIEGG가 가진 사명은 무엇일까요? 존재 이유이자, 풀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요? 바로, 더 많은 사람이 문화예술을 이해하고 참여하도록 돕는다는 것입니다. 문화예술을 이해하고 참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의의와 효과를 짚어보죠.
1) 문화예술의 이해
첫째로, 문화예술의 이해입니다. 혹시 이런 말을 직접 해봤거나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나는 문화예술에 대해 잘 몰라서…” 많은 사람이 문화예술을 절대 넘보지 못할 성역으로 보곤 합니다. 문화예술은 고고하고 어려운 것이라 스스로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죠. 때문에, 느끼는 것이 있다고 한들 쉽사리 감상으로 여기지 못합니다. 그런 분들에 질문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본 소감은 어떠셨나요? 적어도 여러분은 이 질문에 ‘재밌었다’, ‘재미없었다’ 혹은 ‘사무쳤다’ 정도의 감상은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이러한 여러분의 감상은 가치 없는 것인가요? 반대로 영화에 대한 숨은 의미를 찾고 해석하여 깊은 감명을 받는 건 가치 있는 것인가요? 이러한 가치의 척도는 누가 정한 것인가요? 애당초 정해져 있는 건 맞나요? ANTIEGG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에게는 감상할 권리가 있으며, 느끼는 대로 표현할 자유가 있습니다. 감상에 있어서 자격이나 수준을 구분 짓는 것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전제에 동의한다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하철 안전문에 적힌 시를 읽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혹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하나만 더 질문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현재 사용하고 계신 가구는 어떤 모양인가요? 시, 음악, 가구는 모두 문화예술입니다. 문화예술의 사전적 의미는 ‘음악・미술・공연・전시 따위의 문화적 활동과 관계된 예술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놀랍게도 우리 삶 속 꽤 많은 부분이 문화예술에 해당합니다. 문화예술은 우리와 밀접하게 존재하고 있죠. 우리 모두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 영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버스킹 음악도 행인의 마음을 울릴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모든 문화예술적 순간을 충분히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감상할 수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매우 다채로워질 것입니다. 문화예술 경험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다면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2) 문화예술 참여
둘째로, 문화예술 참여입니다. 어린 시절 공부를 할 때면 다양한 방법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복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내가 직접 선생님이 되어 누군가에게 가르쳐보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발화하여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은 인간의 뇌에 오래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또 말하는 동안 일련의 정리가 되기 때문에 직접 말한 경험이 특정한 주제에 대해 일방적으로 듣거나, 속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각인 효과를 가집니다. 문화예술에 참여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 가능한 갈등을 수면 위로 빠르게 올려 해결해야 하며 논의할 것을 덮어두는 것이 아닌, 더 악화가 되기 전 대화로 풀어내는 것과 같죠. 이러한 대화를 통해 우리는 해당 주제에 대해 깊게 고민할 수 있으며, 다양한 관점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내가 발화한 의견을 정리하고 전달된 의견이 다양한 형태의 피드백으로 돌아오며, 그 과정에서 기존의 사고에 종속되지 않은 새로운 면면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유의미한 담론이 형성될 것이라 믿습니다. 현대 예술 미학에서는 ‘담론’의 개념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특정 대상이나 개념에 대한 지식을 생성함으로써 현실에 관한 설명을 산출하는 말이자 언어의 응집력 있고 자기 지시적인 집합체를 이르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충분한 담론을 거친 대상이나 개념이야말로 탄탄한 기초를 다질 수 있으며 비로소 고차원의 단계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담론이 형성된 개념은 인간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스며듭니다. 그리고 모든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으로의 변화를 만듭니다. 깊은 성찰을 통해 많은 입장을 마주하고 논의하고 충돌했기에 가능한 결과입니다.
ANTIEGG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나
ANTIEGG는 앞선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총 3가지 기능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기존 ANTIEGG 콘텐츠와 더불어 ANTIEGG 이벤트, ANTIEGG 커뮤니티를 차례대로 추가 론칭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ANTIEGG 이벤트는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유기적으로 교류하도록, ANTIEGG 커뮤니티는 누구든 아젠다를 제시하고 온라인 내 자유로운 담론을 형성하도록 기획되었습니다. 이러한 3가지 기능은 각각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요? 해당 기능에 상응하는 3가지 브랜드 핵심 가치를 소개합니다.
1) 확장
ANTIEGG 콘텐츠는 ‘확장 Expansion’의 가치를 지닙니다. 누구나 알고 싶지만, 그동안 알지 못했던 매력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 외연의 확장(양적 성장)을 유도합니다. 확장의 주체는 문화예술 관여자이며, 시장 전체이기도 합니다. 일부 소수에게만 허락되던 정보의 권력을 해체하여 재분배합니다. 이것은 권위의 추락이며 평등을 향한 진보입니다.
2) 연결
ANTIEGG 이벤트는 ‘연결 Connection’의 가치를 지닙니다. 문화예술을 구성하는 관여자들이 서로 연결 상호작용합니다. 연결은 주류와 비주류, 객체와 또 다른 객체 등 어떠한 경계 없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언제든 연결되어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시장의 건전함을 의미하며 기회의 균등을 보장합니다. ‘정보 접근’, ‘담론 참여’를 비롯한 무수한 활동에 기여할 수 있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공헌감을 느끼게 합니다.
3) 성숙
ANTIEGG 커뮤니티는 ‘성숙 Maturity’의 가치를 지닙니다. 생각해볼 법하지만 사고의 여유가 없던 사람들에게 담론을 제시합니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 내연의 성숙(질적 성장)을 도모합니다. 각 주체에게 능동적인 몰입과 사유를 허락합니다. 우리가 모두 이러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면 차별과 혐오, 배제가 없는 세상이 펼쳐질 것입니다. 이상향을 그리며 느리지만 단단해지는 과정입니다.
ANTIEGG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문화예술 시장의 확장과 성숙
고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문화예술 시장이 충분히 확장된 그리고 성숙한 상태이길 바랍니다. ANTIEGG의 창립 멤버이자 시니어 에디터인 현우주 에디터는 “퍼진 후라이, 완숙으로”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 말이 가장 정확한 말 같기도 합니다.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고루 이루자는 뜻이죠. 단단해보이지만 사실은 연약한, 껍질이 보호한다고 하여 영원불멸의 달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달걀이 썩기 시작할 때면 주변부인 흰자부터 변질합니다. 이후 어느 정도 부패가 진행되고 달걀 껍질이 무너지죠. 그 순간 노른자가 온전하다 하더라도, 더 이상 달걀의 상품적 가치는 없습니다. 사람이 먹을 수 없고 반드시 버려야 합니다. 문화예술도 그렇습니다. 국가라는 껍질이 산업을 일정 수준까지 보호합니다. 그렇지만 이미 비주류의 고통은 시작되었고 주류는 여전히 평온합니다. 비주류가 무너지고 주류를 추락시키는 것은 시간문제 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산업의 구조(EGG)를 끝까지 부정(ANTI)할 것입니다. 규격화된 세상에 타격을 가하여 고질적인 산업의 문제를 풀고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흐릿하게(Gradient) 할 것입니다. 담론을 흑과 백이 만연한 세상에서 회색지대(Gray)로 이끌 것입니다.
문화예술 시장의 확장과 성숙, 그것 우리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그동안 ‘문화예술 큐레이션 플랫폼’이었고 앞으로 ‘문화예술 커뮤니티 플랫폼’인 ANTIEGG의 비전을 소개했습니다. 위 세 가지 질문을 통해 완성한 아래 선언을 밝히며 긴 글을 마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NTIEGG는 ‘문화예술 커뮤니티 플랫폼’이 되고자 선언합니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이 문화예술을 이해하고 참여하도록 돕겠습니다.
문화예술의 이해는 세상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관점을 선사하고, 문화예술 참여는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으로 변화시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정보와 교류, 담론은 ANTIEGG의 핵심 가치이자 기능입니다.
이것이 초래할 미래는 매력적인 정보 제공을 통한 시장의 확장, 경계 없는 교류를 통한 각 구성원의 유기적 연결, 의미 있는 담론 형성을 통한 주체적 성숙입니다.
문화예술 시장의 확장과 성숙을 이룩하겠습니다. 여러분은 ANTIEGG를 통해 진정한 문화예술 경험에서 오는 전율과 규격화된 세상에 타격을 가할 때 체감하는 진동을 느낄 것입니다.
자, 이제 ANTIEGG의 새로운 슬로건을 소개합니다.
“Feel The Vibration!”
_ANTIEGG 팀 일동